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프레스콜을 열고 하이라이트를 선보였다.

2017년 1월 22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아랑가', '그날들'에 이은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의 세 번째 창작 뮤지컬로 '백석' 시인과 그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간 '자야' 김영한 씨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1995년 '자야' 김영한 씨가 죽기 직전, 한 '사내'의 인도로 '백석'을 만나 안타깝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로 돌아가 그와의 사랑을 담담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 감각적인 무대로 풀어간다.

   
 

하이라이트 시연에는 '사내'가 등장해 '백석'의 시를 읊어가는 독특한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신선한 연출로 호평받았던 오세혁 연출을 비롯해 박해림 작가, 채한울 작곡가, 신경미 음악감독과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안무상을 받았던 '로기수'의 신선호 안무가 등, 화려한 제작진이 우란문화재단 개발프로그램(시야플랫폼, 시야스튜디오)를 거쳐 만들어낸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올 겨울 아름다운 백석의 시를 그대로 무대 위에 옮긴 듯한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총 아홉 장면이 시연됐으며 '백석' 역의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 '자야' 역의 정인지, 최연우, '사내' 역의 안재영, 유승현 배우가 모두 출연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관해 여덟 명의 배우와 오세혁 연출이 함께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자.

   
▲ 좌측부터 유승현, 안재영, 정인지, 오세혁 연출, 최연우, 오종혁, 이상이, 강필석

마지막에 '백석'의 옷이 녹색으로 바뀐 이유가 궁금하다. 어떤 의도인지.

ㄴ 오세혁 연출: 녹색 양복에 대해선 우선 백석에 대한 기록 중에 그런 게 있더라. 작가님이 찾아내신 건데 백석이 녹색 브레스트 슈트를 입고 길을 걸어가면 여인부터 꼬마까지 모두 뒤를 쫓아다녔다고 하더라. 요즘에도 입기 힘든 녹색 양복을 그 당시에 입었다는 점에서 최첨단의 모던보이가 아니었다 싶다. 또 이 녹색 양복을 극 앞에서 입을지 뒤에서 입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자야라는 여인이 젊은 날엔 굉장히 화려하고 색이 있는 옷을 입고 살다가 나이가 들며 점점 색을 잃어버린다. 저는 젊음이란 게 자기 색깔이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데 자야는 마지막에 완전 하얀 옷을 입고 자기 색이 다 빠진 채 백석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그런 자야에게 백석이 나타났을 때 색이 진한 옷을 입고 나오면 자야에게 더 와 닿지 않을까 싶었다.

   
 

전작에선 본인이 상상의 존재였는데 이번엔 반대로 본인이 '백석'을 상상하는 캐릭터가 됐다. 소감은 어떤지.

ㄴ 최연우: '안녕, 여름'에선 남편이 상상하는 역으로 나왔기에 제가 슬프다고 슬퍼하거나 할 수 없었다. 남편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그런데 이번엔 반대가 됐다. 공연하다 한 번은 마지막에 나타샤의 꿈을 꾸는 장면에서 이상이 배우랑 공연하는 중간에 이상이 배우가 울컥했지만, 울면 안 되니까 스스로 삭히는 모습을 보니까 묘하게 공감이 됐고, 재밌었다(웃음). '아! 저거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설정상 '자야'가 '백석'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옛날을 추억하는 건데 이런 인물 나이에 대한 표현을 어찌했는지.

ㄴ 강필석: 백석 소개에 20대 젊은 청년이란 이야기가 있다. 저는 사실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웃음). 자야 역시 아주 젊은 배우가 나이 든 역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 젊음에 대한 연기라는 고민을 초반에 좀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 작품에 중요하지 않고, 훨씬 중요한 것은 제가 이 사람을 아름답게 리드해주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젊음을 연기하는 순간 몰입도를 오히려 떨어트릴 수 있겠다 싶었다. 최연우 배우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 듦을 연기해서 깨질 수 있는 '진짜의 정서'가 있을 것 같다. 그것 자체에 더 집중하자고 선택해서 나이보단 마음속의 이야기를 교감하는 데 훨씬 더 노력하고 있다. 재밌게 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젊음을 연기하기도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제목에 '당나귀'가 있지만 실제로는 '당나귀'가 나오지 않는다. '당나귀'에 대한 모티브가 궁금하다.

ㄴ 오세혁 연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 시인이 쓴 시의 제목이다. 나타샤란 여인에게 보내는 형식인데 백석은 나타샤가 누군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자야 여사님께서 나타샤가 본인일 거라고 확신한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의 내용을 보면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눈이 푹푹 날린다고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없는 내가 아름다운 그녀를 사랑하기에 뭔가 눈이 내리며 장애와 방해가 생기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결국 우린 만날 수 있을 거기 때문에 가진 것은 없지만 흰 당나귀를 타고 저 너머로 가자는 이야기다. 왜 당나귀인지 안도현 시인이 해석한 바에 의하면 말보다 약하고 작고 느리지만, 가장 끈기가 있어 가장 오래가고 멀리 간다더라. 그래서 백석 시인이 당나귀를 무척 사랑하는 동물이었다고 하더라.

   
 

평소 시를 좋아하시는 것으로 안다. '라흐마니노프'에서 독백을 하셨듯 작품 내에서도 '사내'가 시를 읊어주는 장면이 나오는 데 어떤 의도에선지.

ㄴ 오세혁 연출: 저도 시를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써봤지만 잘 되진 않은 사람이었다(웃음). 하지만 가방에 백석 시집을 넣고 다닌 지 좀 됐다.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윤택 연출가의 '백석우화'를 보러 대전에 갔다 와서 블로그에 후기를 썼었다. 후기를 읽고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리뷰를 써달라고 해서 대전일보에 리뷰를 썼다. 그런데 그걸 보고 우란문화재단에서 연락이 와서 '백석'을 잘 아는 연출가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와서 뮤지컬을 해본 적 없다고 했지만, '백석'을 아는 게 중요하단 이야기에 용기를 내서 맡게 됐다. 

   
 

시를 중간에 넣은 이유는 초반에 '사내'가 시를 읽는 부분은 작가가 극본에 쓴 부분이긴 하지만, 연출하며 든 생각이 '사내'가 누군지 생각해보면 요즘 시대의 '백석'을 사랑하는 젊은이가 아닐까 했다. 그래서 그가 시를 읽으면서 '자야'와 '백석'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의 사랑이 뭔가 이어지지 않고 조각이 날 때마다 '사내'가 시를 읽으면서 둘을 이어주면 좋지 않을까 했다. 또 '백석'의 시집이 뭐냐고 생각해보면 '백석'이 평소에 떠올리고 기억하고 생각했던 아름다운 감정이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친구의 결혼식을 목격하는 장면, 이들의 사랑에 관한 장면, 자야를 생각하는 장면 등이 있을 때 실제 장면이 들어가도 좋지만, 시의 한 줄 한 줄을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라흐마니노프'에서 용기를 좀 얻은 부분도 있다.

   
 

최근 들어 '백석' 시인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요즘 시대에 '백석'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ㄴ 오세혁 연출: 오늘날 윤동주나 백석 시인 등 아름다운 시를 쓴 분들이 자꾸 주목되는 이유는 세상이 어찌 됐던 여러 의미에서 아름다움이란 가치들이 퇴색되고, 감춰진다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한때 김남주 시인이나 김수영 시인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분들은 사회나 세상에 시원시원한 발언을 했던 분들이다. 그걸 넘어 백석이 주목받는 이유는 어찌 됐든 사람이라면 세상이 올바르게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주변도 그렇고 저도 그렇지만 우리가 뭔가 아름다움을 점점 잊어가는 것 같다. 한동안 백석 시집을 안 읽다가 오랜만에 읽어보니까 저도 그런 부분을 잊고 있던 것 같아서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ㄴ 유승현: 눈이 그칠 때 처음 시작했는데 눈이 내릴 때쯤 본 공연을 올리게 됐다. 올겨울 춥다고 하는데 저희 공연 보러 오셔서 시의 따듯함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공연장 밖을 나가시면 좋겠다.

ㄴ 안재영: 많이 보러와 주시면 좋겠다.

ㄴ 정인지: 겨울에 참 따듯한 뮤지컬인 것 같아서 참여하는 저도 너무 행복하고 기쁘고, 보러 오시는 분들도 행복함 안고 가시면 좋겠다.

ㄴ 최연우: 배우분들과 같이 이렇게 행복한 공연을 이 무대에서 할 수 있어서 저는 매 공연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그 행복함을 관객에게도 같이 담고 가실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ㄴ 오종혁: 많이 보러 와달라. 제 입으로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공연)하면서 느끼는 것은 따듯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같이 느껴주시면 좋겠다.

ㄴ 이상이: 연출님 말마따나 요즘 감춰지고 없어지는 아름다움을 귀와 눈으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이라 생각한다. 그 아름다움 잘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

ㄴ 강필석: 비도 오고 날도 추운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다들 비슷한 것 같다. 백석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읽는 기분으로 공연을 보셔도 참 좋을 것 같다. 너무 따듯하다. 공연하면서도 처음엔 직접적이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지만, 공연하면서 무대 위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 행복을 많은 분이 오셔서 같이 나누면 좋겠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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