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한 음악인이 여러가지 장르를 다룰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 평을 한다. '다양한 음악 장르의 섭렵'이거나 '일관성의 부족'이거나. 문화뉴스에서 만난 '정단'은 이런 대중의 심리를 꿰뚫면서도 멈추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철학 있는 음악인'이었다. 음식으로 따지면 자신은 '슬로우 푸드'라는 그.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정단'은 부활의 역대 보컬 중 한 명으로 유명한 음악인이다. 그는 8대 보컬로 활약했고 당시 쟁쟁한 오디션을 뚫고 등장해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9집 활동 이후 홀로서기에 성공해 지금까지 활발한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일 문화뉴스에서는 정단을 만나, 그의 활동에서부터 음악계 현황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정단'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하다.

└ 뜻은 별로 없다. 기획사 대표가 지어줬다. 사실 내 마음에 꼭 드는 이름은 아니다. 혼자 활동하면서 내가 지은 예명이 있다. '그린페이스'다. 한국적인 느낌을 담아 이렇게 지었는데, 작명을 잘못한 것 같다. 상호명으로도 쓰이고 너무 많다.

굉장히 최근인 지난 달에 하신 인터뷰를 보면 '자연을 테마로 한 음악이 가장 정단스럽다'라고 표현하셨는데 이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들을 수 있나

└ 나는 사실 음악을 쓰면 20대 중반에 처음 활동을 할 때 자연을 소재로 한 노래들이 많았다. 자연, 그 중에서도 한국적인 자연의 소재들에 관심이 많다. 그런 것들을 가사로 만들 때 가장 편하더라. '한국적인 냄새' 라고 해서 트로트 같은 느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나는 브이팝 같은 느낌이 좋더라. 작년에 부활 노래중에 막걸리 드림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느낌'을 잘 살린 곡이다.

공연 레파토리는 어떻게 구성하나.

└ 사실 레파토리는 가수가 처한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다 달라진다. 인디 아티스트도 마찬가지다. 나 같은 상황, 그러니까 자신의 히트곡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커버곡을 다루는 것이 좋다. 관객들은 자기가 모르는 노래 듣는 걸 싫어한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모르는 노래 듣는 걸 힘들어 한다. 그래서 리메이크를 많이 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멜로디와 가사를 내 색깔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리메이크'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내 노래를 90프로 하고 10프로를 커버로 하는 거다.

최근에 작업하신 '하얀나비' 영상을 봤는데, 재즈풍의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라이브 영상들을 찾아봐도, 재즈와 락이 주된 키워드인 것 같다. 그런데 또 '가벼운 상상', '흘려 보낸다', '요즘 들어'의 경우 굉장히 어쿠스틱하다. 스펙트럼이 넓은 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 음악을 만들때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다른 해석을 하게된다. '어머니'를 다루는 곡들을 보면 대부분 슬픈 감성이다. 내가 노래하는 '나의 어머니'는 신나는 노래다. 내 생각에 '한국의 어머니의 모습'에는 유쾌한 부분이 많다. 이렇게 당당하고 유쾌한 엄마들을 슬프게 말하나. 싶었다. 이상하다. 나는 반대로 한거다. 

여러가지의 음악 스타일을 다뤄왔기 때문에 만들어 지는 거다. 가사나 내용에 따라서 다른 리듬이 있다. 하얀 나비의 경우 '기안 제로' 같은 흑인 음악이다. 즉흥적인 요소들이 많다. 하얀 나비의 가사와도 맞는다. '미련을 갖지 말고 서러워하지 말고'라는 가사에 자유롭게 날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사랑 노래가 아니다. 인간 내면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은 버전이 세 개다. 자스민 케일이랑 한 버전도 있는데 원래는 아리랑을 넣으려고 했었다.

아티스트가 여러가지 장르의 곡을 다루게 되면, 대중들은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내가 부른 부활 노래를 들어보면 보컬이 다르다. 곡의 가사나 성향에 따라 변화를 준 거다. 


 '아름다운 사실' 라이브 영상을 보았다.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지만 부활 활동 때와 색깔과 스타일이 많이 바뀌셨다. 더 락의 색채가 짙어졌다고 할까. 스스로도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는지,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가. 


└ 바뀌게된 전환점이 있다기 보다는, 나는 음식으로 치면 '슬로우푸드'다. 11살 때부터 기타를 잡았다. 그 당시에는 지극히 포크를 추종했다. 그당시로치면 '해바라기', '비틀즈' 같은 음악들. 그때는 취미로 한 거다. 그 후에 고등학교때까지도 나는 포크 빡에 몰랐다. 다른 친구들이 '전인권' 과 '들국화'를 부를 때였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해비메탈을 듣게됐다. '남자 가수가 가창력이라는 게 있을 수 있구나'를 처음 느낀 거다. 그 후에는 락밴드도 했다. 다른 감각을 알아야겠다 싶어 했던 팀이 '코바나'다. '살사',' 차차', 즉 라틴 음악를 다뤘다. 스페인어로 2년정도 불렀다. 라틴 음악이라는 게 춤이 가미가 되어야 완벽해지지 않나. 그래서 아주 잘치지는 못해도 춤을 배울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리키마틴'처럼 추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텝이 나와야한다. 나는 배웠는데도 안되더라. 내 길이 아니다 싶었다. 실용음악과 출신들 한테도 많은 걸 배웠다. 그러다보니 음악이 서서히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에 재즈적인 요소도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태원이 형을 만났고, 락을 기반으로한 대중 음악을 하게된 거다. 

 ⓒ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현재 음원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지금은 음악계가 무조건 '차트'위주로 돌아가지 않나. 일단 차트가 중앙에 배치가되고,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상단이나 하단, 또는 코너에서 작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대중들이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도 쉽지 않은 것. 그래서 국내 음원사이트의 대항마로 애플뮤직이 뜨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재 이런, '차트 중심의 음악계 현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여기에는 여러 현상이 원인이 된다. 우선 미디어가 가장 큰 영향이다. 음원 서비스로 돌아가는, 디지털 구조가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취향에 영향을 준 것 같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사람들은이 '음악 자체로서의 의미'를 찾지 않는 것 같다.  음악적으로 완벽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필요한 '배경음악'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이 기준을 위주로 음악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한지 얼마 안됐다.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몰랐는데, 현재 음악 시장이 그렇더라.

또 한 가지는 '스마트폰'이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스피커로 노래를 듣는다. 이 스피커는 음악의 변별력을 없애는 특효약이다. 스마트폰 스피커로 들으면 좋은 녹음실에서 잘 녹음된 소리나 그렇지 않은 것들도 별 차이가 없게 들린다.  가수가 음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도 전달이 되지 않는 거다. 퀄리티의 변별이 안되는 시대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친숙하게 생각하겠나? 멜로디가 게속 반복되는 노래를 좋아하는 거다. 

이 현상을 해결할 수는 없을까?

논외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선배들이 곡을 많이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신화로 남으려 하면 안된다. 이문세나 김건모, 조용필 같은 선배들이 예전에 해왔던 결을 유지하는 음악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나간 음악'이라는 것은 없다. 

이 기사를 보는 분들에게 본인 음악 중 '가장 정단스럽다'라고 할 수 있는 곡들을 추천해달라.

└  '밉게 예쁜 추운 겨울', '민들레 홀씨 이야기', '도레미파솔바람', '가벼운 상상'을 추천한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달라.

└ 그동안 콘서트를 무서워서 못 했다. 용감하게 해보려고 생각중이다. 인천 교통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한다. 그 전에 학교 강의를 나갔는데  지금은 안 한다. 일단 공연을 많이 하는게 계획이다. 팟캐스트 같은 1인 이나 2인 방송도 계획 중이다.

한편, 정단은 올 하반기에도 다양한 공연으로 대중들을 직접 찾을 계획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해봄직하다.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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