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9일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에서 '엘마이라' 역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배우 안유진과 만났다.

뮤지컬 '올슉업'에선 무서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은 갖춘 '실비아' 역을 맡기도 한 그녀는 오는 2월 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는 '에드거 앨런 포'에서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약혼녀였던 엘마이라를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대극장급 작품에선 쉽게 보기 힘든 강렬한 사운드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포우 애호가'들을 만들어낸 마니아성 강한 작품이다. 영국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멤버이자 전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작곡가 '에릭 울프슨'이 탄생시킨 음악을 통해 객석을 압도하는 위대한 감동을 전한다. 여기에 한국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음악감독 중 하나인 23(A.K.A. 김성수) 음악감독이 '까마귀' 등의 곡을 덧붙여 완성도를 높였다.

비운의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 역에 배우 김수용, 정동하, 윤형렬, 이창섭(BTOB), 포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악한 목사 '그리스월드' 역에 배우 최수형, 에녹, 정상윤, 백형훈, 포의 영원한 첫사랑이자 구원자 '엘마이라' 역에 배우 안유진, 최우리, 나하나, 포의 아내이자 일찍 생을 마감하는 비련의 여인 '버지니아' 역에 배우 김사라가 출연한다.

뮤지컬 속에서 엘마이라는 젊고 잘나가던 작가 포와 약혼하지만 그리스월드의 계략에 빠져 아버지의 압력을 받아 그와 파혼한다. 하지만 훗날 버지니아가 죽고난 뒤 낙담하는 포의 앞에 다시 나타나 그를 일어서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초연에서는 버지니아, 엘리자베스, 엘마이라가 포의 인생에 순서대로 등장하는 여성들 중 하나 정도로 그려졌다면 이번에는 엘마이라에게 기능적 역할을 넘어서 캐릭터로서의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가 더해졌다. 여전히 작품 전체적으로 보자면 큰 분량은 아니지만, 여성 인물을 그려내는 면에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던 초연에 비하면 큰 발전이 더해졌다.

안유진은 2004년에 데뷔한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뮤지컬 '사의찬미'의 윤심덕, '명동로망스'의 전혜린 등으로 실존하는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도 연기력을 뽐냈으며 다소 뻔하게 그려질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만나도 자기만의 분위기를 통해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그녀는 얼마전 '광화문 연가'에서 정성화와 함께 '월하'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과 함께 공연계에서의 성별을 뛰어넘는 투톱 여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 2인극 뮤지컬인 '트레이스 유'에 출연하고, 2017년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에서도 성별을 크로스하는 'X stage'에 출연해 '생창'이라고 불리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를 부르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행동과 그에 걸맞는 실력을 갖춘 그녀와 나눈 이야기들.

 

우선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에 참여한 소감이 어떤지.

ㄴ 초연 때는 엘리자베스를 연기했고 재연 때 감사하게도 다시 참여하게 됐는데 다른 역할로 참여했어요. 사실 그런 결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다행히도 대표님께서 작년에 했던 여자 배역들의 비중이 적어서 살려보고 싶어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출연한 '사의찬미'를 보시고 여자 배역이 가지는 카리스마 같은 걸 표현하고 싶으셨던 거 같아요. 그런 게 잘 맞아서 다시 한번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이 작품을 워낙에 좋아했어요. 사실 작년에 공연할 땐 엘리자베스가 비중이 적어서 재연 때 다시 해야할까 고민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해야겠다 싶었어요. 팀 자체가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팀웍이 좋아요(웃음). 그래서 공연 통째로 참 즐겁게 했던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하고 싶었거든요. 연출님과 의견을 나누며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갈 때 뜻도 잘 맞았고요. 재연에서 제가 원하고 바랬던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 같아서 기뻐요.

비중이 적긴 했지만, '엘리자베스'의 '달님의 시간'도 참 좋은 곡이었다. 프레스콜 때 안유진 배우가 부른 게 영상으로 남아서 많이들 좋아했다.

ㄴ 초연 때는 그런 일도 있었어요. 한 번은 제 팬 중 한 명이 좀 지연입장을 했는데 제가 초반에 '달님의 시간' 부르고 다음 나올 때는 거의 끝날 때잖아요. 그래서 저 나오는 걸 못봐서 캐스팅표를 착각했나 걱정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초연 이후 시간이 지나니까 팬들도 처음에는 제 출연을 우려하다가 제 노래를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원했던 캐릭터가 잘 표현됐다는 건 '엘마이라'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이야기인지.

ㄴ 엘마이라는 원래 버지니아 이전에 포우(포)가 사귄 여자들 정도였어요. 사실 포우는 연애사가 화려하거든요. 인생사나 작품이 어둡고 불같고 그렇긴 하지만, 제가 그 사람을 분석했을 땐 나름대로 로맨티스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자들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거든요. 다른 시인, 작가들과도 연애를 많이 했고요. 그래선지 엘마이라가 단지 첫 약혼자. 첫 사랑을 넘어서 슬픔에 빠진 포우가 재활할 수 있게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좀 더 하게 됐어요. 포우와 영혼이 통하지 않았을까 했죠. 포우는 굉장한 천재인데 그런 포우가 좋아하고 포우를 좋아할 사람이라면 이 여자도 보통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똑똑한 게 아니고 포우도 자기 작품을 이해할 유일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랑하지 않았을까. 그런 여자였기에 포우를 다시 일으켜세우지 않았을까 하고요. 여자들이 하기엔 어려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그리스월드랑 대적하기도 하고요. 그 그리스월드와 대적하는 씬에서 보면 사실 결혼해서 영국으로 갔던 사람이 밑도 끝도 없이 찾아와서 그리스월드와 싸울 순 없으니까 저는 이런 말이 적합하려나? '간을 보러'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스월드와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보려는 거죠. 그래서 그 장면에서도 절대로 기로 밀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연습때는 화도 내보고 무섭게도 해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벌 집안의 똑똑한 여자기에 좀 더 고급스러운 모습도 보여야 했어요. 좀 더 우아하면서도 절대로 화내지 않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긴장감이 있는 느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들도 그 장면에서 보면 제가 제일 화를 안내는데 제일 무섭다고 하네요(웃음).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트레이스 유' 이후 요즘 공연계에서 뭐랄까 '성평등의 아이콘'이 된 느낌이다.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에서도 남성 캐릭터의 노래를 소화해 화제였다.

ㄴ 사실 특별히 그런 방향성을 의도하진 않았어요. 그런 역할은 '헤드윅'에서 '이츠학'부터인 것 같아요. 몇 년 뒤에 '파리넬리'에서도 '카스트라토(어릴 때 거세해서 소년이 지닌 고음역대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가수)'인척 남장한 여자인 안젤로를 맡았어요. 당시 팀에서 꽃미남이 없다보니 제가 꽃미남 역할을 했거든요(웃음). 여자가 남장하니까 '다카라즈카(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극단)'나 그런 느낌도 있어서 그걸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트레이스 유'는 당시 그냥 다음 스케줄이 비었는데 뭐할까 했는데 그때 이야기 중이던 제작자 분께서 '트레이스 유'를 공연한다고 해서 저를 시켜달라고 했어요. 의아해하셨지만 '여자가 하면 안되냐'고 했죠. 이젠 말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 남자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인터뷰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일절 안 했어요. 사실 그런 식으로 공연하는 게 외국에는 많이 있는 일인데 마치 제가 처음 한 것처럼 하는 게 건방져보일 수도 있었거든요. 또 창작 뮤지컬이고 저에 맞춰 음악도 바꿔야하고 그런 준비가 필요한 상황, 아직 무대에 오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고 자신감을 드러내면 위험할 수 있었고요.

 
 

'엘마이라', '윤심덕', '전혜린' 등 실존 인물을 극화한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전 인터뷰를 보면 실존 인물을 연기하더라도 대본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ㄴ 사실 엘마이라는 실존인물이긴 했지만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요. 그래서 작가님이 해석한 것과 제 생각을 더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보통 제작사나 연출가가 생각하는 그림과 제가 맞기에 캐스팅했을 거라고요. 실제로 살아보지 않은 인생인데 기록만으로 그걸 똑같이 할 순 없고요. 배우가 충실해야하는건 텍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전혜린도 기록은 있지만, 실제 쓴 책도 별로 없고요. 윤심덕은 스타긴 했지만, 그런 스캔들이 남은 거지 사생활이 남은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온갖 상상력과 텍스트 안에서 잘 살려보려고 하는 식이에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 과정이 궁금하다.

ㄴ 캐릭터를 만들기보단 이해하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제일 친한 친구라면'이라고 생각해요. 밖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해요. 가끔은 대본이나 이런데서 빈 곳이 많아서 행동이 이해 안 될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관객들이 보기엔 이해가 돼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보면서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고 시대극은 태도가 중요하기에 영화나 그런 걸 보면서 제가 이해하는 캐릭터에서 첨가하기도 하고요. 걸음걸이나 말투 등등요. 그러나 그건 양념같은 거고 내면에 있어서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해요. 요샌 그렇게 캐릭터를 대하는 배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김윤석 오빠가 제가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할 때 연출 겸 조연출이었어요. 그때 오빠의 연기가 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오빠가 무슨 아침드라마를 나오는 걸 봤어요. 드라마라는 게 '쪽대본'이라고 할 정도로 대본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인물의 내면이 보이지 않고 캐릭터적으로만 표현될 수 있었는데 윤석 오빠는 불쌍한 척하거나 그런 게 아닌데도 사람들이 연기를 보며 무척 공감하고 동정하더라고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가 오빠의 분석이 맡은 캐릭터를 이해하며 파고든 게 아닐까 했어요. 그리고 심리학 책같은 것도 가끔 봐요.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데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되니까요. 또 노래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어요. 뮤지컬에서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고 대사인데 그게 고조돼서 노래로서 표현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노래로 표현한다는 게 배우가 110% 이해하고 정말 잘 표현해도 관객들이 사실 70%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밖에서 연기를 볼 때 어떻게 보일 건지. 극 안에서 상대배우가 날 어떻게 봐야 내가 어떻게 연기하고 연출님이 생각하는 그림대로 갈 수 있을 건지. 그런걸 고민해요.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게 악역을 맡으면 참 잘할 것 같다. 보통 극에서의 악역은 악역이지만, 그 인물을 관객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나.

ㄴ 저 악역한 적 있었어요. '프랑켄슈타인'에서 1막에선 성녀같은 인물이지만, 2막에선 남자보다 더 잔인하고 악마같은 노예장을 했거든요. 그런데 무척 재밌었어요. 연습할 땐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외엔 악역을 딱히 해본 적이 없긴 하네요. 저 만약 '그리스월드' 이런 캐릭터 시켜주시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웃음).

안유진의 '그리스월드'라니 정말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하며 느낀 게 이렇게 무대에서 살아남고 활동하는 여배우들은 참 실력이나 가진 게 많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내거나 하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운 느낌이다.

ㄴ 여배우들은 정말 가진 게 많아서 표출하고 싶은 게 많은데 아무래도 분위기상 여자들이 더 말조심 해야하는 그런 게 있고 또 배우들은 말실수를 한 번 하면 오해사기도 쉽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런 캐릭터를 좀 유지해서 그런지 같은 이야기를 해도 제가 하면 좀 더 웃고 넘겨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물론 후배들에겐 '하루이틀 걸린 거 아니다'라고 조언해주기도 하죠(웃음).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에 정말 악한 게 있어서 이야기를 하면 그게 티가 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고 그냥 하는 이야기는 나쁘게 봐주시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 동시에 '올슉업'의 '실비아'를 연기하고 있다. 어떤 인물인지. 제가 느끼기엔 1막 엔딩 때 키스 받은 뒤의 모습이 무척 러블리했다(웃음).

ㄴ 러블리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실비아'는 어릴 때 일찍 아이를 가졌지만, 남자는 도망가서 로레인을 혼자 키우는 '센 캐'거든요. 저도 애엄마 같은 역할을 '에드거 앨런 포' 때 처음 했지만 그땐 포우를 낳자마자 죽은 인물이라서 한 거였거든요. 반면 실비아는 완전 다 큰 딸이 있는 아줌마라서 '이거 괜찮을까?' 했는데 분석이라기보다 그냥 대본 읽다보니 그냥 '안유진'이란 느낌이었어요. 성격이 너무 잘 이해돼서 정말 편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다만 'There's Always Me'. 그 노래는 정말 '잘' 불러야 돼요. 그 노래 때문에 저를 필요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슬슬 이런거 해야되지 않겠어?' 하길래 경험도 삼고요(웃음). 사실 같은 역인 김나윤(김희원) 언니가 너무 재밌거든요. 거기선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 해야하는데 언니 성격이 워낙 따듯해서 그 맛이 안나서 저는 저 나름대로 캐릭터를 재밌게 바꿨어요. 로레인이 '우리 엄마 좀 무섭지? 동네사람들 다 무서워해' 그런 대사가 있는데 정말 다들 무서워해요(웃음).

 

이야기 중간에 팬들 이야기도 있었는데 팬들과 관계가 깊은 것 같다.

ㄴ 본지 오래 됐고 제가 언니기도 해서 제가 먼저 편하게 대했더니 같이 '막' 대해주더라고요(웃음). 그런데 팬들이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게 좋아요. 공연하고 나서 '어때?' 하면 '재미없다'고 해주기도 하고(웃음).

공연 중간에 쉬거나 할 때 즐기는 취미가 있는지?

ㄴ 중간에 책을 읽거나 하면 오히려 캐릭터에 방해돼요. 캐릭터가 아닌 다른 거에 몰입하면 안돼서 퍼즐게임 정도가 다에요. 음, 정말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그냥 취미라면 호러영화, 좀비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미드(미국 드라마), 일본 만화도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만화는?

ㄴ '은혼' 좋아해요. 좋아하는 캐릭터는 엘리자베스. 야마자키. 아, '천체전사 썬레드'도.

'에드거 앨런 포'와 '올슉업' 이후 차기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ㄴ 아마 대명문화공장에서 콘서트를 할 것 같아요. '송포유' 만드신 분께서 올리는데 이번이 여자 배우로서는 최초가 될 거라고 하셨어요.(*26일 현재 대명문화공장 개관4주년 기념콘서트 FACTORY라는 이름으로 현재 최수진 배우와 함께하기로 2월 25일 공연이 예정됐다)

많은 인물을 연기했는데 아직 해보고 싶은 게 있는지.

ㄴ 누군가 기획해서 만들어주신다면 '잔다르크'를 꼭 해보고 싶어요. 행적을 보면 남녀를 떠나서 사람. 단지 성별이 여자인 역할이고. 내가 여자기 때문에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런 게 아니라 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런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는 그런 게 많은데 여자는 그런 역할이 드무니까요. 머리를 확 자르고 그러고 공연 해보면 좋겠는데 아직 뮤지컬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만나기 전의 이미지는 어떤 남성적인 모습, 혹은 성 역할을 전복시키는 역할이 주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생각 역시 일종의 '프레임'에 갇혀있던 것 같다. 그저 자유로운 영혼이란 느낌이 든다(웃음).

ㄴ 사실 저는 딸 많은 집 둘째고 고향이 경상도라서 어릴 적부터 목소리도 크고 그래요. '작은 아씨들'에서도 '조'를 보면 그렇죠. 제 친구들도 딸 많은 집 보면 둘째가 그래요. 그러다보니 특별히 '내가 이렇게 행동해야지' 라기보단 그냥 성격인 것 같아요. 저도 데뷔하고 초반에는 겁도 나고 조심스러우니까 제 정체를 안보여줬는데(웃음) 편해지면서 주변에서 저라는 사람을 알게 돼고 '이런 역도 시켜보자' 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능동적인 이미지가 아닌, 수동적이거나 러블리한 이미지 역시 발산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ㄴ 저 그런 역할 많이 했었어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돈 주앙'의 마리아. 돈 주앙이 첫눈에 반하는(웃음) 그런 역할이고요. '대장금'도 했었고 주변 사람들이 보면서 놀라는 그런 역들이요. 지금 역도 그런 선상에 있긴 하지만요. 러블리한 이미지, 그런 면도 있겠죠. 남편에게 물어보면 있을 수도 있죠(웃음). 그래서 그런 역들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려고요.

 

마지막으로 팬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남성분들이 공연을 여성들의 문화라고 생각하시는 경향들이 있는데 공연장에 많이들 찾아와주시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워낙 실력 좋은 여자 배우들이 많거든요. 제가 10년만 늦게 데뷔했으면 이렇게 주연을 맡지 못했을 거에요(웃음). 많이 오셔서 공연 봐주시면 여배우들도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전 혹시 가끔 남자분이 제 싸인받겠다고 하시면 정말 고맙고 기뻐서 한 번씩 안아드리는데 그럼 그 다음부턴 안오시더라고요(웃음).

마지막까지 농담을 잊지 않던 안유진은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실력 그 이상의 모습이 있었다. 시대극에서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던 이야기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삶의 '태도'가 느껴지던 그 모습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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