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6일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배우 이지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의 동명의 유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러시아 뮤지컬로는 첫 라이선스 작품으로 선택돼 한국에서 오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 세계 라이선스 초연을 공연 중이다.

사랑에 모든 걸 내던지는 비극적인 여인 '안나'와 젊고 활력 넘치는 장교이자 그녀와 운명같은 사랑을 나누는 '브론스키', 이들과 달리 안정적인 면모를 지닌 '키티'와 '레빈' 등 다양한 인물이 얽히며 '안나'의 비극적 삶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통찰한다.

최근 트라이아웃을 올렸던 뮤지컬 '순수의 시대'에서도 구원영 배우와 함께 좋은 호흡을 맞춘 그녀는 이번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주인공 '안나'와 대비되는 역할인 '키티'를 맡아서 공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최고의 클라이막스를 맡은 '패티' 역으로도 참여해 하루는 '키티', 하루는 '패티'로 관객을 만나며 자신의 매력을 두 배로 보여주고 있다.

무대 연기의 특징 중 하나는 무대에 올라있는 시간 내내 이어지는 리액션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이지혜는 '리액션의 고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아도 세심하게 상대방의 이야기 하나 하나에 눈과 손, 몸으로 반응하는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조곤조곤 꺼내면서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고개를 끄떡여주는 느낌을 준다.

기자가 뽑은 '리액션의 고수' 배우 이지혜와 나눈 이야기.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여러분들 학교다닐 때 꼭 만나본적 있을 이지혜 중 또 한 명의 이지혜입니다. 제 이름이 흔하지만, 그만큼 제 이름을 사랑하고 이름처럼 친숙하고 어렵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뮤지컬 데뷔 6년차입니다.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무척 행복하고 재밌게 하는 사람입니다.

앙바(키우고 있는 반려묘) 자랑 좀 해달라.

ㄴ 우리 애기.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항상 정말 고양이일까? 생각하게 돼요. 언젠간 말을 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사랑스럽고 제가 고양이를 만나기 전의 삶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어요. 안정감이 엄청나고 반려묘 이상의 행복을 주는 너무 사랑스럽고 감사한 존재에요. (앙바를 보면)나중에 아이 낳으면 어떨까 해요.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겠지만, 그런 기쁨은 또 상상이상이겠죠. 왜 '마음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는 말이 있잖아요. 딱 맞는 것 같아요(웃음). 일 역시 그 전에는 내가 즐거워서 했다면 이젠 의무감도 생겼죠.

배우 6년차. 고민도 생기고 어렵기도 할 시기다. 의무감이 생기면 좋은 것 아닐까(웃음).

ㄴ 그렇죠. 원하는 캐릭터를 만나지 못하거나, 앙상블을 하다가 회의감을 느끼셔서 그만 두시는 언니, 오빠들을 많이 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로서 느끼는 권태감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지킬앤하이드'와 '베르테르'를 할 때 배우를 그만 두려고 했어요. 뭔가 제게 없는 걸 있다고 하시고, 이게 제일 잘하는 것 같은데 연출님은 계속 더 있다고 하셔서 내가 재밌으려고 시작한 건데 스트레스 받고 힘들고 무대에 서는 게 두려워졌어요. 처음에는 마냥 설레고 행복하고 긴장감이 있었는데 못하면 어떡하지 싶은 떨림이 생기는 거에요.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베르테르' 연습할 무렵에는 나는 배우랑 맞지 않나보다. 그런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저를 믿고 포기하지 않으셔서 다 찾진 못해도 말씀하신 면을 끌어낸 부분도 있죠. 그래서 가장 감사드리는 연출님이 조광화 쌤이에요.

 

그래선지 '롯데'도 나이를 먹고 다시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고 했더라.

ㄴ 처음에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전 알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롯데'는 결혼했는데 나의 영혼과 일맥상통하는 '베르테르'를 만나고요. 전 그걸 알 수 없는 나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24살이었는데 그땐 모든 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을때 좀 더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제가 사랑도 해보고 상처도 받고 했던 게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죠. 30대 중반 이후에 또 해보고 싶다는 이유도 제가 그때까지 쌓인 에너지가 어떻게 '롯데'를 만나 시너지가 될지 궁금해요. 연기는 그런 게 재밌는거 같아요. 연륜을 무시할 수 없죠.

연기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지혜는 연기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 '안나 카레니나' 외에도 '레베카'와 '순수의 시대' 등을 보면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리액션'을 너무 잘하더라. '리액션의 고수'라고 부르고 싶다.

ㄴ 사실 연기는 리액션이다. 이런 말을 어릴 때부터 들었는데 그 때는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레베카'를 하면서 그걸 깨달았죠. '이히'(독일어로 '나'를 의미한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이름대신 '나'로 불린다)는 극에서 계속 리액션만 하는데 그걸 안 하면 극이 산으로 가요. '이히'가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에 따라서 달라지죠. 눈에 띄진 않아서 정말 잘해도 본전인 캐릭터지만, 배우로서 성장하고 배우기엔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레베카'를 하며 리액션, 연기를 쌓았던 게 제게 참 도움된 것 같아요. '순수의 시대'는 또 소극장 공연이었기에 그런 표현들이 관객과 가까우니까 워낙 잘 보이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이야기 나온 김에 리액션을 배웠다고 한 '레베카' 공연했던 과정도 조금 들려준다면.

ㄴ '이히'는 어디에든 있어요. 이 씬에도, 저 씬에도 나오죠. 퇴장하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까요. 연습할 땐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외롭고 힘들었어요. 난 어렵고 힘들게 하는데 관객에겐 잘 안 보이니까요. 그런데 생각을 바꿨어요. '레베카'란 이야기 자체를 내가 누군가에게 해주는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자. 작품 내 이름도 그래서 '나'. 1인칭이잖아요. 내가 겪은 이야기나 무서운 꿈 같은 거라고 생각했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면 뭔가 '나에게 이런게 있었어'가 아니라 조금씩 더 자극적이거나 미화하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니깐 '이히'가 만나는 '댄버스'나 '막심'에게 포커스를 주더라도 결코 '이히'가 죽지 않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계속 리액션을 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 같아요.

▲ 뮤지컬 '레베카' 중 한 장면.

이지혜의 원래 성격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지혜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을 닮았는지. 혹은 반대인지.

ㄴ 저는 저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정도로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튀려고 하지 않아요. 그런데 많이들 튄다고 하더라고요. '4차원이다' 그런 이야기(웃음). 저는 그래도 '나를 사랑하자'는 주의에요. 나를 미워하거나 믿지 못할 때도 많잖아요. 저도 '베르테르' 이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러지 않기로 한 게 내가 연습한 시간과 나를 믿자는 생각을 가졌고 또 새로운 색깔이 나올 거란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게 있어야 무대에 설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 나를 낮추고 그런 편은 아니에요. 그게 무척 피곤해지는 일이 되더라고요. 그렇게까진 안 하려고 하고요. 어떻게 보면 못돼보일 수도 있는 거죠.

'순수의 시대' 출연한 이야기도 들려달라. 트라이아웃이었지만 첫 소극장 공연이었는데.

ㄴ 소극장 공연은 원래부터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잘 없었어요. 작은 규모의 작품은 공개적인 오디션을 볼 기회도 없는 편이고요. '순수의 시대'를 공연한 건 그간 우란문화재단에서 좋은 소극장 창작 뮤지컬을 한다는 이야기를 배우들 입소문으로 많이 들었었어요. 또 '순수의 시대' 영화를 재밌게 봤거든요. 그래서 흔쾌히 하게 됐어요. 소극장이란 점이 분명 매력적이었죠. 앞으로도 기회가 닿으면 계속 해보고 싶어요.

 

과거 장래희망이 '조수미'였다. 지금의 장래희망은?

ㄴ 너무 많아요. 여러가지 꿈이 있는데 배우로서 오랫동안 무대에 있고 싶은 게 제일 꿈이에요. 잠깐 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배우. 그런 구체적이고 독보적인. 대체불가능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자기소개 때도 이지혜라는 이름을 중요하게 이야기했는데, 이름에 애착이 많은 것 같다.

ㄴ 원래는 너무 흔해서 미워하는 이름이었어요. 보통 어디든 반에 가면 이지혜가 두 명은 있어서 '작지', '큰지'가 됐죠. 늘 제가 '작지'였어요. 그래서 '엄마. 내 이름은 왜 맨날 두 명 있어?'하고 물어보곤 했죠. 데뷔한 뒤에는 이름을 바꿀까도 했어요. 관객들에게 각인되기 어려운 이름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이름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막상 생각해 보니 내가 평생 살아온 이름을 버리고 가자니 너무 미안하고 엄마에게도 미안하고요. 엄마도 고민하고 지으신 이름일 테니까요. 그래서 사랑하기로 했고 지금은 제 이름을 사랑하고 있어요.

 

'프리마돈나'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패티'로 이룬 셈이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데 공연하는 소감이 어떤지.

ㄴ 심리적인 부담감이 너무 어마어마하고 같이 하는 강혜정 쌤, 김순영 언니가 너무 잘해서 압박과 부담이 장난 아니었어요. 괜히 내가 욕심부린 건가 했고요. 사실 무리해서 오디션을 봤거든요. 합격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러시아에 음원도 보냈어야 했거든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패티'에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너무 하고 싶다. 몇회라도 하고 싶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죠. 이도 저도 안 되면 어떡하나 했는데 결론적으로 잘 올린 것 같아서 몇회 안 남았지만, 큰 부담 속에서 매회 최선을 다해서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씬을 하는 순간만큼은 제가 정말 프리마돈나가 된다고 상상해요. 그럼 그 에너지가 나와요. 그래서 '패티' 공연하는 날은 대기실에서 아무랑도 말 안하고 마치 빙의하듯 기다리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어려워요. 그냥 노래만 잘하면 되는 씬이 아니라 노래로써 작품 속 안나의 여정을 그려줘야 하는 인물이거든요. 무척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찾아 보니 '안나 카레니나' 같은 경우 노래 가사가 한글로 번역되며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ㄴ '패티' 노래는 연출님께서 성경구절에서 따왔다고 하셨어요. 러시아어로 오디션을 봐서 조금 공부했는데 지금 러시아에선 쓰지 않는 고어가 나와요. 고전적인 단어들. 노래는 결론적으로 '죽음같은 사랑'이란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번역하기 어려운 뉘앙스의 단어거든요. 그래서 맥락을 살려서 '죽음같은 사랑'이란 단어를 쓴 것 같아요.

 

사실 '안나 카레니나'는 호평받는 면도 있지만, 스토리 전개가 너무 압축됐다는 아쉬운 이야기도 듣는다. 그 결과 특히 '키티'와 '레빈'이 많이 단순하게 표현되는 느낌이 있는데.

ㄴ 그렇죠. '키티'나 '레빈' 같은 경우에는 전 씬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1년 후. 몇년 후 이런 식이어서 그 안에 걸 다 쌓아놓고 나가야하니까요. '안나'랑 '브론스키' 이야기하기에도 바쁜 시간이고요. '키티'와 '레빈'을 더 보여주면 좋겠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최대한 등장할 때 쌓여있는 드라마를 생각하고 감정을 내포하고 나가긴 하지만, 관객이 봤을 때 너무 빠르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뮤지컬의 특성상 네다섯 시간 공연해서 이걸 풀어낼 순 없으니까요. '왜 이렇게 함축됐지?' 라고 생각하시기보다는 대사 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 드라마가 계속 표현돼요. 음악을 따라가면 극 전체를 이해하기 좀 더 쉬울 것 같아요.

하지만 원작 소설에선 '키티'와 '레빈'의 중요성도 높고, 이 작품에서도 둘의 서브 플롯이 흘러가고 있다.

ㄴ '키티'는 연습할 때도 당연히 서브로 보이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연습했어요. '마주르카' 씬이 나오기 전, 왈츠 추기 전까진 관객이 '안나 카레니나인데 주인공이 키티인가?' 의문을 품을 정도로요. '안나'가 등장할 때 '키티'도 존재감을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당연히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가겠네' 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그렇게 하지 않는데 중점을 두고 노력했어요. 영화나 소설에는 '키티'에 대한 묘사가 많거든요. '키티'가 등장하는 순간 공간이 빛나는 것 같았다는 묘사도 있고 '모든 남자의 로망'이기도 하고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잖아요. 누구는 청초한 여자를 섹시한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런거처럼 누가 봐도 브론스키는 안나에게 가는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관객에게 '너는 누구에게 갔을거 같아?' 그런 질문을 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키티'랑 '레빈'이 두 주인공의 쉬는 시간에 등장하는 커플로밖에 안보일 거 같아서요. 둘의 드라마를 쌓아가는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런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죠. 원래 소설이 딱 두 커플 놓고 쓴거잖아요. 이상적인 커플인 '키티'와 '레빈', 톨스토이가 할 수 없지만 꿈꾸는 커플인 '안나'와 '브론스키'. 그런 대비를 확연히 보여주지 못하면 안나랑 브론스키만으로 봐버리면 볼 수 있는 메시지가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최고의 장면은 '키티'와 '레빈'이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관객들 역시 그 장면에서 웃음이 나는데.

ㄴ 그렇다면 다행이네요(웃음). 안 그래도 오글거리니까 더 '오글거리게' 하고 있어요. 너무 귀엽죠. 사실 번역하기 어려운 장면이라서 우리나라 말로는 잘 안되죠. 앙상블 분들이 그 장면을 좋아해요. 대기실에서 "버…카…충? 버스카드 충전? 뭐…그…줄? 뭐 그렇게까지 줄여?" 하면서 농담하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두 사람의 '레빈'은 어떻게 다른지 상대역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면.

ㄴ 두 레빈의 색깔이 달라서 너무 재밌어요. (기)세중이는 약간 귀족같은 느낌이 있어요. 진짜 저 귀족이 저렇게 농사일을 한다고? 그런 놀라움. 정말 혁명가다. 이런 느낌이고요. (최)수형 오빠는 그 창문에 글자 쓰는 씬의 모습이 정말 '최수형' 자체에요. 너무 오빠라서 정말 진실하게 느껴져요. 찰떡같은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가장 '키티'의 장면 중 인상깊은 건 나중에 다시 '안나'를 만날 때다. 두 사람이 어떻게 그런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고 '안나'를 용서하는 게 가능할까?

ㄴ 연출님께서 주신 디렉션도 그래요. 만약 '키티'가 '레빈'이랑 행복하지 않았다면 용서할수 없었겠죠. 그러나 이젠 삶의 평안을 찾았잖아요. '브론스키를 만났다면 어떨까?' 생각한 건 알 수 없는 미래고 돌고 돌았지만, 결국 '레빈'을 만나 인생의 평화와 행복을 찾고 성숙해졌죠. 임신 초기 상황에서 마음도 안정이 됐고요. 그 상태에서 '안나'를 보니까 예전의 빛나는 모습은 없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여성. 동정심을 유발하는 불쌍한 여자가 된 거에요. 그런 모습을 여유있는 사람이 봤을 때. 경제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여유가 있는데 도와주고 싶잖아요. 그렇게 다가가면 '안나'를 볼 때 '정말 미웠지만, 용서해주고 싶네…' 그런 생각이 들 거라고 하셨어요. 만약 둘이 행복하게 잘 살고 그럼 안됐을지도 모르죠. '키티'는 '안나'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을거라고 하더라고요. 여자는 한 순간에 굉장히 여러가지 생각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키티'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화해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중 한 장면.

이제 거의 마무리 지을 시간이 됐다. 공연 중간에 쉬는 날이나 여유 있을 때 틈틈이 하는 취미 같은 게 있는지?

ㄴ 취미라고 하긴 그렇지만, 발레를 열심히 해요. 배우훈련이기도 하고 재밌거든요. 운동도 많이 하고요. 최근에 고양이 키우며 취미라는게 다 없어졌어요. 쉬는 날엔 무조건 집에만 있죠. 전 단순해요. 일, 발레, 집, 맛집? 

최근 맛있게 먹은 음식이 있다면?

ㄴ '강된장보리비빔밥'이라고 있어요. 얼마 전에 요즘 이슈라면서 (옥)주현 언니가 힘들게 그걸 몇 개 구해다 줬어요. 어제도 자기전에 먹었거든요(웃음).

마지막으로 공연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ㄴ 저희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 여러분이 느끼시기에 소설이나 영화를 접하지 않은 분들은 생소하시고 러시아 여자 사람 이름이라서 어렵게 느끼실 수 있지만, 공연 보시면 그 안에 정말 전쟁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고 정열적이고, 소소한 사랑이야기도 있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도 있어요. 그런 게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작품이거든요. 화려한 볼거리도 물론이고요. 영화나 소설을 접하고 오시면 시너지가 생기시겠지만, 꼭 다른 걸 보지 않더라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와주시면 좋겠어요. 초연 보실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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