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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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연극공연을 기획하는 컬처루트 이창훈 대표를 만났다. 작년에 연극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권리장전의 프로젝트가 올해도 시작되었다. 이창훈 대표는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권리장전 2017 국가본색'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Q. 이번 권리장전의 행사 개요는?
ㄴ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진행되는 권리장전은 2016년에는 '검열각하'라는 타이틀로 관객들과 만났고 올해는 '국가본색'이라는 부제를 달아 조금 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8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5개월 동안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주 한 개 단체씩 총 21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축제다. 20개 단체는 연우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한 단체는 야외공연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Q. 참가팀의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ㄴ모든 팀을 소개하기는 힘들겠지만, 올해의 단체는 젊어졌다는 게 특징이다. 좀 연륜이 있는 극단은 첫 번째 공연을 마친 첫 번째 팀 씨어터백의 백순원 연출, 11월 공연을 올리게 될 공상집단 뚱딴지의 황이선연출, 야외 공연을 하는 서울괴담 유영봉 연출 정도 될 것 같다.

연출가들의 나이를 봤을 때 연령대가 폭넓게 형성됐지만, 올해 창단하여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극단 또는 대부분 창단한 지 몇 년 안 된 극단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앞으로 발전 여지가 많은 극단이 참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을 누르면 이창훈 대표와의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 플스 75회 게스트. 권리장전2017 국가본색 기획PD 이창훈

Q. 준비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ㄴ 작년 '권리장전 2016_검열각하'는 김수희, 부새롬, 이양구 등 요즘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그래서 이미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들의 축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참가팀을 모집할 때 권리장전 공식 SNS를 통해 공모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연극인이 참여할 수 있는 활로를 만들었다는 점이 올해의 특징이다.
그리고 올해는 서울문화재단 '우수예술축제지원사업'으로 선정됐고 문화예술위원회의 대관료 지원도 받았다. 1,000만 원의 목표 후원금도 달성해서 다행히 작년보다는 재정적인 면에서 다소 수월하다.

Q.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고 여러 단체가 모였다. 기획자가 해야 할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ㄴ 나 같은 기획자는 표도 팔아야 하고, 홍보물 일정도 맞춰야 하고, 작품별 홍보도 진행해야 한다. 21개 단체가 모인 만큼, 자료를 취합하여 홍보물 제작할 때 일정을 맞추는 것이 은근히 중요한 것 같다. 제때 수렴하여 시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많은 단체가 모인 만큼, 개별 단체들이 될 수 있으면 많이 노출되기를 원한다. 형평성을 맞추는 것도 중요해서 단체마다 되도록 많이 부각하려고 노력한다. 5개월간의 대장정이다 보니 분명 중간에 어느 지점에서는 힘이 부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때가 왔을 때도 축제를 이끌어 갈 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권리장전이 연극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부담감도 분명히 있다.

▲ 권리장전2017 국가본색 현수막

Q. 작년에 비한다면 정권도 바뀌고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검열이나 국가권력에 대한 이슈가 지속하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ㄴ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1심 이후에 무죄로 석방되는 순간 '검열'이라는 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됐다. 전 장관이 풀려난 이후 연극계, 문화계 내에서 여러 토론이 있었던 거로 알고 있다. 분명 정권이 바뀌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을 때보다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선에서 정치가 진행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국민이 정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정치권을 견제하는 것은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한 나라가 이성적으로 운영되는 걸 기대한다면 거기에는 지속적인 국민의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하다.

▲ 첫 포럼 '연극과 국가의 본색을 묻는다'

Q. 연극계에서 느낄 때 작년보다 상황이 나아지거나 달라진 점이 있는가?
ㄴ 사실 나는 검열반대투쟁에 앞장서서 격렬하게 싸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선 자신 있게 단언할 순 없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연극계에서 느낄만한 뚜렷한 차이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에 피해 봤던 단체들이 더 이상 지원사업에서 피해를 보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최근 불거진 대학교수의 갑질 사태 등을 봤을 때 사실 예전에도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사회적 폐단들이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밝혀지는 듯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적폐청산'이라는 화두가 연극계 내부적으로 오래 쌓여왔던 낡은 관행을 닦아내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Q. 민간기획사에서의 경험이 많은 것 같다. 기획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ㄴ 전공은 연극과는 전혀 무관하게 불어과를 나왔다. 거기서 원어 연극회 활동을 하다 연극에 빠지게 됐다. 처음에는 무대 조명을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6개월 정도 스태프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공연 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아서 한겨레신문에서 주최하는 공연기획자과정을 수료하고 이후에 현장에 들어갔다. 2003년에 문화아이콘이라는 기획사에 입사하여 공연기획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져서 가끔 2~3년은 그냥 대책 없이 놀기도 했다. 그래도 연극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아서 여러 회사에서 일하다가 작년 초부터 독립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문화아이콘을 시작으로 마루컴퍼니 한강아트컴퍼니 등에 재직했고 지금까지 공연기획을 하면서 세 회사의 대표님들은 (문화아이콘 정유란, 마루컴퍼니 이주용, 한강아트컴퍼니 김현)나에겐 늘 감사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 권리장전2017 국가본색 포스터

Q. 대중적인 작품을 홍보할 때와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강한 공연을 할 때 차이점은?
ㄴ 대중적인 공연과 이슈가 강한 작품과의 차이라기보다는 한 개의 작품과 축제 홍보에서 여러 개의 작품을 홍보한다는 게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홍보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연극이 보여주는 사회 비판적인 측면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맡았던 작품 중에 아직도 뿌듯하게 생각하는 작품이 '염쟁이 유씨'와 '여기가 집이다'라는 작품이다. 개별 작품을 기획, 홍보할 때는 그 작품에 맞는 홍보콘셉트를 고민한다고 하면 이번 권리장전은 5개월간에 진행되는 축제인 만큼 축제를 알리는 방법의 조금 더 포괄적인 안목이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이런 축제형태의 공연기획 경험이 많지 않아서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 공연을 마친 첫 작품, 극단 씨어터백의 문신

Q. 이번 참가작 중에서 주목할 만한 히스토리가 있는 팀이 있다면?
ㄴ 개인적으로 작품의 주제가 흥미로운 팀들은 몇몇 팀들이 있다. 9월에 있는 극단 락희의 '만리장성'이나 극단 바바서커스의 '댓글부대' 11월에 있을 공상집단 뚱딴지의 '가나안' 등이 기대된다. 이건 다분히 내 개인적인 취향과 기대감이다.

Q. 향후 계획은?
ㄴ 앞으로 몇 년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연극 기획은 할 것 같다. 기획하고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많이 받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연극이 좋다. 처음 사업자를 내고 목표로 삼았던 것이 2~3개의 파트너 극단을 만들어서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목표를 차츰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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