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문화뉴스 MHN 김효상 아띠에터]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의 69회 출연자로 식당을 운영하며 직접 음식을 만드는 요리하는 연출가 김제훈을 만났다. 공연단체 조은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한 그의 독특한 이력과 남다른 인연을 들여다본다.

 

[▶]을 누르면 이번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69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클릭)

 

플스 69회 게스트, 조은컴퍼니 김제훈 연출

Q. 통영 출신의 예술가가 많다. 자랄 때 느낀 지역의 정서가 그랬는가?

└ 통영은 작은 항구도시다. 해 질 녘에 노을 지는 풍경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땐 그 노을만 봐도 눈물이 났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살면서 이따금 '내가 왜 그때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곤 한다. 그 감성엔 통영만의 특별함이 있었던 것 같다. 예술적인 정서라고 딱히 포장하긴 어렵지만, 작품활동을 할 때 분명 떠오르는 고향의 느낌이 있고 나이가 드니까 다시 찾아진다. 그런 감성이 나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으며 통영 출신의 위대한 예술가들도 그런 지역적 정서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Q. 요리하는 연출가다. 음식점을 하는 것이 단지 일반적인 연극인들의 부업과는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 서울에 올라와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키친매니저 활동을 했는데 무리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됐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는 와중에 올림픽대로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다. 잠깐 졸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가 뒤집어져 있었다. 다행히 몸은 괜찮았지만, 너무 서글퍼서 성산대교 아래로 가서 펑펑 울었다. 그땐 20대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울고 마음을 추스르다 불현듯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것에 관심도 있었고 약간의 재능도 있었는데 그 다짐이 연극을 하겠다는 마음마저 이어졌고 극단 '로뎀'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그때부터 연기를 배웠다. 어찌 보면 요리를 했기 때문에 연극을 하게 된 것 같다. 요리는 나에게 특별한 재능이며 연극을 만나게 된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요리가 단순히 일로 여겨졌다면 지금 나에게 요리는 또 다른 예술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극을 하면서 요리를 하는 것이 또 다른 에너지를 찾는 길이다.

 

창작뮤지컬 '레인보우 합창단' 공연 사진

Q. 연기를 배우다 연출로 전향하게 된 이유는?

└ 극단 워크숍에서 처음 연기를 해봤는데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극단의 하상길 대표님은 화술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나의 사투리 억양을 많이 지적하셨다. 그때 연기에 대한 벽에 부딪혔다. 그러던 와중에 연출을 도전하게 됐다. 연기보다는 연출이 상대적으로 나에겐 덜 부대꼈다. 희곡의 행간 의미를 되새기고 고민해가는 것이 좋았다. 사실 연출이 더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때는 멋모르고 연출이 쉽다고 느꼈다.

 

Q. 정의신 작가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 2009년 겨울 그분을 처음 뵀다. 그때 정의신 작가의 '겨울 선인장'이라는 희곡을 읽고 만들고 싶어 작가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당시 나는 극단에서 나와 조은컴퍼니를 차렸을 때다. 정의신 작가는 일본에 살고 계셨는 데 때마침 공연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찾아가서 당신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작가님은 대단한 거물이었다. 대략 어떤 분이란 걸 알긴 했지만 내가 거물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나서 예술적인 아우라를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존경하게 됐다.

난 그때 '그냥 청춘'이라는 작품을 공연하고 있었고 작가님께서 그 공연을 직접 보러오셨다. 그리고 자기 작품을 만드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래서 정의신 작가의 '아시안 스위트', '가을 반딧불이'라는 작품까지 총 세 작품을 올리며 인연을 맺게 됐다. 현재 본인의 대표작인 '야끼니꾸 드래곤'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고 있다고 알고 있다. 내가 처음에 연극으로 보고 반한 작품이다.

 

 

Q. 일반적으로 좋은 작품이라 여겨졌을 때 작가에게 제안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 그리고 각색 과정에서 어떠한 협의를 거치는지…

└ 좋은 작품을 보고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특별히 다른 방법을 쓰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작가들을 설득하는 편이다. 다행히도 나는 작가와의 충돌이 없었다. 정의신 작가님은 대본이 워낙 탄탄해서 바꿀 만한 생각을 하지 못했고 내가 만난 다른 작가들도 대본 수정에 대해서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 주었다.

 

Q. 배우들과의 연습방법은 어떠한가?

└ 고정적인 내 방식이 있는 건 아니고 배우들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선배님이나 선생님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은 작품에서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살짝만 요구해도 금방 만들어 낸다. 그리고 후배들이나 신인들과 작업을 할 때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작품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딘지에 대한 얘기가 길어지게 된다. 연출 디렉션이라는 것이 결국 그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느냐고 생각한다. 그것을 잘 전달해야 하므로 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다.

 

Q. 연출할 때 배우의 연기를 제외하고 텍스트(희곡), 음악, 무대미술 중에서 조금 더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 아무래도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희곡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 같다. 희곡을 바탕으로 음악과 미술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텍스트가 가진 행간의 의미나 상황에 맞는 정확한 감정선을 이어가기 위해서 노력한다. 상황 하나만 잘못 풀어도 작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와 정서들을 알맞게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창작뮤지컬 '레인보우 합창단' 공연 사진

Q.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을 소개해 달라.

└ 신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가족 음악극이며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요와 가요들이 많은 '레인보우 합창단'이라는 작품이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실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이다. 유명한 아동문학가인 고정욱 작가께서 이 단체를 모티브로 동화를 썼고 내가 다시 음악극으로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 12군데 지방 투어를 마쳤다. 그리고 조금 더 보강해서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 올린다. 이후에는 제주도 공연도 잡혀있고 하반기까지 계속 투어를 다니게 된다.

 

Q. 고정욱 작가와의 인연은?

└ 고정욱 작가와의 인연도 내겐 특별하다. 고 작가님은 처음에 작품 의뢰를 위해 접촉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조은컴퍼니를 만들고 나서 잘 안 되고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우연히 어느 잡지의 앞부분에 고정욱 작가님의 인터뷰가 실린 것을 보았다. 그 내용이 정말 감동이었고 내가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게 됐다.

그래서 이 분을 무작정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인터뷰를 한 기자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고 작가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고 연락처를 물었더니 나의 질문에 좀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고 작가님이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며 아무 목적 없이 만나겠다는 나를 질책했다.

그래서 일단 그분의 책을 읽어보았다. 처음 읽은 책은 '가방 들어주는 아이'라는 짧은 작품이었다. 장애아동의 가방을 들어주는 친구의 따뜻한 이야기였고 그때 '레인보우 합창단'도 읽었다. 먼저 '가방 들어주는 아이'를 읽고 공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연으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정욱 작가를 만나야 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만났는데 시원하게 공연을 승낙하셨다. 고정욱 작가 본인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1급 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분을 만나면 힘이 난다. 그분의 작품을 공연으로 올리는 것은 '레인보우 합창단'이 4번째이다. 이후에도 또 다른 공연을 올리고자 준비하고 있다. 이번 '레인보우 합창단'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작품이니 많은 분이 보러 왔으면 좋겠다. 공연 후에 고정욱 작가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일정도 두 번 잡혀있다.

 

Q. 어린이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자칫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생각된다. 상업성과 작품성의 균형을 고민하는가?

└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데 굳이 작품성과 상업성을 몇 대 몇이라는 비중으로 나눠 구분 짓고 싶진 않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힘이다. 표가 잘 팔리느냐는 그 다음의 문제다. 굳이 '상업 어린이 공연'이라고 부르는 것을 꼽자면 인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공연이 아닐까 싶다. 그런 작품은 목적이 분명하지만 내가 만들고자 하는 공연은 그것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통해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어떠한 마음의 움직임을 가질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한다. 그로 인한 감동이 우선이다. 만약 돈만 생각했다면 나도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공연을 만들었을 것이다.

 

Q. 향후 계획은?

└ 조명 오브제, 움직임 등을 활용해서 2인극의 햄릿을 만들고 싶다. 좀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던 것인데 오해라는 것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가를 얘기하고 싶다.

플스 69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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