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배우 명계남과 오동식이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로 30스튜디오 무대에 함께 선다.

이윤택 연출가가 영미 현대 희곡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를 다시 쓰고 연출해 '노숙의 시'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동물원 이야기'는 그동안 국내에서 1970년대부터 꾸준히 소개돼 왔던 올비의 대표작이다. 한 벤치에 앉은 두 남자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뇌와 고독,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노숙의 시'는 원작이 지니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적 관심과 표현의 구체화에 방점을 찍어 표현된다. 

이윤택 연출은 '동물원 이야기'를 '노숙의 시'란 새로운 서사로 재창작한 이유에 대해 "잘 짜인 현대영미희곡과 지금 이곳 우리의 동시대가 어떻게 연결돼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며 "성숙한 중산층 시민사회의 기반이 잡혀있는 미국과 아직 제3세계적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심각한 한국사회는 똑같이 적용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역사적 배경이 짧은 미국과 반만년 역사 배경을 지니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배경은 전혀 달랐다. 미국이 역사가 청교도적인 성실성과 개척정신으로 이루어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를 기본으로 한다면 한국의 역사성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이유도 함께 전했다. 이를 반영해 '노숙의 시'는 1960년 4.19 혁명을 기점으로 61년 5.16, 80년 봄 등으로 이뤄진 반동의 역사를 가로질러 재창작된다.

 

 

이윤택이 그리는 두 남자는 '무명씨'와 '김씨'라는 이름을 가진다. 명계남은 한국사회의 특성을 작품에 투영시켜 탄생한 '무명씨'의 실제 모델이다. 명계남이 맡은 무명씨는 1976년 동백림 사건으로부터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29선언, 2016년 촛불광장까지 한국의 근대사와 함께 굴곡진 그의 인생이 이제 광장으로 나와 사람들과 만나는 인물이다. 

반면, 배우 오동식이 맡을 '김씨'는 직장을 잃고 가족을 포기한 채 노숙하는 캐릭터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려는 인물 김씨는 무명씨를 만나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노숙의 시'는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에 위치한 30스튜디오서 공연된다.

key000@mhns.co.kr 사진ⓒ연희단거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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