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배삼식 극본, 안숙선 작창, 옹켕센(Ongkensen) 연출의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을 관람했다.

김성녀(1950~ )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배우이자 대학 교수이며 국악인이다. 마당놀이극의 대모로 유명한 그녀는 1969년 뮤지컬배우 첫 데뷔하였고 1976년 극단 민예극장에 적을 두어 연극배우 데뷔하였다.

1976년 극단 민예극장 입단, 1978년 국립창극단 입단, 1981년 국립극단에 입단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1986년 극단 미추에 입단하여 이 극단의 배우로 활동하였다. 김종엽, 윤문식 등과 함께 마당놀이극에 출연하였다. 어머니는 판소리 보유자 박옥진 명창이고, 동생은 안무가 김성일이고, 배우자는 연극배우 겸 연극연출가 손진책이고, 딸은 뮤지컬 배우 손지원이다.

1988년 KBS1 '토지'와 1990년 KBS1 '서울뚝배기' 1996년 KBS2 '아내가 있는 풍경' 등에 출연하였고, “MBC 마당놀이 놀부전”과 “한네의 승천”, “멕베드”, “죽음의 소녀”, “남사당의 하늘”등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TV 드라마, TV 마당놀이, 연극 등을 넘나들며 활동하였다. 또한 그녀는 신앙심이 두터운 불교 신자로서 수많은 찬불가를 불러서 가수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여 1990년 단국대학교 국악학과를 졸업했으며 뒤이어 1995년 중앙대학교 대학원 음악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과정이 설립되면서 교수로 영입이 되었다. 2005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 학과장을 거쳐 2007년 3월 제5대 국악대학장에 취임하였고, 음악극 전공의 교수로서 학장, 대학원장을 겸임하였다.

김성녀의 배우 인생은 천막 극장에서 시작됐다. 여성국극 스타였던 박옥진 명창의 딸로 태어나 다섯 살부터 천막 극장 무대에 올랐다. 의상 바구니에서 잠을 잤고 무대가 놀이터였다. 김성녀 예술감독은 "유랑극단 시절 무대를 세우고 허무는 것을 보면서 매캐한 극장 먼지를 먹고 자랐다.

엄마는 '예인(藝人)은 고생길이니 넌 절대 하지 마라, 차라리 너는 학교 선생님이 되라'고 하셨는데 지금 둘 다 하는 셈이다"라고 과거를 회상하였다. 제20회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했다.

연출가 손진책(남편)이 연출한 《벽 속의 요정》에서는 혼자 32개 역할을 연기한다.

배삼식(1970~)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1998년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번역극과 창작극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정극과 마당놀이, 음악극 등을 집필 공연하고, <열하일기만보>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산문학상,

<먼데서 오는 여자>로 차범석 희곡상, <피맛골 연가>로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그리고 <거투르드>로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작가다.

그는 <햄릿>을 바탕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극 <거트루드>의 극본은 물론 연출가로 정식 데뷔하여 그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1945> <열하일기 만보> <벽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최승희> <오랑캐 여자 옹녀> <은세계> <주공행장>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벌> <이른 봄 늦은 겨울> <삼월의 눈> <맨 프롬 어스> <최막심> <피맛골> <뮤지컬 도도> <단원 김홍도> 를 발표 공연했다.

싱가포르 극단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 옹켕센(Ongkensen)은 창극의 본령인 판소리를 접목해 <트로이의 여인들>을 새롭고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옹켕센 연출은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할 좋은 기회를 가지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1998년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안숙선 선생님이 춘향을 연기하는 공연을 봤다. 당시 젊은 연출가였던 나는 언젠가 꼭 창극 작품을 연출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고, 배삼식 작가가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과 장 폴 사르트르가 개작한 동명작품을 바탕으로 극본을 썼다. 작곡 및 음악감독은 정재일이 맡고, 중국 안무가 원후이도 참여했다.

트로이의 여인들(Τρωάδες, Trōades)은 에우리피데스(Euripides, 기원전 480년 이전~기원전 406년)가 트로이 전쟁을 다룬 삼부작의 세 번째 비극이다.

10년간의 그리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트로이는 도시가 함락당하고, 그들의 남편들은 살해당하고, 다른 가족들은 노예로 팔려나간 이후에 트로이 여인들의 운명을 그린 창극이다.

창극은 도입에 객석 뒤로부터 내려오는 고혼의 창에서 시작된다. 그리스의 전령 탈티비우스(Talthybius)가 등장해 폐위당한 왕비 헤쿠바(Hecuba)에게 와서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되었는지 전해준다.

헤쿠바는 그리스의 장군 오디세우스(Odysseus)에게 끌려갈 것이며, 그녀의 딸 카산드라(Cassandra)는 트로이를 정복한 장군 아가멤논(Agamemnon)의 첩이되기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과부가 된 공주 안드로마케(Andromache)는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무스(Neoptolemus)의 첩이 되도록 결정되고,

그녀의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Astyanax)는 죽이기로 결정되었다고 알려준다. 그리스의 사령관들은 이 아이가 성장하여 아버지 헥토르(Hector)의 복수를 할 것을 두려워하고, 차라리 아스티아낙스를 죽여 버리는 것이 낫다고 결정한 사실도 전한다.

헬레네(Helen)는 그녀 로 인해 트로이전쟁이 발발했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를 따라 남편 메넬라오스(Menelaus)에게서 도망쳤기에 종전 후 사형이 선고되어 있지만, 헬레네는 그리스의 총사령관이자 그녀의 전남편인 메넬라오스에게 자신의 목숨을 살려줄 것을 빌고,

아폴로디테(Aphrodite) 여신의 뜻이었다며 신의 뜻을 따랐을 뿐이라며 간청한다. 메넬라오스는 그녀를 죽이기로 마음먹었었으나, 헬레네의 전설적인 미모로 인해 결국 죽이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귀국한다.

대단원에서 탈티비우스는 왕세손 아스티아낙스의 작은 몸을 헥토르의 방패로 운반하여 다시 등장한다. 안드로마케의 마지막 소원은 그녀의 아이를 스스로 트로이의 적절한 종교적 의식에 따라 매장하는 것이었으나, 탈티비우스는 아스티아낙스의 유해를 헤쿠바에게 넘겨준다.

헤쿠바는 다시 안드로마케에게 넘겨준다. 헤쿠바는 제우스를 비롯한 모든 신을 저주하며 울부짖는다. 대단원은 도입에서처럼 고혼의 창으로 마무리가 된다.

창극을 통해서 많은 트로이 여인들은 그들을 길러준 대지의 상실을 비탄해 하며 노래한다. 특히 트로이가 일생동안의 집이자 고향이었던 헤쿠바의 경우 그녀가 오디세우스의 노예로서 끌려가기 전까지 그녀의 고향 트로이가 불타고, 그녀의 남편, 아이들, 손자의 죽음을 단순하게 지켜볼 수 없는 나이든 여인으로서 비탄을 절창으로 표현한다.

독창과 합창 그리고 연주가 우리의 한과 뼈아픈 역사는 물론 대량학살사건 그리고 전쟁경험이 그리스 원작과 어우러져 국경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세계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절찬을 받을 명작공연물로 탄생시켰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계단으로 오르는 단이 가로 놓이고, 중앙에는 여러 개의 기둥이 달린 터널형태의 조형물이 있다. 배경에는 부채를 펴 놓은 듯한 백색의 판에 영상이 투사가 되고, 터널에도 영상이 투사가 되면서 눈과 비, 불타오르는 영상, 그리고 화산의 폭발에 비교되는 구름의 영상 등이 투사된다.

오케스트라박스에는 현악기 타악기 신디사이저 등의 연주석이 마련되고, 출연자들은 백색의상과 회색의 군복에 붉은 색 견장을 달고 출연한다. 아기는 붉은색 보료에 싸여 등장하고 후에 방패에 올려 져 나온다. 조명의 변화가 극의 분위기를 변화시킨다. 배역에서 독특한 것은 절세의 미녀 헬레네 역을 남성이 대 역을 한다는 점이다.

김금미가 헤큐바, 이소연이 카산드라, 김지숙이 안드로마케, 김준수가 헬레네, 이광복이 탈튀비오스, 최호성이 메넬라오스, 고혼 유태평양 안숙선 등이 출연해 열창과 열연으로 관객으를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특히 김금미의 헤큐바 역은 1품 명연으로 기억에 길이 남는다.

 

무대 조명희, 의상 김수홍, 조명 스콧 질린스키(Scott Zielinski), 영상 오스틴 스위처(Austin Switser), 음악감독 정재일, 안무 원후이(Wenhui), 기술감독 어경준, 조연출 박수혜 그레이스 로(Grace Low) 등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어우러져,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배삼식 극본, 안숙선 작창, 옹켕센(Ongkensen) 연출의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을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터키나 그리스에서는 물론 유럽각국에서의 공연을 권장할만한 한편의 명작창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배삼식 극본 안숙선 작창 옹켕센 연출의 트로이의 여인들
- 공연명 트로이의 여인들
- 공연단체 국립창극단
- 예술감독 김성녀
- 극본 배삼식
- 작창 안숙선
- 연출 옹켕센
- 공연기간 2017년 11월 22일~12월 3일
- 공연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관람일시 11월 28일 오후 8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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