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중 동교(유성주)의 대사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그깟 고추 때문에 이럴 수 있는 게 사람입니다."

정성들여 키운 옥상 위 고추 밭. 광자는 현자의 언행에 목숨을 잃었다.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여자라는 모욕, 그리고 매일 진딧물을 맨손으로 제거하는 수고로움도 기껍게 여겼던 고추 밭을 함부로 대하는 행위. 동교는 외친다. 그 정도의 언행이면 광자를 죽이기에 충분하다고.

지극히 일상적인 옥상 위. 아주 사소한 고추 밭. 타자의 눈에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그것들이, 나에게는 절대 잃을 수 없는 삶의 필요조건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목숨을 걸고 있지 않나. 내 목숨이 사소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목숨을 감당하는 그 미세한 것들이 실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들인지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지 않는가.

초라한 것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는 방식 자체는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하다. 그러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초라한 것에서 굉장함을 발견하기 위한 작위적인 논리와 어법을 고수하지 않기 때문. 하찮은 것의 화려한 전복이 아니라, 하찮음의 역설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방식 때문.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옥상 밭 고추는 왜
   - 공연날짜 : 2017. 10. 13 ~ 29.
   - 공연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극작 / 연출 : 장우재 / 김광보
   - 출연배우 : 이창직, 유성주, 최나라, 이지연, 장연익, 김남진, 문경희, 한규남, 백지원, 문호진, 한동규, 고수희, 구도균, 이창훈, 송종현, 강주희, 박진호, 정대곤, 장석환, 김유민, 신정웅, 유원준, 한정훈, 박현

keyy@mhnew.com 사진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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