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7일 오후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프레스콜이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열렸다.

8일 개막해 10월 29일까지 공연될 예정인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올 상반기 뮤지컬 '판'에 이은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이 또 한 번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일본의 국민 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다리가 불편해 거의 외출한 적이 없던 '쿠미코'와 대학을 갓 졸업한 '츠네오'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작품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 자신을 '조제'로 부르는 '쿠미코'와 '츠네오'가 선보이는 따듯하면서도 애잔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선보여질지 기대된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소설과 영화와 다른 결말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그 부분에도 눈길이 간다.

캐스팅은 소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배우들이 모였다. '쿠미코' 역에는 최우리, 문진아, 이정화가, '츠네오' 역에는 백성현, 서영주, 김찬호가 출연한다.

두 주연 외에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최근 '이블데드'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김려원과 '스모크' 등으로 늘 관객에게 인정받는 배우 유주혜가 '츠네오'와 얽히는 한국인 유학생 '윤효정' 역을 맡는다.

권진우 외 멀티 역에는 '보도지침'의 김대곤과 '망원동 브라더스'의 황규인이, 사이토 외 멀티 역에는 임종인과 박슬마로가, 토모코/다나카 역에는 류경환과 김아영이 출연해 한 배역을 남녀가 맡는 독특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날 공연에서는 1시간 가까운 하이라이트 시연을 통해 '조제'와 '츠네오'의 첫 만남, 두 사람의 갈등이 그려졌다. 규모가 작은 편인 CJ아지트를 꽉 채운 무대는 '쿠미코'의 방을 세심하게 표현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또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배경의 변화를 표현하거나 '쿠미코'의 그림일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연이 종료된 후 배우 전원이 모여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경환, 임종인, 황규인, 유주혜, 김려원, 김대곤, 박슬마로, 김아영, 백성현, 최우리, 서영주, 이정화, 김찬호, 문진아 배우.

'페리클레스' 이후 오랜만의 연극이다. 참가한 계기와 뮤지컬과 연극 차이점을 느낀다면?

ㄴ 최우리: '페리클레스' 이후 두 번째 연극이다. 간단히 대답하자면 더 깊은 연기를 하고 싶어 연극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여자 배우라면 제의가 들어올 때 거절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유명하고 좋은 작품이고 저도 영화를 봤을 때 계속 보고 싶어진 작품이었다. 그래서 공연도 관객들이 자꾸 보고 싶고 생각나는 공연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일본원작을 가지고 창작한 작품이다. 원작과 비교해 좋아진 것도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본인이 더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ㄴ 유주혜: 예전에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뮤지컬로 했었다. 일본 영화에는 잔잔하면서도 캐릭터가 명확한 특유의 감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무대에서 실현됐을 때 다른 뮤지컬, 연극과 다른 감성이 남은 것 같다. 저번엔 뮤지컬이었지만 이번엔 연극이고 더 중점을 둔 건 확실한 드라마 라인, 캐릭터 간의 호흡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저희 윤효정들도 나름대로 아픔이나 사랑의 그리움을 표현하려 노력한 것 같다.

 

최초 남/여 더블 캐스트다. 할머니와 야쿠자 중 편한 역은?

ㄴ 류경환: 세상에 편한 역은 없다. 남자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다가가는 작업이 어려웠다. 제가 할머니 역을 하는 건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위에서 절 잘 만들어주고 있다. 두 역할 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ㄴ 김아영: 보시다시피 별로 이질감이 없고(웃음) 경환 배우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남자 여자라는 개념보단 각 씬에서 해야할 몫에 대해 고민했고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했기에 성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갔다.

 

어떤 '조제'로 관객에게 기억되면 좋겠는지.

ㄴ 이정화: 일기장에 책에서 본 것들을 많이 그린다. 그런데 츠네오를 통해 그것들을 실제로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호랑이를 보러가고 싶던 쿠미코.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처럼 자신을 생각한 쿠미코가 소설 속 '조제'라는 주인공처럼 순간의 영원함을 생각하는, 꿈꿔온 것을 츠네오를 통해 알아가는 행복한 캐릭터로 기억되면 좋겠다.

ㄴ 최우리: 어떤 캐릭터로 기억되기보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 추억이 생각나고 다시 영화를 보고 싶었다. 어떤 '조제'라기보다는 이걸 통해 관객들이 자꾸 머릿속 생각을 꺼내보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ㄴ 문진아: 저도 이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츠네오', '조제' 역 배우들만이 아니라 뒤에서 함께하는 배우들과 작품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서 한 인물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순간의 영원함을 닮은 우리 모두가 관객들에게 계속 기억에 남고 자꾸 보고싶어지길 희망한다.

 

츠네오라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김찬호: 다들 그렇지만, 소설과 영화를 참고했는데 공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두 가지를 섞은 면이 많다. 제가 표현하는 츠네오는 동정이나 연민에서 사랑이 시작됐다기 보다는 그냥 사람과 사람의 만남, 시야의 높이는 다르지만 만나는 순간에는 같이 뛰어나니는 느낌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일반 관객들, 마니아분들 누가 보셔도 예전의 사랑을 되새길 수 있는, 사랑의 성장통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내려고 했다.

ㄴ 서영주: 최우리 배우가 '조제'를 보면 여자 배우 누구나 하고 싶을 거라고 한 거처럼 '츠네오'도 마찬가지다. '츠네오'가 '조제'에게 색을 입혀준다고 생각한다. 저는 '츠네오'가 제 나이대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대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마음 아파하는 츠네오를 보여주고 싶다.

ㄴ 백성현: 저도 영주 나이 때 '조제'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고 지금은 어느덧…(웃음). 개인적으로 인생영화라고 꼽을 정도로 이 작품 좋아한다. 그래서 연극이 CJ문화재단에 의해 제작된다고 했을 때 크게 관심갔고 마침 벨라뮤즈에서 좋은 제안이 돼서 참여하게 됐다. 연인들이 손잡고 와서 과거에 사귄 사람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들어올 때는 손을 잡고 들어왔다가 나갈 때는 손을 놓은 채 다른 곳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 그럼 가슴 따듯한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웃음). 농담이다.

 

이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떨지. 영화와 연극을 어떻게 비교하면 재밌을지.

ㄴ 문진아: '몸에 좋은 쓴 약' 같다. 먹기 싫지만, 먹고 나면 몸이 좋아지는 약 같다. 영화도 있고 소설로도 있어서 좋은 부분들만 따오려고 했고 영화에서 좋은 장면을 무대에서 구현하려 했거나 혹은 영화에 없던 좋은 장면을 만들려고 한 게 있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도 등장해서 집중해서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ㄴ 이정화: 저희 작품은 한 마디로 '노을' 같다. 아름답지만, 잔잔한 느낌이고 노을을 바라볼 때 저마다 묘한 감정이 들지 않나. 그런 걸 불러일으키는 작품 같다.

ㄴ 최우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냥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껏 생각하며 볼 수 있고 자기 안에서 그려가는 작품이라서 영화나 소설과의 관계를 생각하던 아니던 공연 안에서 마음껏 보시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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