▲ 설수진 베스티안재단 대표(왼쪽)와 작품의 실제 주인공인 이동근 프로듀서(오른쪽)가 연극 '주먹쥐고 치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문화뉴스] "원래 주먹을 쥘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1년 정도 지나니 작게나마 주먹을 쥘 수 있게 됐다. 나도 주먹을 쥘 수 있는데, 포기하지 말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싸워보자는 의미로 작품을 만들었다."

 
전신 50%에 3도 화상을 입고, 지급 받은 사망보험금으로 새 도전을 하는 프로듀서 이동근의 삶을 녹여낸 창작극 '주먹쥐고 치삼'이 2017년 새해, 대학로를 찾는다. 2017년 2월 1일부터 18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화상 환자가 겪게 되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소방공무원이 겪고 있는 심리적 불안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단순히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제작 중이다. 작품은 화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 '문치삼'이 목소리조차 망가져 버린 최악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꿈이었던 뮤지컬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아이디서포터즈가 주최하고, 화상환자를 전문적으로 후원하는 베스티안재단이 'SBS 나도펀딩', '네이버 해피빈', '쉐어앤케어' 등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비를 모금할 예정이다.
 
2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명륜4가에 있는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설수진 베스티안재단 대표, 작품의 실제 주인공인 이동근 프로듀서, 정범철 연출, 김세한 작가, '치삼' 역의 김두봉 배우, '아버지' 역의 장원영 배우가 참석했다. 작품 소개와 이동근 프로듀서의 경험담을 질의응답으로 살펴본다.
 
   
▲ 연극 '주먹쥐고 치삼' 출연진과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ㄴ 설수진 : 안면 화상을 입은 젊은 친구가 찾아와 꿈 이야기를 했다. 화상을 입은 친구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 뿌리칠 수 없어서 작품을 하게 됐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된 이유와 '치삼'이라는 역할은 어떻게 따온 것인가?
ㄴ 이동근 : 다른 장애인도 그렇지만, 특히 화상을 입은 장애인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소방관 이야기를 다룬 이유는 속물적이겠지만,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방관을 넣으면 재밌겠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보여주기 위해 소방관을 만났다. 제도나 복지 혜택은 예전보다 개선됐지만, 실제로 자신의 심리를 관리하는 데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화상 환자나 소방관의 사각지대를 좀 더 개선하고자 기획하게 됐다.
 
주인공은 '치삼'이라는 인물이다. 나는 원래 주먹을 쥘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1년 정도 지나니 작게나마 주먹을 쥘 수 있다. 나도 주먹 쥘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싸워보자는 의미로 '주먹쥐고 치삼'을 만들게 댔다.
 
작품을 연출하고 쓰게 된 배경을 들려 달라.
ㄴ 정범철 : 화상 전에 이동근 PD를 알고 있었다. 다짜고짜 내가 한 작품들을 본 후, 나를 알고 싶다고 해서 만나게 됐다. 화상 환자와 소방관을 주제로 연극 만들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동참하게 됐다. 화상 환자나 소방관 주제의 작품은 많지 않다. 그리고 '화상'에 대한 연극 작품이 드문 것 같다. 창작극으로 연출에 참여해 많은 관객분에게 애환을 전할 기회가 될 것 같아 잘 만들어 보려 한다.
 
   
▲ 정범철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세한 : 이동근 PD와 20대끼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에서 연극을 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같이하게 됐다. 에너지가 세서 하게 됐는데, 형이 연극을 하면 뭐든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고 1주일 후에 동근 형이 화상을 입으셨다. 정말 병원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진짜 해보자고 한 게 여기까지 왔다. 나 역시 형의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같이 하게 되어 영광이다. '주먹쥐고 치삼'은 전기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의 요소가 많이 있다. 사업가인 한 남자가 화상을 입은 후, 자신의 꿈인 뮤지컬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치삼'을 연기하는 소감은?
ㄴ 김두봉 : 먼저 열심히 하겠다. 캐릭터를 보면 화상을 입었는데, 대본에 성대가 50% 넘게 손상됐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 부분만 지금 생각하고 있다.
 
설수진 : 덧붙여서 설명하면, 최근에 나는 화상을 살짝 입었다. 팔팔 끓은 기름을 발등에 부어서 종일 가렵고 미칠뻔했다. 전체가 그런 사람들은 얼마나 심한 고통인지 느끼게 됐다. 드레싱을 할 때 느낌이 있다. 철사 수세미로 맨살을 문지르고, 얼음과 소금을 뿌린 후에 다시 철사 수세미를 문지른다. 겉에는 개미가 움직이고, 속은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런 간지러움이라고 하는데, 화상은 수술을 40~50번 정도 해야 한다. 아마 배우분이 화상을 입어보지 못해서, 캐릭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
 
이동근 : 화상을 입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포기한다. 내 또래도 그렇다. 올해로 내가 30살인데, 정말 스스로 중환자실에서 이러다 죽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때 내가 대던 핑계나 변명은 죽는다는 것보다 더 아팠다. 지금 이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자는 그런 것을 이 작품에서 준비하고 있다. 배우분들께 감히 부탁을 드리자면, 우리 세대가 포기하고 있는 것들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역할로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 '치삼' 역엔 김두봉 배우가 연기한다.
 
'아버지'를 연기하게 됐다.
ㄴ 장원영 : 정범철 연출과 작품을 같이 한 인연으로 합류하게 됐다. 오늘 하이라이트 15분에만 몰입했다. 내년에 작품 올리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연극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과 스태프끼리 지지고 볶고 해서, 의미 있는 공연이 되고자 한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비를 모금한다. 이번 공연의 의미가 있다면?
ㄴ 설수진 : 공연을 제작할 때, 재원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분의 지원을 받고자 한다. 화상 입은 분들을 보면서 나병 환자를 대처하는 방식이 떠올랐다. 장롱 속에 숨겨두고, 집 밖에 못 나가게 한 그분들이 생각난다. 손을 보면 화상이 심한데, 사람들이 터치를 힘들어하신다. 병이 옮는 게 아니냐는 생각과 저 사람이 자신의 손을 민망해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두려움과 자신을 안됐다고 보는 눈빛이 이 사람들을 더 '위축'하게 한다. 그래서 동굴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생각보다 화상 환자가 많다. 당당하게 이동근이라는 인물이 대표님, 저를 마음대로 이용해 주시고 홍보대사로 써 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일종의 '컬쳐 쇼크'였다.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얼굴을 숨기거나 맨 뒤로 가는 게 보통이었다. 
 
이 분은 화상을 입고 나서, 제2의 인생을 꿈이라는 목표 하나로 다시 살게 됐다. 그래서 화상을 입거나, 자폐나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친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품고, 인생에 도전을 줘야겠다는 계기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자 했다. 이 친구가 내 옆에 와줘서 감사하다. 이 사람이 사람들에게 빛을 줘서, 희망의 날개가 되길 바란다.
 
   
▲ 설수진 베스티안재단 대표가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ㄴ 정범철 : 음악을 많이 넣어서, 음악이 주는 감동을 같이 담아내고자 했다. 소재는 화상 환자가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을 소방관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냈다. 너무 심각하지 않고, 대중들이 함께 공연을 보는 내내 집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극장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이 화상 환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작품 줄거리를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 달라.
ㄴ 김세한 : '치삼'이라는 인물은 뮤지컬배우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집안 문제로 돈을 벌어야 해서 사업가로 7년 활동하다가 화상을 입었다. 더는 사업가 행동을 할 수 없고, 보험금 수령을 했는데 본인 입장에선 보험금이 무의미한 것이었다. 열심히 살던 사람인데 화상 때문에 다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이럴 거면 꿈인 뮤지컬을 만들자고 해서 그 보험금을 모두 뮤지컬로 만드는 데 쓰게 된다. 그사이 많은 시련이 있다. 사기죄로 고소를 당할 위기에도 처한다. 그러던 중 '치삼'이 행방불명된다. '치삼'은 없고, 다른 사람이 바라본 '치삼'의 이야기가 전기처럼 들어간다. (소방관과의 연계성은 무엇인가?) 자신을 구해준 소방관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올리려 한다.
 
어떻게 화상을 입게 됐나? 그리고 어떤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가?
ㄴ 이동근 : 우연히 사무실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의 불기운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8개월 동안, 28번의 수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드레싱 치료 등 여러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를 수용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지금 하는 활동들이 어쩌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일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 화상을 입은 사람이어서 많은 사람이 관심 가져주고, 응원해주시는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 하나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줄 순 있다고 본다.
 
   
▲ 작품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이동근 프로듀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설수진 : 사실 호흡기 화상도 당했다. 호흡기 안이 다 타들어 갔는데, 일반적으로 90% 이상은 사망한다. 폐활량이 좋은 거라고 해야할지, 기적이었다. (이동근 : 배우를 꿈꿔서인지 복식호흡이 살려준 것 같다) 씩씩하고 잘 견뎌낸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자신의 생명 보험금을 꿈을 위해 다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었다. 더는 살 생각이 없느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꿈이 이 사람을 살려내긴 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설수진 : 장애를 가지거나, 화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괴물이래요. 얼레리 꼴레리"라고 놀림을 받으면 다른 길로 빠지기 쉽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이 연극을 봐야 한다고 본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고,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열심히 사려는 모습을 보고 감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한다.
 
윗분들이 정신이 없다 보니 우리 마음도 평안하지 않고 불안정한 시기다. 따뜻한 연극 한 편 보면, 우리 마음도 편안해지고 내가 더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추운 겨울에 두 손잡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니, 언제든지 '주먹쥐고 치삼' 보러 왔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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