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우람, 이지현 기자]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화제의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크리에이터 세터' 코너입니다.

오늘은 '72초TV' 진경환 감독을 인터뷰합니다. '72초TV'는 (주)칠십이초의 대표 브랜드로, 유명 배우 없이 콘텐츠만의 힘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구실', '두여자', '바나나 액츄얼리' 등 웹드라마의 지평을 넓혀가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그룹, '72초TV'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봅니다.

▶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MHN 편집장·마포 FM_100.7MHz 이우람의 트렌드피디쇼 DJ)
▶ 패 널 : 김도연 PD (영상콘텐츠 컨설턴트), 정성열 작가 (SNS 캘리그래퍼·작가)
▶ 게 스 트 : 진경환 (㈜칠십이초 IP 기획 본부장)

▲ ⓒ 72초TV 유튜브 캡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안녕하세요? '72초TV'에서 감독을 맡은 진경환입니다. '72초', '두여자' 등 웹드라마 연출을 진행했다. '도루묵'에서는 주연 배우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금도 새로운 드라마 열심히 만들고 있다.

방송국 인근 홍대에는 자주 오시는지

ㄴ 술 마시러 자주 온다(웃음).

최근 근황은 어떠한가

ㄴ '두여자'의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이름부터 'dxyz'로 바뀌었다. 화려한 색감과 감각적인 느낌은 가져가지만, 내용은 달라질 것이다.

(주)칠십이초 창업 멤버라고 들었다

ㄴ 그렇다. 그 이후로, 추석에 쉰 적이 없는 것 같다.

김도연 PD와 정성열 작가, '72초TV'를 소개해 달라

ㄴ 김도연: '72초TV'가 등장했을 때 정말 신선했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던 소재·연출·편집이 존재했다. 걱정도 됐다. '신선함'이 장점이라면, 익숙해지고 난 뒤 어떻게 할까. 그러나 '72초TV'는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드라마부터 PPL 영상까지 자신만의 색을 찾아간다. '72초TV'는 '뉴미디어 옥석이 가려지는 시대'에서 '옥'을 맡고 있는 것 같다.

ㄴ 정성열: '72초TV'의 콘텐츠를 보면, 눈을 뗄 수 없다. 흡입력과 속도감을 동시에 갖췄다. '눈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그룹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MCN계의 비타민A가 아닐까(웃음).

두 사람의 평가, 어떻게 생각하나

ㄴ '신선함'이 사라진 뒤, 72초TV의 방향을 어떻게 모색할까. 그 부분을 저희도 많이 고민 중이다. 2015년 5월에 첫 드라마 '72초'를 런칭했다. 첫 번째 시즌이 끝나고 바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했다. 반응이 좋았지만, 세 번째 시즌 제작이 아닌 '오구실'을 선택했다. '오구실'은 그전까지 만든 웹드라마와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오구실'은 모든 일에 구실을 찾는 30대 흔녀(흔한 여자)의 일상을 다뤘다. 좀 더 차분하고, 감성적이다. 이전 드라마에서 강점으로 내세웠던 포맷을 포기하고, '오구실'만의 색깔을 찾았다. 한 작품이 잘됐다고 계속 그 방향만 추구하진 않는다.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것 같다.

'몰입도'라는 측면에선, 영상을 얼마나 짧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최근에는 의외로 길이가 중요하지 않았다. 초반에 흡입력 있는 사건을 계속 보여주면, 영상이 길더라도 끝까지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보통, 서사는 점진적으로 발전해 절정을 찍는다. 웹드라마의 경우 '절정 부분'이나 흡입력 있는 요소를 앞에 배치한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영화관에서 나갈 수 없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에선 채널을 돌리기가 너무나 쉽다. 지속적으로 채널을 볼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걸 고민하고 있다.

ㄴ 김도연: '72초TV'는 '마침표를 빼앗는 전략'을 쓴다. 한 문장이 끝나기 전에, 다른 문장이 나레이션으로 이어진다. 한 번 시작하면, 나레이션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다. 그게 정말 탁월했다.

72초TV,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

ㄴ 유튜브·네이버TV로 런칭되는 웹드라마는 영화 등에 비해 길이가 짧다. 첫 제작한 웹드라마가 1분 40초 정도였다. 그렇다고 '100초'라는 이름을 넣기엔, '100'이라는 느낌이 너무 흔했다. 1~100까지의 숫자 중, 신선하면서도 입에 잘 붙는 숫자를 고민했다. 그게 '72초'였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됐는데, 은행 자동응답전화(ARS) 상담원과 연결되기까지 평균 72초가 걸린다고 한다.

'72초'라는 구체적 숫자에 얽매인 적은 없나

ㄴ 그런 건 없었다. '72초'는 우리가 보여드리고픈 브랜드 느낌이다.

'두여자'는 어떤 콘텐츠인가

ㄴ '두여자'는 이름 그대로 두 여자의 머릿속 속마음을 담았다. 일상적 상황에서, 여자들이 표현하지 않는 실제 마음들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냈다.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일종의 연극적 성격을 가미했다.

'72초 데스크'라는 뉴스 포맷도 있다

ㄴ 그렇다. 실제 제보도 들어온다. 뉴스라는 포맷은, 우리에게 사건과 정보를 전해준다. 하지만 꼭 특별한 사건만 뉴스거리가 되는 건 아니다. 평범한 일상도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면 얼마든지 특별해질 수 있다. 그런 기획 의도로 '72초 데스크'를 제작했다.

네이버 독점 연재를 했다

ㄴ 프로토타입인 '72초 시즌 0'을 유튜브에 4편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 콘텐츠로 네이버 독점 연재를 하게 됐다. 회사의 방향이 잡히고 투자가 들어온 계기였다.

타 인터뷰에서 모든 콘텐츠가 잘 된 건 아니었고, 마지막으로 내세운 '72초 시즌 0'이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불안감은 없었나

ㄴ 현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아주 먼 미래까지 예상하진 않았다. 당시 편집본을 보고 만족스러웠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전공이 프랑스어다. 연출 경험이 많지 않았다고?

ㄴ 그렇다. 성지환 (주)칠십이초 대표와 공연사업을 함께했다. 연극, 무용, 멀티미디어를 섞은 공연기획회사 '인더비'였는데, 여기 멤버들이 (주)칠십이초를 만들었다. 인더비는 지금보다 조금 더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시도가 많았다.

ㄴ 김도연: 방송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72초TV'가 가능했다. 우리가 '노하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고정관념'이었던 거다.

'72초TV'만의 콘텐츠 전략이 있다면?

ㄴ 일상을 새롭고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 주목하는 힘, 그게 '72초TV'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영상은?

ㄴ 72초 시즌3 'Ep2. 어떤 여자가 나에게 아는 척을 한다'가 맘에 든다. 사실 대사 안에 저만 알 수 있는 유머 코드가 숨겨져 있다. DJ DOC '머피의 법칙'이라는 노래에 '내가 맘에 들어하는 여자들은 꼭 내 친구 여자 친구이거나 우리형 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니면 꼭 동성동본'이라는 가사가 있다. 이 가사를 참조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하늘이 용서치 않을 거예요'라고 하는 말은 DJ DOC 이하늘(보컬·랩)을 상징한 것이다.

최근 배우 역할은 드물어졌다. 이유가 있나

ㄴ 새로운 콘텐츠에 주력하다 보니, 배우 역할까지 소화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새롭게 런칭하는 'dxyz(두여자)'는 의류와 영상을 제작하는 패션 스튜디오다. '두여자' 시리즈의 색감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 브랜드로 확장할 예정이다. '(주)칠십이초'로서도 새로운 도전이다.

콘텐츠 제작 방법이 궁금하다

ㄴ 초반 '72초' 웹드라마 시리즈는 사운드트랙부터 잡고, 거기에 살을 붙여 콘텐츠를 제작했다. 각각의 시리즈는 디렉터가 작가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작가와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보편적인 방법을 몰라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게 오히려 대중에게 신선하게 와 닿았던 것 같다.

▲ ⓒ 72초TV 유튜브 캡처

(주)칠십이초가 원하는 인재상은?

ㄴ 일상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일상을 특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영감을 받는 영상이 있다면?

ㄴ 미국의 스케치 코미디쇼 '키앤필(Key & Peele)'을 좋아한다. 두 코미디언이 함께하는데, 그 영상을 보며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ㄴ (주)칠십이초 및 72초TV는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회사가 3년 차가 되다 보니,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칠십이초가 지향하는 '재미'는 그대로 추구하되, 여전히 신선하고 차별화되는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린다

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지금껏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러분도 좋아하는 일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 (링크) 72초TV 진경환 감독 인터뷰 바로 듣기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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