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왕년에 내가 어마어마했거든", "열라 뽕따이!", "이뻐~"

'개그 콘서트'의 전성기 시절, 위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 낸 개그맨 조지훈을 홍대 MHN 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우리오빠'라는 그룹을 결성해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오빠는 조지훈과 래퍼 겸 프로듀서인 다이너마이트가 결성한 팀으로, 조지훈은 가수와 프로듀서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또한, '19금 개그쇼'를 9월 15일부터 홍대 김대범소극장에서 펼치게 된다. '19금 개그쇼'는 그동안 조지훈이 지상파 방송 활동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입담을 펼치는 공연이며, 25일 쇼케이스가 열릴 예정이다. 조지훈에게 '19금 개그쇼'와 음악 활동, '개그 콘서트'의 위기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영상 인사말을 살펴본다.

근황을 들려 달라.
ㄴ '우리오빠'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음원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부산에서 '19금 개그쇼'를 1년 동안 했고, 이번에 서울에서 한다. 방송은 잘 안 불러주시는데, 정신없이 살고 있다. (웃음)

'19금 개그쇼'는 어떤 내용인가?
ㄴ 2006년 처음 시작했는데, 취지는 '19금을 하자'가 아니었다. 방송에서 하지 못한 개그맨의 한을 풀어보고 싶었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조지훈 쇼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 당시엔 "열라 뽕따이" 정도밖에 유행어가 없었다. 그래서 비방송용 개그인 19금 타이틀을 붙였다. 그다음에 2007년 시즌2를 했고, 한참 쉰 후에 2013년 시즌3을 만들었다. 19금 개그라고 해서 사람들이 야한 것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해다.

정치, 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판 등 시사 개그를 재밌게 했고, 욕설도 들어가면서 관객분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사 개그를 딱딱하게 생각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보편적 상식을 바탕으로 하는데, 훨씬 재밌다. 19금이라고 노출을 생각하겠지만, 전혀 없다. 시즌1, 시즌2 당시 아저씨들이 술 한잔하시고 심야 공연이니 뒷자리 어두운데 앉아서 보시다가 중간에 나가기도 하셨다.

작년에 윤형빈 부탁을 받고 부산에서 상시 공연을 1년 동안 했다. 거기에서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나 보다는 공연을 사랑하는 분들인데, 그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로 초대는 하고 싶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나올 것 같다. 차비가 왕복 10만원 정도 나올 것 같아, 버스를 대절할까 고민을 하고 있다.

 

 

9월부터 시작하는 서울 공연은 어떤 점을 담았나?
ㄴ 시즌3의 베스트를 담으려 한다. 저희 공연은 하나의 굵직한 테마만 가지고, 코너를 계속 바꾼다. 오신 분들 중에 또 보신 분들이 계셔서, 똑같은 레퍼토리로 하면 죄송스럽다. 부산에서 했을 때도 단골만 20%가 되셨다. 우리 공연 사랑하시는 분들인데, 그분들한테 리바이벌할 수 없었다. 레퍼토리가 워낙 많아졌는데, 이번엔 시즌3 중 베스트만 하기로 했다.

음악을 하다 보니, 공연 음악까지 다 하고 있다. 음악적 부분을 굉장히 많이 넣었는데, 신난다. 음악 콘서트 느낌으로 관객이 동참하는 코너가 있다. 사실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관객이 올라오면 당연히 웃기기 쉽다. 그래서 되도록 올라오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래도 관객이 원하는 부분이 있으니 한두 코너 정도는 무대 위에 올라오는 코너를 넣고 있다. 공연의 전체 코너는 8개 정도인데, 한 코너를 길게 하는 편이다.

관객이 반드시 무대 위에 올라오는 게 공연에 동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객석에 앉아 있더라도 소극장의 특성상 공감할 부분도 있고, 리액션을 받는 부분도 있다. 특정 한 두 관객만 동참하는 것이 아닌데, 리액션을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관객에게 나가라고 세게 나가는 편이다. 그러면 소극장에 오지 말고 대극장에 가라고 말하는 편이다.

시사 개그는 어떤 내용인가?
ㄴ 사실 '사마귀 유치원'을 할 때도, 풍자 장면을 보면서 몇몇 분들이 과대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코미디가 먼저이지, 시사가 우선이 아니다. 소재만 '시사'로 했을 뿐, 결국은 웃음을 위해 사용했다.

 

최근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위기라는 지적이 있다.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개그 콘서트'를 만들었던 선배 개그맨들이 복귀하기도 한다.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ㄴ 선배들이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일시적 효과인데, 이거는 어쩔 수 없다. 예전처럼 못한다는 탓을 하기도 그렇다. 그건 탓을 할 부분이 아니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모든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접근성은 TV나 컴퓨터나 똑같다. 그 앞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은 모바일 문화다. 주머니에서 꺼내면 새로운 세상이다. 지상파 TV 시청률은 모바일이 포함되지 않고, 셋톱박스로 측정된다.

매체가 너무 많은데,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등 동영상 돌아다니는 게 많다. 실시간 방송으로 유명한 '아프리카'에서 먹고 사는 수 만 명의 BJ가 있다. 1인 매체도 너무나 많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본다.

결국, 얼마만큼 웃음을 주느냐인데, 유튜브나 SNS에 깔린 개그들이 독한 게 많다. 방송에서는 제약이 많다. 개그맨들이 '개그 콘서트'에서 개그를 짤 때, 15세 중·고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핸디캡이 있는데, 개그맨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예쁘게 봐주시고 오픈 마인드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어느덧 후배가 KBS만 200명 정도 되는데, "힘내라"라고 말하고 싶다. "너희 탓이 아니고 잘하고 있다"라고도 전하고 싶다.

KBS '개그 콘서트'는 그래도 꾸준히 시간대를 유지하고 방영 중이지만, MBC,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사라졌다.
ㄴ SBS는 민영방송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MBC는 공영방송이다. 코미디언에 대한 맥락을 이어갈 수 있는 그러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시청률만 따질 것이 아니라 국가시책으로 코미디 활성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있는 나라도 아니고, 가장 손꼽히는 것이 4차산업이자 문화산업이다. 우리가 한류로 문화산업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 코미디도 무시할 수 없다. 국가적 시책으로 살려야 한다고 본다. EBS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코미디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개가수'(개그맨+가수)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음악 활동을 하면서 어떤 생각이 있나?
ㄴ UV나 형돈이와 대준이 등 잘 된 팀이 있어서인데, 음악계에선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의 인기를 기반으로 올라가기 때문인데, 그것만으로 탓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두 팀은 음악을 잘했다. 음악을 코미디로 한다는 생각인데, 나는 음악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가수'도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뉴에이지 음악도 문화 용어이지, 음악의 특성이 있어서 나왔다고는 보지 않는다. 데스메탈도 그런 예다. 개가수도 문화도 될 수 있다. 발라드로 승부하지는 않는다. 웃음과 함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악이 문화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코미디언이 너무나 보편적인 시각으로 옥죄어지는 것 같았다. 공개 코미디에서만 활동하는 것으로만 되어 있는데, 그 저변을 넓히고 싶다.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넓히고 싶다. 할리우드를 예로 들면,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SNL 출신 배우다. 짐 캐리, 닐 패트릭 해리스 같은 경우도 영화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코미디언 출신이 주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심형래 선배의 '영구와 땡칠이' 정도다. 분명히 코미디 장르는 코미디언이 잘하는데, 내용도 코미디언이 주연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본다. 코미디언이 주연으로 한 코미디 영화가 대박이 나는 것을 보고 싶다.

'기쿠지로의 여름'을 만든 기타노 다케시 감독도 코미디언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하나비'도 국내에 처음 일본영화가 들어올 때 1호 작품이 되기도 했다.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국가 문화기관, 공공기관에서 이끌어줘야 할 것 같다. 영화나 음악이 외국으로 진출하는데, 코미디는 외국 진출이 힘들다. 언어의 복잡성이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넌버벌 퍼포먼스인 '옹알스'의 시도가 인상적이다.

 

끝으로 본인의 5년 후를 예상해본다면?
ㄴ 일단은 부자 건물주다. (웃음) 내가 하는 음악도 인정받고 싶다. 간지러운 이야기로 재밌는 사람으로 5~10년 후에 계속 있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돈을 조금 벌어서 건물주로 수입을 받고, 외국 여행을 다니고 싶지 않다. '조지훈의 소머리 국밥' 같은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연기자로 남고 싶다. '액터' 뿐 아니라, 노래, 코미디, 연기 등에서 활동하고 관객의 사랑을 받고 싶다. 매우 어렵다. 나이가 벌써 40이 넘었는데, 10년 후면 50대다. 50대 코미디언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이경규 선배님급인데, 최종 목표는 송해 선생님이다. 90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MC를 하시기 때문이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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