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명창 이춘희, 안무가 안은미, 기타리스트 함춘호, 시인 오은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쌀이 없고, 반찬만 먹을 수 없듯이, 아리랑은 국악계의 쌀이라 생각한다." - 명창 이춘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손혜리)이 주관하는 아리랑 컨템퍼러리 시리즈 '아리랑X5'가 이달부터 12월까지 5개의 연작 공연시리즈로 열린다. '아리랑X5'는 전통민요, 현대무용, 월드뮤직, 대중음악, 문학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5명의 아티스트인 이춘희, 안은미, 양방언, 함춘호, 오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아리랑을 만날 수 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아리랑 컨템퍼러리 시리즈 '아리랑X5'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아리랑이 노래 선율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정서와 모든 사람의 마음에 항상 공유하고, 같이 살아가는 영혼 같은 것"이라면서, "지난해까지 '아리랑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하루 공연하고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올해는 한자리에 모여서 갈라 공연처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각 장르에 있는 예술가가 어떻게 삶 속의 아리랑을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겠느냐는 고민으로 공연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첫 공연은 16일 오후 7시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춘희, 춘희, 이춘희 그리고 아리랑'이다. 전통 아리랑의 대명사인 명창 이춘희의 삶과 아리랑을 대비하는 공연으로, 명창이 보존해온 전통의 에너지와 이를 전수한 후배 소리꾼들의 현대화된 민요와 아리랑이 입체적으로 조명된다. 이춘희 명창은 "아리랑 공연을 멋있고, 아름답고, 재밌게 꾸미려면 내 재능 가지고 되지 않아서 안은미 선생님에게 예술감독을 부탁드렸다"라고 입을 열었다.

예술감독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안은미 안무가는 "평소 이춘희 선생님께서는 부탁드리면 '안 된다'라고 하실 때가 없다"라면서, "칠순의 나이에도 현장에 있고, 후배를 양성하고 계신다. 이춘희 선생님의 태도에 사랑에 빠졌는데, 선생님이 이 프로젝트를 하신다길래 기쁘게 이 마음에 보탬이 될까 해서 덧칠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음악감독 이희문과 창작음악연주단 불세출, 경기소리그룹 앵비가 함께 한다.

▲ 이춘희 명창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번째 공연은 안은미 컴퍼니의 '쓰리아리랑'으로 17일 오후 7시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안은미 안무가는 훈련된 무용수가 아닌 익명의, 혹은 평범한 사람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을 주요 주제로 삼고 공연한 바 있다. 안은미 안무가는 "내가 작업하는 분들은 '군(軍) 피해자 어머님"이라면서, "군 의문사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센터 '함께'의 공복순 대표를 최근 만났다. 이분들처럼 아리랑이 필요한 사람이 없다. 어머님을 만나 단순하게 세상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줘, 가슴이 터지는 것을 북이라도 쳐서 이 속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프로젝트가 기획됐다"라고 밝혔다.

안은미 안무가는 "최근 공연한 군 의문사 어머님들 출연 연극 '이등병의 엄마'와 다르게 연습이 필요 없었다"라면서, "5명 정도 출연하시는데, 직접 스트레칭도 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등병의 엄마'와 피해가 다른 분들이 등장한다. 아들을 잃었지만, 제대 후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은 장병들이다. 사회에서 말하면, '얼마나 약해서 군대에서 견디지도 못하는 바보' 소리를 듣고 있다. 정신이 황폐해진 친구들이 제대했는데, 직장도 잡지 못하고 상담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군 문화 자체가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준비되어야 한다 본다"라고 전했다.

▲ 안무가 안은미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세 번째 공연은 30일 오후 4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양방언의 '컬러 오브 아리랑'이다. 재일 한국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의 이번 공연은 국적과 경계를 넘나드는 보더리스의 감성이 투영된 아리랑으로, 수많은 작업을 통해 아리랑과 함께한 양방언 특유의 음악적 개성이 녹아있는 다양한 색채의 아리랑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 개인 일정으로 불참한 양방언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으로, 공연을 통해 '정선아리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무대를 선보인다.

네 번째 공연은 11월 16일 오후 8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리는 함춘호 기타리스트의 '아리랑 스케이프'다. 기타리스트 함춘호는 전통의 아리랑과 현대의 대중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준다. 함춘호 기타리스트는 "예전에 산조협연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싶어 '멘붕'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라면서, "그런데도 또다시 그런 제의가 들어오니 힘든 고통을 잃어버린 것 같다. 90분 정도 공연으로, 대중음악가로 본 '아리랑'은 무엇인가를 공부하며 찾아봤다"라고 밝혔다.

함춘호 기타리스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리랑의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많은 연구를 통해 그 근원을 찾아가고 있다"라면서, "아리랑이 음악이냐, 우리의 한이냐, 삶이냐를 묻는다면 표현적으로 나는 블루스 장르와 국악이 흡사한 요소가 있다고 본다. '한(韓) 민족'이 '한(恨)'이 많은 민족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흑인의 블루스 감성과 비슷하다고 봤다. 그래서 이번엔 국악기 사용을 자제하고 밴드를 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엔 SAZA 최우준, 임헌일 등 아티스트가 참여할 예정이다.

▲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공연은 앞선 공연의 하이라이트와 아티스트들이 모두 참여하는 갈라 공연인 '아리랑의 마음들'로 12월 8일 오후 8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시인 오은은 앞서 펼쳐진 각각의 공연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의미를 부여하며, 그 안에 문학적 색채를 더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시인 오은은 "아리랑 매력은 '어원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아리랑이라는 정서와 콘텐츠가 결이 다 다르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공연을 통해 흔히 '구슬픈 전통음악'으로 알려진 아리랑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것이 새로운 면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한눈에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시인 오은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들이 아리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준비하려 한다"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록 밴드 분들을 모셔오고 싶다. 록 음악이 아리랑과 떨어져 보이겠지만, 아리랑의 결이 다양하고 현재의 생생함을 보여주는 음악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시인 오은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한편, 이춘희 명창은 아리랑에 대해 "나는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공연마다 했었다"라면서, "일반인들이 노래를 시키면 노래를 못한다고 사양하는데, 하다못해 '아리랑도 몰라'라는 말을 한다. 아리랑이 듣기에는 쉽고 편한데, 부르는 사람한테는 소리의 길과 타인의 가슴이 울릴 정도로 부르려면 정말 잘 불러야 한다. 그런 아리랑을 몇십 년 전 녹음실에서 녹음할 때에도 그렇게 내 마음속에 오지 않았다. 아리랑이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때도 있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쌀이 없고 반찬만 있을 수는 없듯이 '국악계의 쌀'이 아리랑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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