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017년 12월 27일 오후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 역할을 맡은 강찬, 정휘 배우와 공연이 열리는 백암아트홀 주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비밀리에 연애를 하고 있는 두 남학생 피터와 제이슨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랑, 현실 앞에서의 고민과 방황, 갈등을 담아 낸 작품이다. 한국에선 2015년 초연, 2016년 재연을 거쳐 2월 25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삼연을 맞은 '베어 더 뮤지컬'은 '피터' 역에 윤소호, 강찬, 정휘, 제이슨 역에 고상호, 임준혁, 노윤, 아이비 역에 양서윤, 허혜진, 맷 역에 이동환, 도정연, 신부 역에 제병진, 샨텔수녀&클레어 역에 정영아, 도율희가 출연한다.

 

강찬과 정휘, 두 배우에게 '피터'는 꼭 만나야만 했던 역할처럼 보인다.

드라마 '몬스타', '블러드', 뮤지컬 '화랑', '정글라이프', '더 픽션', '오디션' 등으로 이어지는 강찬의 커리어는 아직 공연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보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정휘 역시 지난해 '꽃보다 남자 The Musical', 연극 '모범생들' 등을 거쳐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베어 더 뮤지컬'에 합류했으나 대학로의 공연 마니아가 아닌 대중들에겐 아직 '팬텀싱어'에 나온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으로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학교 킹카인 제이슨과 사귀면서 적극적으로 커밍아웃을 고려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두려운 연인 제이슨으로부터 커밍아웃을 거부당하면서 자신을 숨기며 지내야 하는 것으로 인한 마음의 괴로움을 겪는다. 그런 반면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른스러운 면도 갖춘 '피터'는 두 사람이 연기하기에 앞서 정원영, 윤소호, 이상이, 손승원, 박강현이 맡았던 역할로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역할이다.

그렇기에 빼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을 모두 선보여야 하는 '피터'는 두 배우가 잘 소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아니 꼭 잘 소화해야만 하는 그런 역할일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사람, '타인'의 감정을 함께 나누고 전할 수 있는 게 바로 배우가 해야하는 역할이 아닐까 싶어서다.

 

※이 인터뷰에는 '베어 더 뮤지컬'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베어 더 뮤지컬' 공연 중인 소감을 들려달라.

ㄴ 정휘: 지금 작품 두 개(여신님이 보고 계셔, 베어 더 뮤지컬)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장기 공연들을 해본 적도 처음이고 겹쳐서 한 것도 처음이라서 정신이 없었어요. 연습할 땐 더 그러다가 공연에 들어오면서 조금 안정을 찾았죠. '베어 더 뮤지컬'은 공연 시작한지 아직 한 달이 채 안돼서 공연 할 때마다 신선하거나 새로운 걸 찾기도 해요. 장기 공연을 하다 보면 어떤 딜레마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있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거 없이 재밌게 하고 있어요. '피터'는 또 셋이라 매일 매일 하지 않고요.

 

ㄴ 강찬: 뮤지컬을 몇 작품 해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높은 관심과 집중을 받는 건 처음이거든요. 겁도 나고 그랬어요. 기존에 많은 사랑 받은 작품이기도 해서 내가 잘못하면 어쩌나 싶었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다행이고 아직 한 달도 안 했다는게 좀 놀랍지만요(웃음). 처음에는 긴장이 좀 더 많았다면 최근에는 더 여유를 가지면서 새로운 걸 찾아가고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장기 공연이다보니 새로운 걸 찾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매일 봐도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ㄴ 강찬: 기본적으로 매일 매일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며 공연하기 위해 노력해요. 공연이 지닌 본래의 감동을 온전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런데도 관객분들께서 이 날은 공연이 어땠다거나 이 날은 이런 장면에서 어떤 의미를 두고 행동했느냐고 여쭤보시면 그 당시에는 의도적으로 계산한 행동은 아니었는데도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왜 그렇게 했을까? 무슨 감정이었을까? 하면서 그런 생각을 더 깊게 가지는 것 같아요.

'베어 더 뮤지컬' 이후의 시간을 그려본다면?

ㄴ 강찬: '관대(관객과의 대화)' 때도 '피터'가 이후 어떻게 될지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는데 저는 구체적인 이후를 생각해두진 않았었는데요. 정휘는 '농부가 될 거다. 열심히 땀흘리며 돈 많이 버는 농부가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특별히 농부인 이유가 있는지?

ㄴ 정휘: 밭일이 고되잖아요. 제이슨과의 일을 잊기 위해 몸이 힘든 일을 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후사는 사실 열려있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ㄴ 강찬: 그래서 그런 질문이 좀 조심스러운 게 관객분들께서 보고 느끼신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베어 더 뮤지컬'은 신인 등용문으로도 알려져있다. 이번에도 신인들이 많은데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어떤지. 배우들 연령대도 비슷하다.

ㄴ 정휘: 연령대가 비슷한 배우들이 모이면 서로의 것을 좀 더 자신 있게 펼치는 것 같아요. 내 생각이 설령 맞지 않더라도 일단 해보고 이후 디렉션을 받으며 주고 받는 게, 연령이나 경력이 부족한 배우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무작정 뿜어내는 거요. 사실 선배님들이 계시면 그런 걸 보여주기 민망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젊은 배우들끼리 있을 때 나오는 에너지가 무척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 너무 가다보면 통제가 안되고 방방 뜨는 느낌도 있고요(웃음). 그런 과정에서 창작진의 제어가 잘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작품은 그런 에너지나 모습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ㄴ 강찬: 사실 '피터'와 '제이슨' 외에도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사랑받는 작품이잖아요. 그래선지 분위기가 특별히 선후배로서 엄격한 관계가 생기기보단 전체적으로 같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이번에는 연습실에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못하게 했어요. 내가 뭔가 시도했을 때 잘 안되는 게 있으면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수하면 '기분 좋습니다'라고 해야했어요. 

ㄴ 정휘: '죄송합니다' 다섯 번 쓰면 탕수육 쏘기도 했고요. 결국 아무도 안쐈지만(웃음).

ㄴ 강찬: 그러다보니 경험이 적은 배우들도 좀 더 개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대부분 작품에서 계속 막내뻘이었는데 이번 팀에선 '중간'을 담당하게 됐다. 선후배 배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는지?

ㄴ 정휘: 작품의 특성이라 그렇지 다른 곳에선 여전히 막내지만요(웃음). 이렇게 동생 많은 작품을 해본 적 없어요. 항상 막내만 해오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있는 게 어색하다고나 해야할까요? 그래서 좀 어린 친구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게 커요. 동생들에게도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 스타일이죠. 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요(웃음). 다행히 동생들도 제게 편하게 장난치는 거 보면 그런 느낌도 없었고 저도 특별히 중간이니까 어떻게 해야지보단 그냥 '다 같이 재밌게 해보자' 했던 것 같아요. 형들도 편하긴 하지만, 오히려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과 있으니까 어린 친구들에겐 더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재밌게 지낸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위치니까 누군가를 도와야지. 배우들끼리는 그런 게 좀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마음은 도와주려고 해도 어떻게 보면 간섭이 될 수 있잖아요. 연기적인 부분은 사람마다 성향도 다르고요. 저보다 더 선배들도 그런 걸 무척 조심스러워하시고요. 저도 그런 걸 봐서 그런지 후배들 모습을 지켜보고 하는 걸 잘 받아주는 게 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반대로 제가 형에게 많이 물어본 것 같아요.

ㄴ 강찬: 같이 고민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전 그게 좋았어요. (윤)소호도 그렇고 (정)휘도 그렇고. 저희가 삼연인데도 수정도 많아서 *텐투텐(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는 연습)을 빨리 시작했어요. 그런데 둘은 다른 공연도 하는 중이라 왔다갔다하고 그래서 연습 과정을 공유해야하는 과정이 많았고 거기에서 서로 의견도 많이 이야기하게 돼서 좋았어요.

정휘 배우는 고등학생 전문 배우로 거듭났는데(웃음) 어느 학교 교복이 가장 예쁜가.

ㄴ 정휘: '베어 더 뮤지컬'은 사실 다들 다른 디자인이 옷을 입어서 이 학교 교복인지 내 옷인지 싶고요. 'F4' 시절에는 교복을 아예 안 입었고요(웃음). '모범생들'은 '수트핏'이 좀 있어서 멋스러움이 있었고, 배경이 90년대여서인지 단색의 올드한 교복이면서 정장 같기도 한 느낌이고요. '베어 더 뮤지컬'은 요즘 시대의 교복 같은 느낌. 어느 교복이 더 이쁘다기보다는 장르가 다른 것 같아요. 지금 입고 있는 교복은 멜빵도 있고 좀 더 '학생미', '소년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종연을 앞두고 있는데 소감이 있다면.

ㄴ 정휘: 공연이 정말 힘들어요. 진짜 끝나고 나면 극장에서 샤워하고 나와야 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작품인데요. 거긴 나이대가 엄청 다양한데도 또 형님들과 너무 잘 어울려서 제가 생각해도 이상해요(웃음). 예전같으면 말도 못 걸 분들인데 저도 너무 편하게 대하고 편하게 대해주시는 거 보면 신기해요. 형님들이 연습하는 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할 때마다 힘들지만, 재밌어요. 거기는 끝날 때 '고생하셨습니다' 하면 혼나거든요. 고생 안하고 재밌었다면서요. 그래서 '오늘도 재밌었습니다' 하고 끝나요. 다 같이 전우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공연할 땐 너무 힘들고 죽겠다고 하는데 끝나고 나면 남은 회차가 소중해지는 작품이라서 너무 좋아요.

ㄴ 강찬: 저도 휘가 공연할 때 보러 갔는데 재밌더라고요. 저는 원래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품을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제게 '순호'가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휘 이상으로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요(웃음). 내가 아는 사람인데도 너무 귀여워서 객석에서 막 소리 지를 뻔 했어요.

'베어 더 뮤지컬'도 힘든 작품인데 체력적으론 어떤지.

ㄴ 강찬: 사실 '베어 더 뮤지컬'은 체력보단 정서적으로 소모가 심한 작품이라서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해요. 동선이 뛰어다니거나 그런 건 많지 않지만, 다루는 내용이 깊어서 감정적으로 소모가 큰 작품인 것 같아요.

 

'베어 더 뮤지컬'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 대한 대부분의 시각은 작품 전체를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것 같다. 기자 역시 그러했다.

ㄴ 강찬: 저는 초재연을 다 못 봤어요. 그냥 동성애를 다룬 작품 정도라는 것만 알았죠. 또 젊은 남자배우들이 많이 하고 싶어하는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리딩했을 때 정확한 내용을 처음 알았어요. '제이슨'이 죽는 것도 나중에 알았어요. 보통은 처음 생각엔 '피터'가 죽을 것 같은데 '제이슨'이 죽는다고 해서 놀랐었죠.

ㄴ 정휘: 저는 재연 때 공연을 봤었어요. 서경수 배우와 성두섭 배우 공연을 봤었는데 그때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 같은 게 자리잡고 있지 않고 그냥 막연히 열려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이슨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어요. 당연히 사귀는 걸 숨겨야할 것 같고요.

ㄴ 강찬: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우리가 하면서도 '피터가 왜 이러지?' 이런 게 생기고요.

ㄴ 정휘: 그런데 작품에 참여하게 되면서 '피터'가 그동안 살면서 느꼈을 불안감과 자아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가. 자신을 꾸밈없이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피터'가 너무 마음 아프고 짠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가진게 많고 잃을 게 많은 '제이슨'이 사랑스럽지만,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너무 사랑하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생겼어요. '피터'가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고, 그러나 자신이 가야할 길을 뚝심있게 걸어가는 모습이 매력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공연을 처음 봤을 때랑 제가 직접 하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어요. 공연 봤을 때는 그렇게 슬프지가 않고 '안타깝다' 정도였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리딩하는데 '피터' 대사를 읽으며 너무 슬프고 정말 연인이랑 헤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대사도 다 연인이 헤어지는 이야기니까 공감되고요. 그 슬퍼하는 모습이 너무 스스로도 신기하더라고요.

 

이 작품이 남자 배우들이 쉽게 가지기 어려운 성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변하게 해주는 것 같다. 사실 여전히 주변에서 실제로 그들을 만나긴 너무 어려운 사회기 때문인 것 같다.

ㄴ 정휘: 생각이 변했다기보단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주변에서 접할 수도 없고 몰랐어요. 생각 자체가 없었죠. SNS에서 보이는 것들에도 내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냥 무심했거든요. 그런데 말 그대로 좀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고, 그냥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뿐인데. 이걸 잘못이라고 하는 세상이 안타깝더라고요. 작품을 통해서 인생에서 새롭게 배운 게 생긴 것 같아요. 역할로서도 몰입하게 되면서 사실 그 마음을 전부 다 이해하진 못해도 그들이 어떤 것 때문에 이런 운동이나 저항을 하는지 약간은 이해가 된 것 같아요. 무슨 이유든 간에 자신을 숨기면서 산다는 게 정말 힘들고 아프잖아요. 그걸 아무런 허물없이 바라봐줄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그게 안타까운 것 같아요.

ㄴ 강찬: 그런 것 같아요. '인지'의 부분. 저는 그게 변화의 큰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에 관심 없이 막연히 지나치던 것에도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거나 하는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공연을 하면서 소수자들의 심정을 느끼기 위해 좀 더 기사를 찾아보거나 했는데 그들도 특별히 다르지 않더라고요.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가 동성애자라는 건 모두가 알잖아요. 그러다보면 '동성애자의 특징'을 찾아서 연기해야겠다 이런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데 인터뷰 등을 찾아보니 그런 게 없이 그냥 평범한 개인이란 걸 알았고 그래서 대본에 집중해서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동성애자처럼 보여야지' 이런 면을 더 버리려고 하게 된 것 같아요.

ㄴ 정휘: 저는 '베어 더 뮤지컬'이 동성애자인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모든 사람들.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아이가 동성애자인 엄마의 모습.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는 그 모습과 종교라는 특수한 설정이 있지만 그걸 떠나서도 학교에서, 사회에서 바라보는 커밍아웃한 사람에 대한 시선들. 그로 인해 얻는 좌절과 절망. 그런 모습들이 이 작품에선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눈물나게 하는 것 같거든요. 정말 이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보듬어준다? 보듬어준다는 표현도 이상하고 그냥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잇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전 사실 모태신앙인데 오히려 교회다니는 분들이 이걸 더 보시면 좋겠어요.

 

'베어 더 뮤지컬'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연극이나 뮤지컬, 매체에서 다양한 연기를 해온 두 배우인데 자신들을 소개한다면.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의 활동을 할 생각은 없는지.

ㄴ 강찬: 사실 '배우'라고 저를 소개하긴 하지만 그게 사실 무게감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말이에요. '배우'라는 말을 입에서 떼는 순간에도 가슴에 계속 '내가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게 있어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ㄴ 정휘 - 저도 다른 걸 할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시작을 뮤지컬로 했으니까요. 언젠가는 그냥 '배우 정휘'입니다. 해보고 싶고 모든 걸 아우르고 싶은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ㄴ 강찬: 여담이지만, 사실 제일 멋있는 건 그냥 '강찬'입니다. 이건 거 같아요(웃음). 그렇게 소개되길 희망합니다. 사실 얼마전 고스트컴퍼니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가수 강찬입니다'라고 했는데 너무 민망하더라고요. 굳이 연기라는 범주 내에서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저는 공연이나 드라마나 이런 것들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마전 첫 싱글(바람 좋은 날)도 나왔고 그걸 스타트 삼아 음악 활동도 계속 할 거거든요. 제가 잘할 수 있고 팬 분들께서 좋아하실 수 있는 부분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누구나 잘하고 싶거나 잘하는 것도 있다면 잘 못하는 것에 대해서 도전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런 게 있는지.

ㄴ 강찬: 사실 '베어 더 뮤지컬' 오디션이 두 번 떴어요. 처음엔 지정안무가 있는데 제가 춤을 정말 못 추거든요. 저는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있잖아요. 못하는 건 과감하게 포기하자 생각해서 그땐 지원하지 않았어요. '하지 말라는 거구나' 해서요. 그랬다가 다음 번엔 지정 안무가 사라져서 '일단 할 수 있으면 도전하자' 해서 지원하게 됐죠.

ㄴ 정휘: 저는 뭘 해보다가 잘 못하는 게 생기면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최대한 맞서려고 하는 것 같아요. 못하는 거여도 하다보면 되지 않을까요? 아직까진 하다보면 되더라고요. '짜잔이형'(*그는 EBS 교육프로그램에 출연했었다) 이런 건 도망치겠다 생각했으면 못했을 거에요. 25살 때였는데 아직 난 많은 걸 할 수 있는 나이고 도전할 수 있기에 맞서보자고 했고요. 덕분에 너무 많은 도움이 됐고 결과적으로 배우로서도 성장했거든요.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 해봐야지' 하시잖아요. 이걸 듣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배우로서 도움이 됐었는지.

ㄴ 정휘: 애기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틀리고 NG내고 어린이 연기를 또 해야하는데 어렵거든요.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자연스러워지고요. 못한 것도 도전해보자. 그러다보면 답을 찾지 않을까 싶어요.

ㄴ 강찬: 배우들이 다양한 역에 대한 욕심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배우들은 좀 변태같은 게 있어요(웃음). 작품을 하는 것 자체는 너무 행복한데 그 전까지의 과정은 마냥 좋진 않거든요. 긴장과 많은 걸 이겨내야 하고 찾아가야 하고요. 그 과정이 괴롭기도 해요. 무대 위에서도 공연하는 순간이 사실 '무대에 있어 너무 행복해'보다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많은 요소들과 부딪혀가는 과정이니까요. 근데 그 괴로운 걸 하고 싶고 행복하다고 하는 게 변태가 아닌가 했는데 언젠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많은 배우들이 공감하더라고요.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많아보인다.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ㄴ 강찬: 하고 싶다고 다 시켜주는 거 아니니까 편하게 바랄게요(웃음). 전 (정)휘가 한 거처럼 돈 많은 왕자님 역할 해보고 싶어요. 그런 거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언제 그렇게 살겠어요.

ㄴ 정휘: 그런데 그게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의 처량함과 공허함이 있어요(웃음). 내가 나를 부자라고 믿고 하는 건데, 가끔 현실이 와요(웃음). 그렇지만 무척 재밌었어요. 모두가 날 부자로 봐주고. 누가 날 소개하는데 '대저택에 살고'…

ㄴ 강찬: 그런 거 하고 싶다고(웃음).

ㄴ 정휘: 정말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이런 점에 있어선 찬이 형 말대로 제가 잘할 수 있는 역을 잘 해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음악하는 사람은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잖아요. 배우도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부활의 김태원 씨가 티비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왜 다양한 음악을 하지 않느냐. 매번 비슷한 음악을 하시냐'고요. 그러니까 그분이 '다른 음악은 다른 가수한테 가서 찾으라. 가수는 너무 많고 음악의 종류는 너무 많은데 한 명이 다 할거라 생각하지 말고 다양하게 있으니 찾아서 들어라' 라고 하는데 무척 와 닿더라고요. 배우도 배우마다의 색깔이 있고 각자 살아온 인생에서 생기는 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제 것을 잘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날 찾아올 수 있게. 그것도 배우 인생의 큰 숙제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과 관객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ㄴ 강찬: 사실 작품과 정말 정이 많이 들어서, 공연 할 기간이 더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아쉽고 섭섭해요. 남은 기간 더 알찬 공연으로 가서 이번 '베어 더 뮤지컬' 삼연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ㄴ 정휘: 아까도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러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벌써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 빨리 와서 보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면 좋겠어요. 작품을 한 배우들, 본 관객들 모두가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데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요. 추운 겨울에 연말에 잘 어울리는 공연입니다.

 

두 사람과 함께한 인터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평소 친분이 있기도 했지만 두 배우 모두 같은 역할하는 배우들에게 종종 느낄 수 있는 라이벌 의식이나 낯선 느낌(실제로 같은 역을 하면 오히려 자주 만나기 어렵다)보다는 친구처럼, 형제처럼 다정한 '케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베어 더 뮤지컬'을 통해 생각할 수 없던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 두 배우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나고, 무언가를 새롭게 생각해갈 수 있는 배우로서 성장할 모습이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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