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 임형진 번역 각색 음악 연출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은 30년 전쟁 중에서도 1624년에서 1636년까지 12년간의 유럽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안나 피에르링(Anna Fierling)이 자식을 잃는 과정이 연대기 순으로 펼쳐지고, 군인들에게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동 매점을 하면서 두 아들을 잃고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딸도 잃는다.

이 작품에서 브레히트는 관객의 이성에 호소하여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촉구하는 서사극(epic drama)적 방법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17세기에 일어난 30년 전쟁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지만, 1941년 제1차 세계대전도 극 속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 제목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미리 알려 관객들이 그 속에 담겨진 정치적. 경제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서사극적(epic drama) 방법으로 집필했다.

임형진은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연극전공을 한 후 독일베를린예술대학교와 베를린자유대학교 인문철학부 연극학 전공의 철학박사다. 국립극단 연출부에서 활동했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연출과 포스트드라마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무엇이 당신을 소진시키는가?> <Maske und Macht> <스니키 휫치의 죽음>을 연출했다.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제5회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현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대표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연주석이 있어 타악기와 건반악기를 연주한다. 하수에 사각의 입체 조형물 여러 개를 배치하고, 장면변화마다 이동시켜 사용한다. 상수 족 배경에 스크린을 설치해, 영상으로 유럽의 시대적 역사적 중요 인물의 그림과 사진을 투사하고, 우리나라의 정치적 인물도 소개를 한다. 무대중앙에 각종 신발로 가득 찬 카터 카가 있어 억척어멈이 끌고 다니며 사용한다. 상수 객석 가까이에도 환등기와 음향기기와 마이크를 설치해 연출이 테크니컬 디렉터 역할까지 하고, 영상을 스크린에 투사하는가 하면, 음향효과도 창출시킨다. 음악도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의 노래와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들장미를 출연자가 노래하는 등 클래식 곡을 사용했다.

 

이 연극에서는 억척어멈과 세 자녀가 등장한다. 억척어멈과 예쁘고 총명한 딸, 예쁘지만 벙어리인 딸, 그리고 훤칠하고 잘생긴 아들이 등장해, 작중인물의 역할 뿐 아니라 배우자신의 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한다. 연출이 포스트드라마(post drama) 즉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 방식으로, 다시 말해 20세기의 모더니즘을 부정하고 고전적·역사적인 양식이나 수법을 받아들이려는 예술 운동과 연관시켜, 작품 각색과 연출을 했기에 브레히트의 서사극(epic drama)에 내레이션(narration)을 첨가해 극이 친 대중적인 분위기와 공감대 속에서 전개된다.

원작에는 12개의 장면으로 나누어지고 억척어멈이라 불리는 안나 피어링(Anna Fiering)이 1624년에서 36년까지 12년간 유럽 각지의 전쟁터를 유랑하면서 장사를 하는 장면으로 구성되고 그러는 동안에 배다른 세 자식(용감한 맏아들 아일립과 정직한 둘째아들 슈바이처카스, 동정심 많은 외동딸 카트린)을 모두 잃고 장사도 점점 기울어가는 것으로 전개가 된다. 이러한 몰락의 과정은 12장에 나타나는 이동주보가 점점 허술해지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 억척어멈은 때로는 신교 측인 스웨덴 군을 따르기도 하고 전세가 뒤바뀌면 구교도 측 의 황제 군을 따르기도 하면서 철저하게 전쟁을 이용하여 벌어먹고 살지만, 자식들을 모두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끝내 전쟁의 모순을 깨닫지 못한다.

이 연극에서는 두 아들을 딸과 아들로 바꾸고, 막내를 벙어리 딸로 설정해서 등장시키지만 벙어리인 막내 역시 억척어멈과 언니와 오빠처럼 자신이 연기자가 된 과정을 명확한 대사 전달로 소개를 한다. 대단원에서 억척어멈은 종전이 된지 3년 후에야 전쟁이 끝난 것을 알게 된다는 결말이다.

억척어멈으로 이현순이 출연해 중후한 연기력으로 갈채를 받는다. 오다애가 벙어리 딸로 출연하지만, 슈베르트의 들장미를 성악가 못지 않은 열창으로 기량을 드러내 갈채를 받는다. 윤소희 역시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의환이 처음으로 출연하는 연극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여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케 한다.

예술감독 무대미술 임일진, 조명디자인 김광섭, 조연출 오지연, 조연출보 조은채 진예림, 무대미술보 오미연 이규진, 조명오퍼 한상길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작, 임형진 번역 각색 음악 연출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을 연출가의 새로운 연출기법과 출연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기억에 길이 남을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