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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아연의 공연모습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관람한, 올해로 9회차를 맞이한 렛츠락 페스티벌은 정말 날씨의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 만큼 2년 연속 맑고 시원한 날씨로 관객들을 들뜨게 해 주었다.

9월이라지만 아직 쨍쨍했던 해가 뜨거움을 조금 식혀갈 때쯤 백아연의 무대로 첫 관람을 시작했다. 그녀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가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뮤직 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교감을 시도하고 있었다. 올 상반기에 히트했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로 은근히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며 40분의 공연시간 동안 귀엽고 풋풋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두번째 달의 공연모습

두 번째 달, 낯설지만 익숙한 멜로디의 감동

곧이어 뮤직페스티벌에서는 다소 보기 힘들었던 '두 번째 달'이 다음 무대를 열었다. 연주곡들이 대부분인데다가 팀의 이름이 낯설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관객들의 호응이 다소 저조해 보였다. 하지만 '바다를 꿈꾸다', '고양이효과', '궁 메들리' 등의 노래를 차례로 연주하다가 기타의 김현보씨가 쑥쓰러운 듯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소리꾼 이봉근씨가 무대에 등장하여 '사랑가'를 부르며 "우리 꿈은 관객들이 '사랑가'를 떼창 하는 것"이라고 하자 관객들은 빵 터지면서 익숙한 멜로디에 따라 서툴게 사랑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얼음연못'에 가사를 붙인 이별가까지 열창을 하자 점차 주변에서 관객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의 흥겨운 집시리듬에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곧 2집이 나온다는 애교 섞인 멘트와 함께 시작된 히트곡 메들리는 마지막 곡으로 이어지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두 번째 달의 능력을 맘껏 보여주는 듯했다.

   
▲ 어쿠스틱 콜라보의 공연모습

두 번째 달의 아쉬운 시간이 지나고 어쿠스틱 콜라보의 무대가 이어졌다. 편안하게 듣기 좋은 조곤조곤한 노래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성관객 두 명을 무작위로 뽑아 함께 노래를 하는 깜짝 이벤트를 만들었다. 두 명 중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던 남성 관객은 노래가 끝나갈 즈음, 자신의 여자친구를 향해 교환학생을 가지 말아달라고 했으나 어쿠스틱 콜라보가 오히려 교환학생은 가야 한다며 커플의 분열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이 폭소하기도 했다.

어쿠스틱 콜라보의 공연이 마무리될 때쯤 시작된 피스 스테이지의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올해 안산 락 밸리 페스티벌에서 필자에게 강렬한 화상의 추억(?)을 선사한 팀이었으나, 미운정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그들을 보기 위해 절로 잔디마당으로 스테이지를 옮겨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공연 모습

수술실 의상을 컨셉으로 입고 나온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나잠수와 김간지, JJ핫산이 서로 지지 않는 입담을 선보이며 역시나 신나는 율동과 함께했고, 시원한 날씨에도 관객들은 땀이 흥건해졌다.

   
▲ 장미여관의 공연모습

피스 스테이지에는 로맨틱 펀치와 국카스텐이 남아있어 열광적인 땀바다로 변할 스탠딩 존에 남아있고 싶었으나, 오랜만에 보고 싶은 이적과 장미여관을 위해 다시 러브스테이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로맨틱 펀치만큼 '달리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요즘 핫한 '망원동 스타' 육중완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도 그들의 신나는 노래에 맞춰 들썩이고 있었고, "참 적당하게 생기셨어요", "그쪽은 참 적절하게 생기셨네요"를 주고받는 강준우와 육중완의 멘트도 관객들을 빵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 장미여관의 공연에 깜짝 출연한 소녀시대의 써니

최근 활발하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친분을 쌓은 소녀시대의 써니가 깜짝 게스트로 출연하여 '아름다운 강산', 오빠라고 불러다오' 두 곡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90's kid의 추억을 모두와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이적의 공연
그리고 대망의 러브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 이적의 차례가 왔다. 매번 필자와는 묘하게 엇갈리던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이번 렛츠락 페스티벌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가죽자켓에 썬글라스를 쓴 '이적 오빠'가 나타나자 관객들은 엄청난 환호성으로 맞이했다.

바로 긱스 시절의 '짝사랑'으로 공연을 시작하여 패닉 시절의 'U.F.O',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 솔로 음반의 '같이 걸을까',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 '그녀를 잡아요' 까지 이적은 자신이 거쳐온 다양한 그룹의 노래들을 정성껏 하나하나 제목을 알려주며 들려주었다.

   
▲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 공연모습

이어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까지 연주한 후 건반을 치워버리고, 이걸로 충분하세요? 외치자 당연히 도리도리로 화답하는 관객들에게 '압구정 날라리', '하늘을 달리다'를 연달아 불러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고 조명이 꺼지기 시작했지만 관객들은 다 함께 '앵콜'을 외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바람대로 이적은 돌아와 아쉬워하는 관객들에게 마지막 노래로 패닉의 '왼손잡이'를 선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최근 예능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그 전까지 정말 '진지하고 다재다능한 뮤지션'의 이미지로만 각인되었던 그였는데, 이런 친절함이 그의 초기 노래를 향유했던 90년대의 추억이 있는 필자를, 나아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을 그러모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 공연 모습

1995년 패닉으로 첫 데뷔를 한 이래 벌써 데뷔 20년 차가 된 꽃보다 청춘 이적. 세월의 흐름을 느끼자니 순간 내 청춘(!!)을 외치며 조금 슬퍼지기도 했지만 그도 팬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지금의 느낌도 나쁘진 않았다. 지금 인디와 오버를 통틀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러 뮤지션과 밴드들이 모두 이렇게 십수 년 후에도 팬들과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그런 페스티벌들이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족 
뮤직 페스티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좋은 가을 날씨에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하루하루 서늘해지는 날씨에 두려워하지 말길. 아직 페스티벌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글로벌 게더링 코리아 등 장르는 다르지만 다양한 뮤지션이 페스티벌에서 당신과 함께 호흡하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효비 tanosiru@mhns.co.kr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속칭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살아가지만 스윙댄스와 뮤직 페스티벌. 각종 이벤트와 파티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재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감성포텐 터지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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