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서초연극협회의 강성숙 예술감독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연출의 <시집가는 날>을 관람했다.

<시집가는 날>은 공연문화를 즐기기 힘든 초, 중학생들을 위하여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서초연극협회에서 선정한 작품이다.

<시집가는 날>은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릴 만큼 그 작품성과 문학성을 이미 수많은 공연을 통해 인정받은 오영진의 시나리오다.

오영진(吳泳鎭, 1916~1974) 선생은 평양 출신으로, 평양고등보통학교(平壤高等普通學校)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시절에 ‘영화예술론’이라는 논문을 ‘조선일보’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고,

1938년에 ‘영남여성의 내방가사’라는 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작가가 되기 위해서 동경으로 건너가 동경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영화를 연구하였다. 1942년 귀국하여 숭인상업학교에 근무하고, 1945년 조선민주당 조직에 참여했으며, 1950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약칭 문총) 사무국차장에 피임되었다.

그 후 예술원 회원· 국제펜클럽회원. 국제연극인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ITI) 한국본부부위원장. 시나리오작가협회 고문.국제대학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1942년에 처녀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맹진사댁 경사’를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

선생은 안창호(安昌浩).조만식(曺晩植) 등 민족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조선인 학도지원병제에 반대하다가 일본 경찰에 피검되기도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으로 우익민족주의 정치운동을 벌이다가 월남하여 공산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사경을 헤맨 적도 있을 만큼 철저한 항일반공투사였다.

정치에서 손을 뗀 뒤로는 희곡과 시나리오, 영화평론 등을 썼으며, 오리온영화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6.25전쟁중에는 월남문인들과 함께 문총북한지부(文總北韓支部)도 만들었고, 월간 ‘문학예술’지도 운영하였다. 전쟁 직후 미국을 시찰하였고, ITI한국본부부위원장으로 유럽도 여행하였다.

대표적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의 최우수희극상을 받았고 ‘배뱅이굿’.’맹진사댁 경사’.’한네의 승천’ 등 3부작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소재의 원천으로 한 작품이며, ‘나의 당신’이나 ‘허생전’ 같은 작품은 고전소설의 현대적 재창조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초연극협회에서는 한윤섭 연출이 작품을 신명나는 전통음악과 버무려서 판소리가 어우러진 맛깔스러운 연극으로 각색해 공연을 했다.

한윤섭은 충남 온양출신으로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을, 프랑스 헨느대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극작가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 전국창작희곡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 <열린문>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을 창단한 후 2015년 극단 이름을 에이치프로젝트로 바꿨다 극단 대표인 한윤섭은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굿모닝 파파>, <만적의 난>, <아! 바그다드>, <엄마! 지구랑 놀아요>, <후궁 박빈>, '<조용한 식탁> <오거리 사진관> 등이 있다. 제11회 문학 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봉주르, 뚜>는 그의 첫 장편동화다.

2017년 대한민국 연극제 본선에 이례적으로 <성호가든>, <오거리 사진관>, <굿모닝 씨어터>가 올렸으며 극단 파도소리의 한윤섭 작 강기호 연출의 <굿모닝 씨어터>로 희곡상과 대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 연극<하이옌>으로 거창 국제연극제 대상, 2015년에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오거리 사진관>으로 희곡상과 금상을 수상했다. 2015년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에서 금상 <수상한 궁녀> 수상, 2016년에는 극단‘아시랑’과 합동 공연하여 고마나루 연극제에서 대상 <절세가인 효녀 노아> 수상했다.

우리 전통음악과 연극이 어우러지는 <시집가는 날>은 우리나라 양반사회의 멋과 전통혼례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아낸다. 극의 구조와 형식 역시 쉽고 빠르게 전개되어 지루하지 않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각색 연출되었다.

<시집가는 날>은 익살스럽고 능청스러운 서초연극협회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로 완성되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날려주며, 연극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학생들의 눈과 귀를 활짝 열어주는 즐거운 공연이다.

허영과 탐욕에 찬 맹진사는 무남독녀 갑분이를 세도가인 김 판서 댁 미언과 혼인시키기로 약속하고 우쭐댄다. 과객 차림으로 찾아온 김명정에게 신랑이 될 미언이라는 인물이 절름발이라는 말을 듣고 맹진사 집은 발칵 뒤집힌다.

궁리 끝에 맹진사는 하녀 입분이를 갑분이로 꾸며 혼례를 치르려 한다. 하지만 신랑이 멀쩡하고 잘 생긴 장부임이 밝혀지자 맹진사 집은 다시 소동이 벌어지지만 예정대로 입분이와 미언의 혼례가 치러진다.

무대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장치로 채워지고, 상수 쪽에 북을 놓고 강선숙 명창이 등장해 소리로 해설자 노릇을 한다. 전통의상이 관객의 눈길을 끌고, 전통음악과 소리 역시 관객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한다.

연기력도 풍부한 경륜을 갖춘 배우들이 출연해 완벽한 대사와 감정전달로 공연 중간 중간에 관객의 환호와 갈채가 쏟아져 나오곤 한다.

유태균이 맹진사, 한명헌이 맹노인, 김서년이 맹효원, 김민경과 이금주가 맹진사 부인 한씨, 조희민과 양소영이 갑분, 마주원이 길보, 전지혜가 이뿐이, 권세봉이 삼돌, 태준호가 김명정, 김동형이 김미언, 장용석이 근친 그리고 강선숙이 해설자 겸 소리를 해 출연자 전원의 출중한 기량의 호연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강선숙, 조연출 앙소영 김현중, 무대디자인 이금철, 의상협찬 백옥수, 음악 김은지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서초연극협회(회장 박정기)의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연출의 <시집가는 날>을 연출가와 연기자 그리고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학생들은 물론 일반관객에게도 권장할만한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건강하고 감동적인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서초연극협회의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연출의 시집가는 날
- 공연명 시집가는 날
- 공연단체 서초연극협회
- 작가 오영진
- 각색 연출 한윤섭
- 공연기간 2017년 12월 6일
- 공연장소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
- 관람일시 12월 6일 오전 11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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