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모래시계'가 지난 제작발표회에 이어 첫 넘버 및 장면 공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걱정이 앞서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대연습실에서 뮤지컬 '모래시계'의 연습실 공개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뮤지컬 '모래시계'(제작 (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SBS)는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 '시대의 명작'을 위해 조광화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가 등 내로라하는 창작진들과 최고로 꼽히는 배우들이 뭉쳐 창작에 들어갔다.

태수 역에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혜린 역에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우석 역에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 종도 역에 박성환과 강홍석, 재희 역에 김산호, 손동운, 이호원, 윤회장 역에 송영창과 손종학, 도식 역에 이정열과 성기윤이 출연한다.

 

조광화 연출은 "작품의 포인트는 '청년'이다"라고 전제하며 "일종의 바람인데 '청년문화'라는 게 없어지고 있지 않나. 정치적인 투쟁을 하면서도, 사회적인 투쟁을 하면서도 그 절박함 속에서 낭만을 즐기던 어떤 젊은이의 문화가 있었다. 지금은 먹고 살기 바빠진 것 같다. 세상에서 멋진 꿈을 이루고 싶기 위해 공부하는데 정작 경제적인데 쫓겨서 힘들어 하고 있는데 이것도 어떤 면에선 시대가 청년을 배려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청년에게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자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며 '모래시계'를 통해 지금의 한국 사회를 환기시키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오는 12월 5일 첫 공연이 예정된 상황인데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배우들 대부분이 연습 중인 소감으로 공통되게 '창작의 고통'을 하소연했다. 창작 초연 뮤지컬에서는 흔히 따라오는 이야기들이지만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보니 발언의 무게가 흔한 엄살과는 달라 보였다.

 

손꼽히는 연기력으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비롯해 여러 창작 작품에서 활약한 강필석 배우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저희는 24부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 반 정도에 줄여내다 보니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할 텐데 (인물의)이야기도 들려줘야 하고. 그 지점을 계속 선생님들, 배우들과 나누며 효과적인 면을 찾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표현하다보니까 조금 점핑되는 상황도 많은데 그런 면에서 저희가 논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건 너무 과한 점핑이다 싶으면 좀 신을 추가해서 넣기도 하고, 모든 캐릭터가 긴 이야기를 잘 요리하고 있다"며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창작의 고통을 표현했다.

물론 다른 견해를 내놓은 배우들도 있었다.

최재웅 배우는 "(박)건형, (강)필석 형과 같은 역인데 두 형님들하고 연습하는 게 너무 즐겁다. 형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고, 건형이 형이 안나왔는데 너무 보고싶다"며 소신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낸 뒤 "특별한 부담은 없다. 어차피 전혀 다른 장르고 무대 위에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게 되면 좋은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쿨한 면모를 드러냈다.

 

"내겐 운명적인 작품이다. 드라마 모래시계가 없었다면 배우 김우형도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김우형 배우 역시 "오늘은 깔끔하게 메시지 전달하며 보여드릴 수 있는 장면을 선택한 것 같다. 사실 세트가 움직이고 더 재미난 안무가 표현되며 보여드릴 수 있는 여러 장면이 있는데 그건 극장에서 확인해달라. 오늘 보여드린 장면은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자신 있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 작품이 다름 아닌 '24부작 TV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TV드라마 시리즈를 원작으로 공연했던 서울시뮤지컬단의 '서울의 달' 역시 가장 고된 부분이 '긴 시간 동안 풍부하게 다뤄진 이야기'들을 어떻게 두 시간, 길어야 세 시간 안에 담아낼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는 결국 완전히 21세기를 담아낸 각색도 아니고, 온전한 '복고 감성'의 재현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를 낳았던 사례로 남았다.

다음으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은 소위 '레전드' 작품이 원작이란 점도 원인으로 보인다. 드라마 '모래시계'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부분을 설득력 있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배우들의 부담감이 특히 더해진 결과로 보였다.

▲ 조광화 연출

"힘들 것 같았는데 역시 힘들었다. 죽도록 노력했다"는 인사말로 간담회를 시작했던 조광화 연출은 이런 우려에 대해 "세계적인 뮤지컬들은 대부분 원작이 있다. 또 그 방대한 원작을 잘 요약해 무대화하는데 가장 성공한 게 '레미제라블'이라고 생각한다"며 원작이 있는 뮤지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결국 '인간'에 주목한 거 아닌가 싶다. '프랑스혁명' 하면 시대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모여 부당함과 싸우고 있는 뜨거운 모습을 보여줬다. 보편적인 상황, 공간, 조건이 있으면 구체적인 스토리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고 본다. 어떤 나라에서든 시대가 사람들을 억압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감성을 포착하려 했다"며 이 고민에 대한 현재까지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또 긍정적인 점은 작품의 제작사가 다른 조건보다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힘써 '그날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을 만들어낸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라는 점과 그런 어려움에 닥쳐있음을 솔직하게 밝히면서도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창작진과 배우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마지막 인사말로 취재를 온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지금 우리가 흥건하게 흘린 땀이 마른 바닥 위에 계신다. 그 땀을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희망한다"던 한지상 배우의 바람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는 오는 12월 5일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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