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인스 최 작 이오진 번역 오세혁 연출의 김 씨네 편의점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인스 최(최인섭, 43세)는 캐나다 요크 대학교에서 연기전공을 했다. <김씨네 편의점, Kim's Convenience>은 2011년 인스 최 (최인섭)이 만든 연극이다. 토론토 리젠트 파크의 한인이 운영하는 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1년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으며, 인스 최가 감독과 배우도 하였다. 2012년부터는 솔페퍼 극단에서 공연되기 시작하였다.

'김씨네 편의점'은 김씨 가족이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재밌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씨 부부는 1980년대 이민해 토론토 리전트 파크 근처에 편의점을 차렸고, 아들 '정'과 딸 '자넷'을 뒀다. 16살 때 아들의 가출로 부자간은 사이가 멀어진다. '아빠'(Appa)와 '엄마'(Umma)는 예술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딸과 편의점을 운영한다. 그 사이 정은 비밀스럽게 엄마와 자넷과 연락하면서 아빠와 화해하고 싶어 한다. 6년 전 처음 무대에 올렸던 인스 최는 연극에서 극본·연출·제작·연기 등 1인 4역을 했다.

연극은 최 씨의 이민 생활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한 그는 이토비코에서 친척이 운영하던 '김씨네 잡화상'이라는 편의점 건물 위층에 살았다. 실제로 미니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의점과도 인연이 많았다. 요크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포기하고 직접 연극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2011년 '김씨네 편의점'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그해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돼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143개 출품작 가운데 '베스트 프린지 10'에 뽑혔다. 이듬해에는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최우수 배우상도 수상했다.

번역을 한 이오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극작가, 작사가 겸 번역가다. 2009 <가족오락관>으로 제 7회 대산 대학 문학상 희곡부문 수상, 2013 <바람직한 청소년>으로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화랑>과 <가족오락관>을 발표 공연했다.

연출을 한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 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지상최후의 농담> <보도지침>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무대는 실제 편의점처럼 만들어 놓았다. 정면에 커다란 창이 있어 밖이 보인다. 흰색 승용차가 주차해 있는 것이 보인다. 하수 쪽에 주류, 음료수, 우유, 유제품 등이 커다란 냉장고에 칸칸이 진열되어 있다. 중앙에는 과자와 장난감, 비닐봉지에 들은 인스턴트식품이 세 개의 세로로 놓인 진열장 위에 칸칸이 들어차 정돈되어 있다. 맨 오른 쪽 진열장 위에는 붉은 색 인삼 캔이 들어있는 박스가 놓여있어, 출연자들이 마신다. 상수 쪽은 계산대가 있고 금고가 놓여있다. 벽에는 기타와 운동복이 걸리고, 그림이 담긴 액자도 걸려있다. 천정에는 여러 개의 형광등이 달려있다. 창문 오른쪽 문이 편의점 출입문이고, 하수 쪽 문은 창고 겸 내실 통로로 사용된다.

<김씨네 편의점>은 편의점 주인인 한인 김 씨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김 씨는 어느 날 부유한 콘도 개발자가 높은 가격으로 자신에게 편의점을 팔라는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김 씨는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불러도 이 편의점을 팔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이 편의점은 자신의 모든 것이자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김 씨가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씨는 딸에게 편의점을 물려받으라고 하지만 딸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어 왜 강요하느냐고 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이 생긴다. 아들은 16살 때,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해 병원에 실려 갈 정도의 폭행을 당한 후 아버지의 돈을 훔쳐 가출을 해 소식이 끊긴 상태다.

김 씨는 가부장적인 성격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 자존심, 그리고 자신의 주관이 명확한 인물이다. 한국의 아버지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고 법이고, 아버지를 무서워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도 인간이기 때문에 강한 자존심과 위엄 뒤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실수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인이나 자식에게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라고 말하는 것조차도 아낀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가정과 주변사람들에게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언젠가는 그 갈등을 폭발시킨다.

<김씨네 편의점>은 그 갈등의 발생에서 해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상처도 받았지만 서로를 사랑하며, 과거를 용서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국이민자의 삶을 그려낸다. 거기에 흑인들이 등장해 인종문제와 사랑 이야기가 복선으로 깔린다. 딸이 흑인과의 결혼에 선뜻 승낙을 않고 머뭇거리자, 주인공은 딸에게 1991년의 미국 LA에서 흑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인종차별로 인해 폭동이 일어나게 되고, 백인들이 거주하는 지역 진입로가 막히자, 한인 거주 지역으로 흑인들이 몰려가 한인상점에서 약탈을 했으나, 평소 흑인에게 잘 대해주고 가까이 지낸 한인 상점은 흑인들이 힘을 합쳐 지켜주었기에 폭동과 약탈의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며 흑인과의 결혼을 성사시킨다.

대단원에서 집을 떠났던 아들이 자신의 소생인 아들 사진을 들고 돌아오고, 아들이 어렸을 적부터 편의점을 하고싶었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버지는 아들에게 편의점을 물려주고 금고 열쇄와 편의점 키를 맡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장용철이 김 씨네 편의점 주인 김 씨로 출연해 절대배우라는 명칭답게 가슴에 코리아 레전드(Korea Legend)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붉은 색 셔츠를 입고, 성격 설정에서부터 연기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기량을 보인다. 박완규가 네 명의 각기 다른 흑인 역을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표현해, 금년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최현미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보여준 수준급 연기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안재영이 아들로 출연해 훤칠한 용모와 절제된 연기로 여성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이화정 배우는 성격창출은 물론 용모와 체격 그리고 연기력으로 남성 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드라마투르크 손원정, 무대 김수희, 의상 이윤정, 소품 백혜린, 조명 마선영, 분장 이지연, 음악 옴브레, 음향 정윤석, 조연출 손청강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국립극단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인스 최 작, 이오진 번역, 오세혁 연출의 <김씨네 편의점>을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연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 편의 건강하고 권장할 만한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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