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우리'가 아닌 것. 한국이 아닌 프랑스의 사랑은, 이성 간이 아닌 동성간의 사랑은 어떠할까.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았고, 영화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진작 추천을 받았지만, 이러한 궁금증이나 기대감과 더불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영화.

그런데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들었던 생각은, '이건 그냥, 사랑에관한 이야기구나'였다. 지극히 보편적이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기억을 자극하는 이야기.

   
 

동성 애인을 불러 자연스레 부모에게 소개하고 2층의 자신의 방으로 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엠마'의 집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애인을 부모에게 공부를 도와주고 있는 친한 언니로 소개하고 숨죽여 비밀스럽게 사랑을 속삭이던 '아델'의 집이 있다. 자유롭게 술과 키스를 즐기며 눈이 마주치는 누구와 당장이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바(bar)와 같은 공간이 있는가 하면, 레즈비언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며 친구들로부터 배척되고 따돌림 당하는'엠마'의 학교가 존재한다.

세 시간 동안 영화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분명 우리와는 다른 언어였지만, 저들의 일상도, 인생도, 사랑도 우리와 다를 것 없구나 싶어진다. 특히 사랑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모든 걸 내어주고 희생한 대가로 안정적이고 당연하고 지루한 존재가 되고, 또 다른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찾아 밖으로 향하는 상대로 인해 오히려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롭다고 느끼는 과정. 다른 누군가를 찾아 기대어 보지만 그 역시 허전한 무언가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결국 진정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내고, 믿음을 잃어버리고, 사랑이 깨어져 버리는 그 순간에서 우리는 언젠가의 '우리'가 오버랩되어 울먹일 수밖에 없어져 버린다.

두 여자주인공은 아름답다. 엠마 역, 블루 숏컷의'레아세이두'는 그저그녀가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그 존재만으로 매력적이지만, 어쩌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아델'의 캐릭터가 흥미롭게 여겨지는 지점이 있다. 영화는 초반부터 먹고, 자고, 섹스하는 그녀의 모습을 가까이 클로즈업해 담아낸다. 아름다운 영상 속에서 그녀가 먹고, 자고, 섹스하는 모습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날 것이어서 오히려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은 그녀는, '학위를 받고나서 취직은 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데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 않다'며, 그 불확실한 과정을 통해 더 큰 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냐고 조언하는 어른들과 애인에게 소신 있게 이야기한다. 거대한 꿈을 꾸기보다 지극히 현실을 고려한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가, 식욕, 수면욕, 성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쾌락에 자신의 온 마음과 몸을 담아 몰두하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반면 외면적인 모습부터 예술가의 풍모를 풍기는'엠마'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것 같지만, 실은 '나를 만지고 안고 싶지 않았느냐'는 옛 애인의 손을 밀어내어 거절하고, 안정적인 현재 연인과의 삶을 선택하는 냉정함과 이성을 가졌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보며 기대했던 것과는 상반되고 모순되는 이면의 모습이었다.

흔히 차갑고 이성적인 느낌을 주는 파란색이,오히려 원초적인 욕망에 몰두하고 이를 발산하는 '순수함'을 상징하며,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아델'이 가지는 색이 된다. 그래서 영화의 원제가 La vie d'Adele(아델의 삶)이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엠마가 아닌 주인공 '아델'의 색이 되는 것이지 않을까.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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