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상화 ⓒ 연극열전


[문화뉴스]
전쟁 중 두 군인이 올라간 거대한 뱅골보리수. 그곳에서 두 군인은 또 다른 전쟁을 치러내고 있었다. 지난 달 19일부터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인간의 존재와 그들이 살아내는 삶, 그리고 우리가 맞이하는 전쟁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내는 공연이 진행 중이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에서 적군의 공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가 2년 동안 그곳에서 지낸 두 군인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다. 본토에서 파견된 베테랑 군인(이하 '분대장')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지원한 젊은 병사(이하 '신병')가 '전쟁 중, 나무 위'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대립과 이해를 통해 우리의 삶이 그 자체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임을 말하며, 그 모순의 전쟁에서 진정 인간이 지켜가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지난 달 29일 예술의전당 근처 카페에서, 연극과 삶에서 전쟁 중인 배우 윤상화를 만났다. 그는 "연극에서 (나는) '저 사람이 웃는 거야, 우는 거야'라는 의문이 드는 웃음을 짓곤 한다"고 말한다. 어떤 배우보다도 호소력 짙게 연기를 수행해내면서도, 그 연기는 우리에게 알 듯 모를 듯하다. 무언가로 정의내릴 수 없고, 단지 어떤 뉘앙스나 느낌으로 그 연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감정을 제공하지 않는다. 전쟁을 피하는 두 군인이 삶을 '버티기' 위해 또 어떤 전쟁을 치러내고 있는지, 배우 윤상화의 깊은 이야기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연극 '미국아버지'에서 '빌' 역을 맡았던 윤상화 배우 ⓒ 극단 이와삼

배우 윤상화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연극 '미국아버지'에서의 강렬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ㄴ 배우는 미술가나 음악가 같은 여느 예술가들처럼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선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선택을 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포지션 자체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아버지'는 예술가로서의 내 목소리와 작품의 목소리가 일치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전념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번에 출연하고 있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거대한 뱅골 보리수에서 전쟁을 보내는 두 군인의 이야기다. 윤 배우가 맡은 분대장 역은 극에서 신병의 담요를 뺏고, 담배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세우는 등 이기적인 선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군대 선임의 모습을 리얼하게 잘 표현한 듯하다. 군인 역할을 맡으면서 본인의 군 시절이 떠올랐을 것 같다.
ㄴ 글쎄(웃음). 나는 출퇴근을 했다. 내무반 생활을 안했기 때문에 혹독한 군 생활을 체험해보지 않았던 편이다. 다른 이들에 비해 군대의 불합리를 뼈저리게 겪은 바가 없다. 그 장면을 현재 군인들의 모습에 비춰봤다는 것은 내게는 새롭게 들리는 해석이라 재밌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은 굉장히 인간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분대장)이 너무 멋있다거나 정말 비인간적일 정도로 끔찍하게 나쁘지 않다. 그 사람이 치졸하고 귀여워 보였다. 참 인간적이지 않나. 그 인간적인 모습이 좋았다.

 

   
지난 달 29일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윤상화 배우 ⓒ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극중에서 분대장은 '맞은편에 보이는 기지'를 익숙하게 생각하고, 신병은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 윤상화란 사람은 누구와 더 비슷한지 궁금하다. 현실에 잘 적응하며 어우러지려고 하는지, 아니면 내면에 존재하는 목소리를 굽히지 않으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인지.
ㄴ 앞서 작품과 배우의 목소리가 만난다는 얘기에 대해 언급했다. 꼭 만나지 않더라도 배우들은 작품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말이다. 그런 면에서 방금 얘기한 분대장에 대한 해석에 나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극중에 "섬이 텅 비었다. 주민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밤이면 혼자 죽어도 좋다고 눈을 감지만, 또 미적지근한 아침을 맞는다"라는 독백이 덧붙여진다. 이 대사에서 잘 드러나는 것이 분대장의 입장이다. 분대장은 이곳(현실)에 물들어간다기보다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낄낄거리긴 하지만 그에겐 괴로움이 있다.

2장에서 유희적으로 보이는 그 '낄낄댐'이 사실은 그의 '속울음'이지는 않을까. 분대장은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운다. 그리고는 '이제 나는 여기서 죽겠구나' 혹은 '포로로 끌려가겠구나' 등에 대한 미래의 일을 염려하게 된다. 그런데 죽음이 어떻게 그리 쉬울 수 있나. 살고 있으면서도 사는 것이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분대장이 담배 몇 개비 더, 담요 더 따뜻해 보이는 것을 가지려는 것. 그리고 이 음식은 맛있네, 맛없네 등에 대해 얘기하며 끔찍하게 버틴다. 그건 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에 잘 적응해나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나도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2장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장면이다. 단지 웃기기 위한 장면이 아니라, 괴로운 장면이다. 그것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 해석이고, 관객들은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고, 작가는 어떤 의도로 썼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연출님께서 내 해석을 존중해주고 계셔서, 내 해석대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극에서 (나는) "저 사람이 웃는 거야, 우는 거야"라는 의문이 드는 웃음을 짓곤 한다. 관객들이 봤을 때 일반적인 코드로 해석하기 쉽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연극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지점은 그런 부분이지 않을까.

 

   
윤 배우가 현재 출연 중인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연습 사진 ⓒ 연극열전

본인이 생각하기에 '분대장 김영민'과 '분대장 윤상화'는 어떤 점이 다른 것 같나?
ㄴ (웃음) 굉장히 많이 다르다. 해석도 많이 다르고, 외모도 다르다. 그런데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영민이가 하는 분대장의 괴로움이 충분히 보인다. 영민이는 의미를 비튼다. 그래서 일부러 말을 왜곡하고, 비아냥거리고 꼬인 사람처럼 보이게 하면서 분대장의 괴로움을 끄집어낸다. 반면, 내가 맡은 분대장은 애초에 루저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상실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분대장은 일주일동안 함께 지냈던 아내와의 에피소드를 말한다. 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나서 "아내는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나도 아내가 보고 싶지 않아"라 얘기한다. 나는 여기서 관객들이 분대장이 아내를 한없는 그리움을 엿보기 바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분대장은 사실 그 아내가 굉장히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왜 아내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분대장은 어차피 전쟁에 나가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잠자리를 하는 것 자체가 아내에게 실례라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못생긴 아내와 자기 싫다고 말한 이후, 별 이야기도 언급된다. 그러나 별 이야기가 무턱대고 삽입된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한다. 별이 하나의 그리움의 표상이 된 것이다. 마음의 결이란 것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장면은 가볍게 넘길 장면이 아니라 슬픈 장면이라 생각한다.

극단 동의 강량원 연출은 신체를 강조하는 독특한 연기 메소드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이 작업하면서 이와 관련된 특별한 요구는 없었나?
ㄴ 연출님은 배우의 해석을 거의 존중해주시는 분이다. 나와 영민이의 해석이 달라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영민이와 나의 해석 둘 다 살아있을 수 있었다. 각 배우들이 예술가로서 실현할 수 있는 부분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둘이 워낙 다르다 보니 상대 배우(성두섭, 신성민)들이 많이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다들 금방 적응해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작품 자체가 기본적으로 언어로 이뤄진 극이기 때문에, 신체에 대한 강력한 부분을 주장하지는 않으셨다. 둘(신병과 분대장)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말로 전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연출님이 극단 작품이라면 본인이 작품을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신체에 대한 강조를 보다 많이 하셨겠지만, 이번 작품은 의뢰 작업이고, 언어가 주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극단 스타일을 완강하게 추구하지는 않으셨다.

예전에 연출님과 '칼집 속의 아버지'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것도 언어가 주를 이루는 연극이었지만, 무사 역할을 맡아서 몸을 많이 썼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몸을 많이 쓰는 작품이든 아니든, 신체에 대해서는 중요시하는 분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마임 공연을 해본 적도 있고, 몸을 많이 쓰는 편이어서 그런지 연출님과의 작업이 잘 맞았다. 그런데 언어든 신체든 사람이 가진 밸런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몸은 언제나 중요하다.

 

   
ⓒ 연극열전

 

가장 애먹인 장면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던 2장인가?
ㄴ 아니다. 정말 힘든 건 마지막 장면이었다. 3장의 마지막 부분이다. 전쟁이 끝났다고 내려가자고 할 때 분대장이 느끼는 수치심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나무에서 못 내려간다고 하는 그 말에 대해, 문학을 읽는 것이라면 잘 읽으며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연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잘 와 닿지가 않았다. 그 장면은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 같은 일본만의 문화들이 복합돼 있었던 것 같다. 전쟁에서 진 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는다는 게 나한테는 바로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고 내가 이 나무 위에서 원숭이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관찰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니 그의 부끄러움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와 닿았다.

그런데 끝에서는 사실 두 군인들이 감시당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부분, 곧 '나는 이미 도망친 자였다'고 실토하는 그 부분에서의 부끄러움은 공감하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일본작가의 글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서 그런지, 전범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일본 지식인들의 고뇌가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내가 연기하는 것은 그런 지식인이 아니라 군인이었다. 그래서 아주 어렵고 힘든 고민이 있었던 장면이다. 그런데 나중에는 뭔가가 안에서 훅 생겨났다.

"뭔가가 안에서 훅 생겨났다"는 말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ㄴ 이해는 되는데, 그게 에너지로서 작동이 안 됐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내 속에서 동력을 일으켜줘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느낌, 마음으로 공감이 안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그 동력이 생겨났던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긴 하다.

 

   
ⓒ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ㄴ 끝에서 신병이 또 어려운 개념을 얘기한다. '믿는다'는 말이다. "분대장을 믿습니다. 저는 이 나라를 믿습니다"는 대사, 게다가 칼까지 들이대면서 그래도 믿냐는 물음에 "그래도 믿는다"고 대답하는 것. 신병의 믿는다는 말을 고민하면서, 이것이 '낙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인생에 있어서 아주 놀라운 태도다. 시골 섬에서 자란 신병이다. 그의 막연한 낙관이 놀라웠다. 살기 힘든 이 세상에서 낙관이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싶다. 그의 '믿는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느낌으로까지 보인다. 그리고 신병이, 자신은 그 믿는 힘으로 되돌려 받을 거고, 지켜볼 거라고 말하는 부분이 아주 강렬했다. 결국 거기서 분대장은 칼을 내려놓고 서서히 인정하게 된다.

배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배우의 길을 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
ㄴ 결정적 계기는 없었던 것 같다. 대학 때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다. 연극 동아리를 활동하면서, 연극이 어느 순간 나랑 굉장히 잘 맞고 '정말 끝내주는 일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젊었을 때 참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고통을 보지 못했다. 대학 때 친구들이 잘한다고 말했던 것에,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결국엔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웃음)

 

   
윤 배우는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에서 '스즈키 키요시' 역을 맡았다(맨 왼쪽) ⓒ 두산아트센터

올해 유독 밝지만은 않은 역할을 맡아왔다. '미국아버지',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필로우맨', 그리고 현재 공연 중인 '나무 위의 군대'까지. 윤 배우는 특유의 애절한 절규가 트레이드마크다. 그 말인즉슨 절규하는 역할을  맡을 기회가 많다는 뜻인데, 그런 역할을 자주 맡다보면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은가?
ㄴ 연습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역할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속에서 끄집어내려다 보니 속을 뒤집는다. '그의 마음과 닿아 있는 너의 뭔가가 있잖아' 하면서 내 속을 뒤집으며 찾는다. 속을 헤집고 헝클어뜨리는 것이다. 정작 공연은 그런 부분이 정리돼 있어서 괜찮다. 그리고 연습 과정에서는 나눌 사람이 없다. 연출가와 나눌 수 있기는 하지만, 연출가는 그것을 냉정히 봐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눔이 제대로 이뤄질 수는 없다. 그런데 관객하고는 나눌 수 있다. 그래서 공연하면 오히려 좋다.

나는 슬픔의 쾌감을 믿는 것 같다. 중학교 때 꿈이 만화가였다. 만화를 정말 좋아하고 많이 그렸다. 간이 만화책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그랬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쭉 학교에 있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만화방이 있었는데, 집에 가기 전에 그곳에 들려 만화를 한 시간 봤던 것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때를 돌아보면, 나를 더 행복하게 했던 것은 지독하리만큼 슬픈 만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너무 슬픈데 굉장히 상쾌했다. 카타르시스인 것 같다. 나는 비극의 쾌감을 믿고 있다. 웃긴 이야기를 계속 할 때는 괴롭다. 오히려 슬픈 것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슬픔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윤 배우는 현재 포털사이트에 극단 청우 단원이라 표기돼있는데, '미국아버지', '여기가 집이다' 등 극단 이와삼 대표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했다. 이와삼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가?
ㄴ 극단 이와삼과의 인연은 굉장히 오래됐다. 극단의 창단 공연 '차력사와 아코디언'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이후 '시동라사', '환도열차', '여기가 집이다', '미국아버지'까지 함께 했다. 이와삼을 이끌어가고 있는 장우재라는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로로 들어왔을 때 제일 처음 만난 동년배 친구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친구가 아니었던 적이 없을 정도로 오래된 친구다. 그 친구가 창단할 때 자연스레 주연을 맡았고, 창단 작업에 저절로 일조를 하게 됐다. 이와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극단 작품에 대해서도 장우재 연출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앞으로 어떤 연극인이 되고 싶은가?
ㄴ '따뜻한 냉소'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치든, 노동이든 결국 '사는 것'이다. 삶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그것에 대해 할 말은 할 줄 아는 냉소적인 것. 냉소적으로 거리를 두고 얘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다. 동시에 삶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싶다.

 

 

 


인터뷰 동안 긴밀한 소통의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배우 윤상화에게서 느껴지는 깊은 전달력과 호소력은 그가 연극과 자신의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강렬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배우 윤상화는 삶을 '버티는' 분대장의 인생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신병의 무조건적인 '믿음'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그의 낙관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 연극과 연기에 대한 명민한 반응. 이번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에 그의 인생관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는 것은 그저 비약적인 발상일 뿐일까.

윤 배우는 "배우들은 작품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고자 노력한다"고 의연하게 말한다. 그래서일까. 무대에서 진실한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있는 힘껏 외치는 그의 다음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의 목소리가 궁금한 독자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다음 달 28일까지 공연된다. 혹시 다음 목소리가 궁금한 관객이라면 앞으로 3월에 개막할 연극 '환도열차' 소식에도 귀기울여보자.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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