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규 감독이 지난 23일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서 열린 영화 '고백할 수 없는'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한국사회를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교육 문제, 가족 문제, 세대 간 문제, 계층 간 문제 등 어두운 면을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나하나 양파껍질 벗기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최인규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고백할 수 없는'은 인기 있는 영화감독 '병천'(배성우)이 차기작 '인간 가면'의 각본 작업을 위해 딸 '나래'(한제인)의 친구 '세영'(정성일)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터뷰가 진행되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병천'이 본심을 드러내며 악마로 돌변한다. '병천'은 '세영'을 고문하기 시작하고, 작품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록 광기 어린 에너지가 충만하게 펼쳐진다.

지난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작품인 '고백할 수 없는'은 집이라는 닫힌 공간 안에서 단 두 명의 인물 간의 대화와 고문이라는 최소한의 설정만으로 공포와 스릴을 극대화하려 한다. 31일 개봉을 앞두고 첫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마친 최인규 감독에게 작품의 기획 의도와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작품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ㄴ 스릴러라는 장르를 되게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 형식으로 삼고 싶었고,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집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한국의 축소판이라 생각해 시나리오를 썼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교육 문제, 가족 문제, 세대 간 문제, 계층 간 문제 등 어두운 면을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나하나 양파껍질 벗기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한 것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을 빌려서 보여주면 좀 더 전율이 넘칠 것 같았다. 또한, 진실의 문제에 관한 영화다.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퍼즐을 짜 맞추듯이 진실의 정반합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영'(정성일)이 정, '병천'(배성우)이 반이면, '나래'(한제인)가 합인 형태다.

여러 사실을 놓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를 찾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많이 떠오르게 된다.

ㄴ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시각에 따라 진실이 달라 보인다. '라쇼몽'과 우리 영화가 다른 것은 '라쇼몽'은 마지막에 오픈 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 작품은 '나래'가 나와서 합을 맞춰주려 한다. 사실 결말이 두 가지가 있었다. 오픈 엔딩 혹은 진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인데, 후자를 선택했다. 모니터링 당시 보는 관객들이 힘들어 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보여주게 됐다.

 

   
▲ 배성우(왼쪽)가 영화 '고백할 수 없는'에서 영화감독 '병천'을 연기한다.

'병천' 역으로 배성우 배우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들려달라.

ㄴ 영화를 시작하면서 배성우 씨를 소개받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건넨 배우도 배성우 배우였다. 배성우 배우의 연극을 보고도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연기 자체가 묘했다.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연기 패턴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규정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외국 배우에 비유한다면 멕시코 배우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출연한 하비에르 바르뎀이 떠올랐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배우의 여러 가지를 설정하고자 했다. 멕시코 배우를 예로 들면, 베니치오 델 토로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있는데 베네치오 델 토로가 매끈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연기를 잘한다고 말한다면 하비에르 바르뎀은 정형화되지 않은 독특한 연기를 하는 느낌이 있었다. 후자를 택했는데, 그래서 배성우가 딱 맞다.

신예 배우인 정성일, 한제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ㄴ 두 배우는 오디션을 봤다.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보고 판단한 결과였다. '세영'(정성일) 역할은 다윗과 골리앗의 구도이니, 밖으로는 유약하지만, 에너지가 밀리지 않는 배우를 원했다. '나래'(한제인)는 시나리오엔 비중이 훨씬 컸는데, 현장에서 촬영 회차 상 문제로 분량이 줄어들었다. 그럴 바엔 좀 더 미스테리하게 가자고 해서 편집으로 드러내게 됐다.

'나래'의 정신분석학적 접근도 등장하려 했다. 진실도 거짓도 모르게 끝나는 것이 원래 버전이다. 병원의 의사도 등장하고, 상담하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런 부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서 드러냈다. '나래 '캐릭터는 생각한 것보다 좀 더 미스테리해졌다. 그런 느낌에 맞는 역할을 하기가 힘들 텐데, 이 부분에 배우를 선택했다.

 

   
▲ (왼쪽부터) 최인규 감독, 한제인, 정성일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케이션 장소가 독특하다. 에피소드가 있는가?

ㄴ 찍으려고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괜찮은 집이 있는 것 같아 전세로 들어가서 살았다. 세트 빌리고 하는 것도 돈이 꽤 들 것 같았기 때문에, 거기서 영화도 찍었다. 가내수공업 영화다.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도 찍었다. 만든 기간은 총 1년인데, 찍는 데는 11회차 분량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편집과 사운드 입히는 것이 돈이 꽤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그런 작업을 하고 나니 1년 걸렸다.

작품을 보면 '예술은 즐거움을 주는 사기다'라는 글귀가 거실에 있다.

ㄴ 우연히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맞는 이야기 같았다. 내 철학이라고 이야기를 못 하겠지만 이 영화 속의 감독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허세가 넘치는 그러한 영화상징들이 많다. 좀 더 잘 구상화됐으면, 관객들이 알아챌 것 같은데 그런 특징이 윤병천의 캐릭터와 집에 등장한다. 집도 안은 투명하지만, 바깥은 성처럼 보여 폐쇄적인 캐릭터를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 철학은 무엇인가?

ㄴ 결국은 영화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다. 모르는 사람이나 친구가 이런 주변인이라면 취향을 알고 이야기해주지만, 모르니까 결국 나 자신이 가장 관심 있어 하고, 즐거워하는데 이 사람도 즐거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즐겨보자는 생각을 했다.

영화 '고백할 수 없는'을 통해 당신들의 일에서 가장 고백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펜션에 놀러 가면 진실게임이나 남한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과 비슷하다. 당연히 영화처럼 고문, 납치는 절대로 현실에서 하면 안 된다.

 

   
▲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왼쪽부터) 배우 박리디아, 한제인, 정성일, 감독 최인규, 배우 김성영이 GV 행사 전 단체사진 포즈를 짓고 있다.

차기 작품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나?

ㄴ 늘 시나리오 구상 중이다. 이번엔 인디영화 틀을 벗어나 메인스트림에서 하고 싶은데, 그거야 봐야 아는 것이다. 1990년대 일어났던 정치적 이슈 실화를 준비 중이다. 소설로도 나와 있는 시나리오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약간 정치색이 있을 수 있지만, 한 인간의 굉장히 오랜 시간을 다루면서 1980~90년대 어둡고 암울했던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관객과 같이 해보고 싶은 이야기다. 아직은 비밀이다. 정보싸움일 수 있으니 이 정도 선에서만 이야기하고 싶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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