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연 배우

[문화뉴스 MHN 김효상 아띠에터] 순수하면서 진지한 눈빛을 지닌 오다애 배우를 만났다. 오 배우는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제8회 대한민국 여성전통예술경연대회 일반부 연기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바 있다. 지난 해에는 연극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무엇이 당신을 소진시키는가?'에 출연했다.

현재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4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 올라가는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Capital 01'에서 억척어멈의 딸인 '카트린' 역을 맡았다.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Capital 01' 연습사진

Q. 배우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 초등학교 5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KBS 어린이 합창단으로 활동했다. 당시 노래 지도 선생님께서 뮤지컬배우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뮤지컬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생님 말씀을 크게 담아두지 않았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국어 선생님께 뮤지컬 배우 권유을 받았다. 그 선생님께서는 나를 대학로로 불러내어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란 작품을 보여 주셨다. 그때 처음으로 전율이란 걸 느꼈다.

이후 배우가 되기 위해서 노래와 춤, 연기를 배웠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후 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다 떨어지더라. 배우의 꿈을 거의 접으려던 찰나에 대학원에서 임형진 연출님의 수업을 듣게 됐고, 연극이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깊은 분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연출님께서 좋은 무대 기회를 주셔서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가게 됐다.

 

Q. 뮤지컬배우에서 연극배우로 목표를 바꾼 것인가?

└ 내가 생각하는 '배우'는 연극, 뮤지컬 등의 장르 구분이 필요한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목표를 바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평생 무언가를 '배우라'고 해서 '배우'인 거야"라는 것이었다. 어떤 작품에 어떤 역할을 줘도 잘 해낼 수 있는 준비된 배우가 되려고 노력할 뿐이다.

 

Q. 어떤 연기 스타일을 추구하는가?

└ 폴란드 연출가 그로토프스키를 매우 존경한다. 그분의 연극 이론을 공부하면서 연극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그분의 배우에 대한 관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로토프스키는 연극의 본질을 찾기 위해 수많은 작업을 했다. 그의 연극은 배우의 신체를 중심에 두며 '성스러운 배우'만이 관객과 만남을 통해 영적 교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성스러운 배우'란 부정법, 즉 저항과 장애를 없애고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단념해 철저하게 자기분석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면에 있는 근원과의 충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내가 배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일상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숨겨진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혹은 감추고 싶었던 것들과 충돌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신체 훈련과 책, 신문 기사 등을 읽으며 감추고 싶었던 내면과 충돌해나가면서 진실된 자아를 찾아내고 분석해 관객과 교감하고 싶다. 물론 평생 이렇게 한다고 해서 '성스러운 배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주변부라도 가보는 것이 목표다.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Capital 01' 연습사진

Q.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단원 생활은 어떠한가?

└ 극단 생활이 쉽지는 않다. 극단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공동체 생활에선 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단은 가족 같다. 서로 돕기도 하고, 때론 싸우고 화해하면서 믿음이 돈독해져간다.

내가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이라는 극단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연극론과 맞았기 때문이다. 극단마다 추구하는 연극론이 있는데 그 연극론과 배우 개인이 추구하는 생각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형진 연출의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었는데 나도 그 점이 좋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극단 작업을 통해 진실된 내면을 완전히 드러낸 '성스러운 배우'가 되어 그 느낌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

 

Q. 연습할 때 연출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면?

└ 나는 러시아 연출가 메이어홀드 같은 직선적인 연출 스타일을 좋아한다. 연출가와 배우가 동등한 위치에 있으면서 서로를 존중해 주는 관계이다. 연출가는 작품을 하면서 배우의 생각을 존중해 주되 확실한 자신의 의도에 대해선 배우를 설득해야 한다. 배우 또한 연출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도를 이해했다면 믿고 따라야 한다.

연출 의도를 파악하려면 배우가 우선 똑똑해야 한다. 배우가 연출의 의도를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자기 논리만 주장한다면 연출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프로덕션과의 신뢰가 깨지며 작품의 완성도도 떨어지게 된다. 배우는 연출가보다 전체를 보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우선 연출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분석을 하고 여러 가지 연기를 준비해가려고 노력한다. 그걸 통해 연출가와 극중 인물을 함께 만들어 낸다.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Capital 01' 연습사진

Q. 유명한 배우가 되고자 한다면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 우선 유명배우가 되려고 억지로 노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추구하는 연극을 제대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작품 스타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연극을 계속 하고 싶다.

 

Q. 경제적인 압박이 온다 해도 연극배우에 대한 길을 가고자 하는지?

└ 연극은 순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대가 반영되는 것이다.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은 부조리한 시대모순을 진실 되게 그려내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자본과 타협하게 된다면 연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나 또한 배우로서 경제적인 압박을 겪는다해도 소신 있게 연기를 할 거라는 뜻이다. 그로토프스키가 그랬던 것처럼 순교자의 삶을 살고 싶다. 죽기 전까지 나를 분석하고 다듬어 내면서 좋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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