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거리예술축제 2016' 개막작 '흐르는 불, 일렁이는 밤' ⓒ Vincent Muteau

[문화뉴스] "하이서울페스티벌과 다른 또 다른 거리예술축제가 시작됩니다."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와 함께 '서울거리예술축제 2016'을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 광장 등 서울시 일대에서 연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아시아 대표 거리예술축제를 지향하며, 2003년 시작해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다.
 
특히 이번 축제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새로운 이름으로 진행되는데,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지난 2013년부터 거리예술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으며, 올해 그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축제 이름을 바꿨다. 이번 축제는 28일과 29일 서울시민의 다양한 삶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상 공간인 플랫폼창동1, 망원시장, 길음1동 등 마을에서,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광장, 청계광장, 세종대로 등 '도심 광장 및 거리'에서 펼칠 예정이다.
 
2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 2016'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서울문화재단 주철환 대표이사, 서울거리예술축제 김종석 예술감독, 한국-호주 공동제작 프로젝트 '시간의 변이(Frameshift)' 호주 스토커씨어터 데이비드 클락슨 연출이 참석했다.
 
   
▲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지난 1일 새로 부임한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서울문화재단에 온 지 3주 정도 됐다. 즐거움과 설렘도 있지만, 걱정도 있었다. 나의 첫 직장은 학교였지만, 가장 오래 일한 것은 방송국 기자, PD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즐기는 것이 축제라 생각하는데, 여의도엔 벚꽃, 불꽃 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이렇게 축제를 주관하는 자리에 왔는데, 김종석 예술감독님이 4년째 축제를 만들어오셔서 전문성과 예술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주 대표이사는 "프로그램마다 좋은 것이 많은데, 관람객 관점에서 과연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많은 사람의 입소문도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온다. 그래서 이 축제에 동참하면서 함께 살고 있는지를 느꼈으면 좋겠다. 문화와 예술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함께 즐거움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 문화의 힘이다. 이번에 서울거리예술축제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서울, 거리, 예술이 다 살아 있어야 한다. 유명무실하지 않고, 서울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숨 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훌륭한 축제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주철환 대표이사의 인사말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종석 예술감독은 "2013년부터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는데, 그때부터 거리예술축제의 형태로 변화했다. 이름을 변경해서 명실상부한 거리예술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거리예술의 특징은 시민이 직접 공연 공간에 찾아가서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데, 집단적인 소통을 담보로 해야 작품성이 나온다. 이것은 거리예술축제에 대한 수요로 끝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구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종석 예술감독이 축제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김 예술감독은 "그래서 거리예술축제로 간다고 말하고 싶었고, 시민에게 행복함을 주고 싶었다. 낙후된 공간을 발견해, 거리예술축제로 발돋움한 후 공간 활용과 시민들에게 예술 참여를 통해 문화적 활력을 제공하고 싶었다. 우리 도시를 다시 발견하고, 시민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인사말에 이어 축제 소개가 진행됐다. 이번 축제는 유럽 거리극 축제에서 주목을 받은 현대 서커스 작품, 외국 공동제작 세계초연 작품, 국내 공식초청작,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도전을 소개하는 자유참가작 등 9개국 47개 작품 등 총 126회의 거리예술공연을 무료로 접할 수 있다.
 
세부 구성으로는 개·폐막 공연 등 국내외 공식초청작 30편, 자유참가작 17편, 시민+예술가 '시민예술공작단' 공연, 시민예술가·동호회 작품발표 '시작', 시민 1천여 명이 만드는 폐막프로그램 '끝.장.대.로', 거리예술비평포럼 등이다.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약 4,0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하는 축제로 열린다.
 
올해 개막작으론 프랑스 극단 까라보스의 설치형 퍼포먼스인 '흐르는 불, 일렁이는 밤'이 공개된다.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으로, 도깨비설화의 진원지인 청계광장부터 광교까지 약 400m 물 위에 수 놓인 1,700여 개의 화(火)분이 악사의 음악과 어우러져 화려하고 거대한 불꽃정원을 만든다. 사전 신청을 받은 7명의 시민이 '시민예술공작단'으로 참여해 불꽃정원에서 화분을 지키는 배우로 변신한다.
 
이외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눈먼 자들의 도시'를 공연으로 재탄생시킨 폴란드 극단KTO의 '눈 먼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 '눈 먼 사람들' ⓒ galicja
 
40여 편의 국내외 공식초청작과 자유참가작 가운데 '마을로 가는 축제'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골고루 참여해 시민들에게 거리예술 공연의 가지각색 매력을 선물할 예정이다. 플랫폼창동61에선 다섯 명의 아티스트가 시소에서 펼치는 서커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서커스·연극·시가 결합한 '거인', 괴기한 코미디와 신나는 음악이 어우러진 '닥터 랄랄라의 이상한 병원' 등이 공연된다.
 
망원시장 및 망원1동 일대에선 인형작업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업실에서', 증기 자전거를 탄 그림 배달부가 도심을 누비는 '포스트맨'이, 길음1동에선 한국 전래동화를 재해석한 '선녀와 나무꾼', 외침을 통한 해방을 표현한 '울음 섞인 외침' 등이 펼쳐진다.
 
작품공연뿐만 아니라 마을예술창작소 등 마을 예술문화 활동의 중심인 지역단체들의 자체프로그램과 연계, 시민 참여의 폭을 넓힌다. 길음1동에선 길음동 마을예술창작소 '길음예술사랑방' 등 지역단체들이 체험행사 및 시민공연을 진행한다. 망원1동 및 망원시장에선 지역주민 소통의 자리인 제1회 '달빛반상회'와 연계한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민예술공작단'은 사전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시민들이 전문 배우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을 통해 공연에 대한 영감을 나누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개막작인 '흐르는 불, 일렁이는 밤'과 10월 2일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온앤오프무용단의 '파란운동화' 공연이 대표적이다. 
 
   
▲ 온앤오프무용단의 '파란운동화' ⓒ 서울문화재단
 
'시민들이 만드는 작은 축제'인 '시작'은 그 이름처럼 시민예술가와 예술동아리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다. 10월 1일엔 12개 팀이 음악, 발레, 뮤지컬 공연을, 2일엔 서울문화재단이 '좋아서-예술동아리'를 통해 지원하는 각 자치구의 생활예술동아리들이 공연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축제의 자원활동가 '길동이'들이 축제 댄스와 놀이프로그램 등 '길동이 유랑단'을 기획·운영하고, 설치미술을 선보이는 등 축제현장 곳곳에서 시민참여를 북돋우며 활력을 더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2일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폐막프로그램 '끝.장.대.로'는 남녀노소 시민 누구나 가지각색 예술문화를 체험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노는 대로(체험)', '움직이는 대로(퍼레이드)', '그 대로(거리공연)'로 구성됐다.  
 
폐막작 '길&Passage'는 국내 불꽃연출단체 '예술불꽃 화(花, 火)랑'과 프랑스 거리예술단체 '까르나비흐(Cie Karnavires)'의 공동작품이다. 오는 12월 열리는 '리옹 빛축제'에도 초청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으로, 청계광장에서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며 불꽃을 따라 떠나는 삶과 죽음의 찬란한 여정을 그린다. 폐막일인 2일엔 행사를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광화문사거리와 대한문 앞 세종대로 500m가 통제돼 차도가 닫힌 거리에 차도와 인도 구분 없이 흥겨운 예술의 장이 열린다.
 
   
▲ 폐막작 '길&Passage' ⓒ 서울문화재단
 
27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리는 거리예술비평포럼에선 공연연출가, 평론가,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거리예술 비평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 아래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거리예술 플랫폼으로서 내실을 다지려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 밖에도 거리예술이 생소한 시민들에게 거리예술의 역사와 형태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전시도 서울광장에서 연다. 이를 위해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컨테이너 차량이 '움직이는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핸드메이드 제품 프리마켓인 '파란만장'(청계광장)이 상시 열리고, '책놀이터'와 같은 쉼터도 운영한다. 공연과 체험행사뿐만 아니라, 예술후원 기부 캠페인과 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협력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하이서울'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로 변경한 것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냐는 질문에 김종석 예술감독은 "이 질문이 나올 것 같았다"며 웃은 후 "하이서울페스티벌 명칭 변경은 2012년 축제 심의위원회에서 서울시 축제 전반에 대한 리뷰를 하고 점검을 할 때부터 나온 문제였다"며 "'하이서울'에 대한 의미보다 축제에 대한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예술감독은 매해 바뀌었고, 시점도 5월과 10월 등 계속 변하니 지속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축제가 필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종석 예술감독은 "많은 사람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 거리예술이라고 봤다. 그래서 2012년에 명칭변경이 이미 논의가 된 것이다. 정치적인 오해 때문에 계속 망설이고 있는데, 천천히 고민하자고 했다. '하이서울'이라는 브랜드도 센 이미지인데 축제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정치적 고려라기보단 축제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 아시아에서 가장 큰 거리예술축제로 발돋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 김종석 예술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예술감독은 "유럽에서도 경제적 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리예술이 쇠락기에 있다. 한국은 성장기여서 전략적으로 키우려 했다. 올해 적절하다고 봤다. 서울시가 요구한 게 아니라, 민간조직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이다. 안산시에서 열고 있는 거리극예술축제는 지역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강조되고 있고, 고양시에서도 그렇게 되고 있다"며 사례를 밝혔다.
 
축제의 차별성에 대해 김종석 예술감독은 "다른 축제가 지역 중심으로 많이 열리고 있지만, 메트로폴리스라는 도심에서 대형거리예술축제가 열리는 것은 서울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외국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차별점은 바로 장소적 특성이다.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관객인데, 다행스럽게 극장에 가지 않은 관객들도 폭발적으로 새롭게 반응한다. 예술적 작품도 많은데, 외국 아티스트들이 반응이 좋아서 다시 오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한국과 호주의 예술단체인 호주 스토커씨어터, 한국 창작중심 단디,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 드리프터즈크루가 약 2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 '시간의 변이'는 서울의 근대화 역사를 담고 있는 '서울역'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데이비드 클락슨 연출은 "3년 전부터 축제에 대한 가능성을 봐 왔다. 역사적인 이야기를 건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신성한 느낌이 있는 건물을 원했고, '서울역'이 과거, 현재, 미래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호주와 한국의 역사성을 가지고 새롭게 진행하기 위해 고민했다. 한국의 비보이, 공중곡예사들과 협력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한국의 영상작가, 작곡가도 참여하게 됐다. 이런 예술가들과 호주 스타일을 접목했다"고 전했다.
 
   
▲ 데이비드 클락슨 연출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데이비드 클락슨 연출은 "특별히 비보이의 인터렉티브 영상을 접목해보기로 했다"며 "서로 협업을 하면서, 다른 점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유사성과 서로 다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지금 리허설을 진행 중인데, 리허설을 하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아주 흥미로운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축제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 김종석 예술감독은 "다행히 지난해엔 별 사고 없이 잘됐다. 지난 일요일, 스태프 60여 명이 모여서 안전회의를 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공연자들에게도 사전 계약 전에 고시해서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많은 전문인력도 후원하고 있고, 서울시도 안전문제에 힘을 쓰고 있다. 올해는 특히 청계천에서 많은 인파가 모일 것 같아, 대책을 마련해놓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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