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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 혹은 고연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1년에 한 번 격돌하는 정기전은 '지는 팀 감독은 잘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대회다.

그런데 그런 2014년 정기전에서 고려대학교가 1965년 5개의 종목으로 시작한 정기전에서 사상 첫 5전 전승을 거두며 눈길을 끌었다. 축구, 야구, 럭비, 농구에서 이기고, 16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던 아이스하키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고려대학교의 놀라운 승리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바로 선수들의 몸 관리를 담당해주고 돌봐주는 서정현 트레이너다. 공교롭게도 서 트레이너의 별명은 '고대 전현무'였다. (방송인 전현무는 연세대학교 출신) 서정현 트레이너를 만나 정기전 승리의 막전막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어드립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ㄴ 운동전문가 서정현입니다. 작년까지 고려대학교 체육위원회에서 5개 종목 선수들을 관리하고 현재는 'Athletic Nest'에서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운동수행력 향상을 위해서 관리해드리고 있습니다. 운동전문가란 말은 생소해 하실 텐데요. 운동전문가는 선수들의 근력과 컨디셔닝을 이끌어 주기도 하고, 부상당한 선수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재활도 하며, 일반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들을 하게 됩니다. 즉, 쉽게 표현하면 운동수행력 향상을 위하여 운동을 전문적으로 지도해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운동수행력이란 자신의 신체능력을 지칭하며, 이는 운동선수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을 위한 신체능력도 해당되는 것이죠. 몸이 불편하셔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신 분들도 운동을 통하여 신체능력, 즉, 운동수행력 능력을 향상시켜드리는 일을 합니다.

'고려대학교 체육위원회'는 어떤 곳인가요
ㄴ 고려대학교 체육위원회라는 곳은 대학교의 스포츠구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려대학교는 축구, 농구, 야구, 럭비, 아이스하키로 총 5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팀들을 관리하는 곳이 바로 체육위원회입니다. 이미 운동과 스포츠에 많은 발전이 있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학교마다 운동팀들이 체계적으로 잡혀있는데 고려대학교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만큼 경영, 관리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매년 팀당 최소 전국대회 한 번씩은 우승을 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지난 해 체육위원회에서 선수트레이닝을 함께하던 김호빈, 박기호 트레이너까지 저희 세 명이 함께 선수들의 몸 관리를 도왔습니다.

2014년 정기전 5전 전승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숨은 주역에 '서정현'이 있다는 평에 대해서는…
ㄴ 약 50년 동안의 역사가 있는 정기전은 그 어느 대회보다도 치열한 경기입니다. 그만큼 강도 높은 훈련과 체계적인 준비를 통하여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두 팀 모두 철저하게 무장을 하고 나오는데 5전 전승이라는 말은 쉽게 표현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요.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 같은 경우에는 16년 동안 무승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세대학교의 큰 장벽을 넘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였죠. 그런데 그 높은 장벽을 넘어 마침내 승리를 하게 되었고, 그 힘을 받아 나머지 팀들도 모두 승리를 거머쥐면서 50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5전 전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하는 기간 동안 밤을 새 가며 정말 힘든 날이 많았는 데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고연전 5전 전승의 숨은 주역에 제 이름이 있다는 평에 대해서는 너무 과분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위치에서 저의 역할만 했을 뿐인걸요. 그래도 역사 속에 제 이름이 기억된다는 점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그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정기전을 치르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ㄴ 역대 처음으로 5종목 모두 이긴 것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 어느 경기보다 치열한 정기전을 치루면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는 축구 정기전 첫 번째 골인 안진범 선수의 장면이 가장 떠오릅니다. 2013년 정기전을 한 달 반을 앞두고 축구부는 기장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기전을 준비하는 훈련인 만큼 모두가 의욕 넘치게 철저한 준비를 하였는데요. 그리고 전지훈련 마지막 날. 연습훈련 도중 안진범 김영민 선수가 발목과 무릎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팀의 핵심선수인 만큼 모두가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 것인데요.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MRI 촬영 결과 안 선수는 발목의 바깥쪽 인대가 부분파열, 김 선수는 무릎 내측인대의 부분파열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김 선수는 부분파열이지만 미세한 파열로 인하여 금방 복귀가 가능하였고, 안 선수는 복귀기간까지 약 2달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충격적인 결과는 5주 뒤에 정기전이라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밤을 새며 염증제거에 신경을 썼고, 병원으로 데려가서 치료하고 몸의 근력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재활과 컨디셔닝 운동을 시키며 온갖 방법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모든 정성을 쏟아서 그런지 놀랍게도 빠른 회복을 보이면서 4주차까지 회복이 되었고, 5주차에 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뒤 정기전에 명단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기전 당일 시합 시간 2시간 전. 컨디션이 좋다는 안 선수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해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시합이 시작되고 저의 첫 정기전이자 안 선수가 뛰고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긴장 속에 떨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0:1로 지고 있었는데요. 전반 종료 직전, 우리 팀의 공격이 잘 전개 되면서 왼쪽 코너킥 부근에서 공이 골키퍼 에어라인 쪽으로 날아왔고, 그 공을 정확하게 발리슛으로 골을 넣게 되었습니다. 발리 슛의 주인공은 바로 안진범 선수였죠. 선수와 코칭스텝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벤치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였습니다. 골을 넣은 안 선수는 우리팀 벤치 쪽으로 달려왔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도 아닌 바로 저에게 점프하며 안기는 것이었습니다! 안 선수가 잠실 주 경기장을 꽉 채운 학우들 앞에서 저에게 준 고마움의 표시는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는 선물이자 제가 왜 트레이너를 하고 있고, 계속 해야 하는지 알려준 표식이기도 하였습니다.

   
▲ 나한테 안기다니!

축구 이야기 나온김에,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제일 각광받고 있는 슈퍼루키 이재성 선수와도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ㄴ 현재 전북 현대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 선수는 트레이너인 저도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스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었지요. 무엇보다도 마인드가 정말 강했는데요. 당시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매일 같이 강도 높은 훈련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힘들다는 이유로 아프다는 핑계를 하나씩 말하고, 여러 다른 핑계들을 말하며 휴식을 취하려 할 때, 이재성 선수는 항상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오늘도 힘내자고 다짐을 하곤 하였지요. 더욱이 놀라웠던 것은 아픈 곳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치료실로 와서 예방차원의 치료를 받고 갑니다. '저 아프면 안 돼요. 훈련해야 해요'라는 말과 함께여.

처음 고려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감독님께서도 칭찬을 많이 하셨는데요. 1학년 때 따라가지도 못하던 달리기 프로그램을 지금은 다 따라하고 오히려 이끈다면서 많은 칭찬을 하셨습니다. 이재성 선수를 보면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생일 때도 전화가 왔었는데 인성부터 똑바른 이 친구에게 오히려 배울 것이 많은 선생님이었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의 선수트레이너 생활을 마치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ㄴ 고려대학교 선수트레이너의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Athletic Nest'라는 운동수행력향상센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팀에서 배웠던 점을 토대로 센터에서 많은 도움이 있었는데요. 팀과 센터에서의 일은 신체기능을 끌어올리는 근력 컨디셔닝 트레이닝, 부상 시에 재활트레이닝 등 트레이닝에 관해서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팀에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느낌입니다. 조그마한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것부터 새벽에 열이 나서 응급실에 데려가는 일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 줍니다. 또한,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말 못할 속마음도 편하게 말하면서 일들을 같이 풀어나갑니다. 이렇게 팀에서 선수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센터로 왔을 때 선수들에게 접근하기가 쉬웠던 것 같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맞아야 결과도 좋게 되기 마련이데,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 트레이닝한 결과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오는 사례도 생기고 재활 후에 복귀 잘하여 좋은 결과도 보여주고, 마음이 답답할 때 한 번씩 찾아와 기분도 풀고 가는 등 기분 좋은 결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요즘 시간을 잘 만들어서 트레이닝 외적으로 마케팅이나 경영에 대한 공부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듣고, 제일 좋은 건 여행 다니면서 여러 문화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영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외국에 대한 좋은 문화들을 접하고 공부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물안의 개구리가 점점 시야를 넓혀가는 느낌이 드네요.

운동선수라든지 일반인들에게 운동전문가(Exercise Specialist)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ㄴ 우선, 운동전문가(Exercise Specialist)란 말을 생소해 하실 텐데요. 운동전문가는 선수들의 근력과 컨디셔닝을 이끌어 주기도 하고, 부상당한 선수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재활도 하며, 일반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들을 하게 됩니다. 즉, 쉽게 표현하면 운동수행력향상을 위하여 운동을 전문적으로 지도해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운동수행력이란 자신의 신체능력을 지칭하며, 이는 운동선수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을 위한 신체능력도 해당되는 것이죠. 몸이 불편하셔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신 분들도 운동을 통하여 신체능력, 즉, 운동수행력능력을 향상시켜드리는 일을 합니다.

   
▲ 전현무를 닮아서 이렇게 기사화 되기도…

프로필에서 '전현무'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전현무씨는 연대 출신인데요
ㄴ 정말 난해한 질문이네요. 먼저, 전현무씨께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방송매체를 통해서 전현무씨의 연세대학교에 대한 발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의 출신학교는 고려대학교는 아닙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에서 일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흘린 열정적인 땀은 저를 고려대학의 한 일원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봐도 전현무씨를 닮은 것 같지 않거든요. (웃음) 이번 정기전에 응원하러 갈 생각인데 우연히 라도 전현무씨를 만나서 응원대결 한번 하고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ㄴ 저의 목표가 어떤 선수이던지, 일반인이던지 '건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다쳤거나, 불편한 곳이 있거나 혹은 신체능력을 올리고 싶을 때면 제일 먼저 연락받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이게 바로 최고의 운동전문가가 되었다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나중에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꿈은 사람들과 차 마시며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살펴봐 주고 싶습니다. 최고의 운동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부를 당분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는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 다녀오기인데요. 많은 것을 보고 접하고 느끼고 싶어요. 얼마 전 영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유라는 것에 대해 배워왔습니다. 제가 보았던 영국인들은 급해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특히, 미소를 지으면서 다니는 모습은 저 또한 미소 짓게 하는 이상한 기운을 받고 왔습니다. 아직도 한참 부족한지라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싶네요.

   
▲ 닮았나요?

[글] 컬처리포터 신대용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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