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공항. 이국땅에 발을 내디디는 외국인들이 보인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며 이국의 광경을 살펴보는 저 청년, 어쩐지 낯이 익다. 거리를 지나다 스쳐 지나갔던 누군가인 양 익숙한 얼굴의 청년. 그러나 청년은 한국인이 아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의 중립적인 표현이 필요하다.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청년에게 붙여줄 알맞은 이름이 생겼다. 청년의 이름은 '이방인'이다. '우리'에게서 내몰렸던.

신시컴퍼니는 2월 23일부터 3월 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창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를 공연한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나는 어떻게, 어디에서, 왜 태어났을까?"라는 뿌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국을 찾은 입양 청년, 조씨 코헨이 우연히 들어간 이태원의 바에서 만난 게이 할아버지, 딜리아와 함께 생모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2009년, 장희선 작곡가가 전수양 작가에게 입양아를 소재로 한 극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입양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어떤 인상을 떠올리게 될까. "어머니를 찾고 싶습니다." 어눌한 발음으로 모국의 언어를 구사하는, 강제된 이방인. 전수양 작가가 처음 되짚었던 입양아의 모습은 땅에서 덜어내진 뿌리가 슬픔으로 옮겨 심어진 것처럼 그늘진 것이었다.

"내가 겪지 못한, 그것도 남의 아픔일 수 있는 이야기를 작가라는 이유로 쓸 수 있을까?" 전수양 작가는 처음 극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자신이 부딪쳤던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이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태어났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인생의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입양아들의 막막함을 뮤지컬 안에서 노래로 풀어내 보고 싶었지만, 알지 못하는 고통에 대한 태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무렵 전수양 작가는 우연한 기회로 입양아 학생과 만날 기회를 가진다. 그녀는 그 학생을 통해 입양아 이슈를 순전한 슬픔 이외에,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삶으로 대면하게 된다. 가상의 대상이 직접 맞닥뜨린 삶의 모습으로 나타난 때에 그녀가 만들어낸 인물이 바로 '에어포트 베이비'의 주인공, 조씨 코헨이다.

조씨 코헨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만큼 생생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신파'일 거라고 예상되는 극에서 뜻밖의 '웃음'을 발생시키는 주역은 그, 조씨 코헨이다. 그 단선적이지 않은 흐름은 극에 진정성을 불어넣는다. 액자 속에 끼워진 사진처럼 흑백으로 전시되었던 비극은 그 웃음 곁에서 비로소, 실재하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극의 사실성을 더해주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극을 이끌어가는 두 주역 중 하나인 게이 할아버지 딜리아는 극의 연출을 맡은 박칼린이 만났던 한 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박칼린의 기억 속,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던 화려한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게이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내 극을 이루는 중심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할아버지의 웃음 뒤에 숨겨진 정체성에 대한 고민, 오랜 세월 동안 그를 괴롭혔을 핍박과 고통이 그림으로 그려졌다. 그 어떤 인물보다 조씨와 로맨스 이상의 끈끈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씨 코헨과 동행하게 될 딜리아는 이렇게 탄생했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입양아를 소재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양 청년 조씨와 성소수자 딜리아의 이야기를 결코 무겁지 않게 전한다. 하지만 실존 인물을 토대로, 실재하는 삶이 지니는 무게를 담아낸 해당 작품은 깊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작가 전수양과 작곡가 장희선 두 명의 신예 콤비가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완성한 작품, '에어포트 베이비'. 이들의 첫 비상에는 '뿌리'의 이슈에 대해, 이들의 의도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읽어낼 박칼린의 연출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넥스트 투 노멀', '리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다양한 작품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최재림이 주인공 조씨 코헨을 맡는다. 강윤석, 이미라, 황성현 등 총 7명의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입양아의 여정은 세련되고 담백한 선율 안에서 편안하게 묘사된다. 조씨의 극적인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컨트리 음악, 이태원 게이바에서의 장면을 위한 브로드웨이 쇼툰, 전라도 사투리를 녹여낸 블루스까지 다양한 음악들의 향연 또한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열망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 와 닿지 않는 창작 뮤지컬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창작 뮤지컬이 우리 가까운 곳의 이야기를 다루는 까닭이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우리 안의 이방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이 그간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웃음 속에 슬픔, 슬픔 속에 웃음을 담아내는 입양 청년의 여정에 동행해보는 건 어떨까.

문화뉴스 김미례 기자 prune05@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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