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올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홍상수‧김민희 커플만큼 뜨거웠던 이슈는 '옥자'였다. '설국열차' 이후 모처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란 점과 함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 원작 영화였다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온라인 송출을 기본으로 하는 업체에서 만든 콘텐츠가 영화제에 초청되는 건 특이한 일이었고, '영화'의 기준에 관해 토론이 오갈 정도로 문화/영화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일이었다.

이런 문제는 국내 배급에도 영향을 줬고, '옥자'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소수의 관에서만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넷플릭스가 바란 것일 수도 있는데, 관객으로선 '리얼' 같은 영화가 멀티플렉스에 암세포처럼 퍼진 것을 목격하면서 유통/배급의 질서에 대해 무언가 느낀 게 있을 것이다.

 

 

봉준호는 '옥자'를 통해, '설국열차'에 이어 대규모 자본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 무리 없이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엔 넷플릭스와 손잡으며 미디어 시장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기에 좁았던 국내의 영화 시장을 벗어나 세계관을 확장하고, 더 큰 영화를 만들었다. 제작비의 규모와 함께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릴리 콜린스 등 봉준호의 프레임 안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며, 자랑스러운 광경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공간 활용도 돋보인다. '옥자'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연기를 펼치는 건, 어벤져스 영웅들이 활약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옥자'의 촬영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비해 상당히 조용히 진행되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홍보 목적을 위해(그 효과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한국 로케이션을 쓴 것과 달리, '옥자'는 이야기 자체를 소화하기 위한 공간으로 한국이 선택되었다는 걸 뜻한다. 진짜 사람이 살고,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서 한국을 볼 수 있기에 뜻깊은 영화다.

 

 

대규모 자본, 할리우드 스타, 한국적 색채의 확장 등 봉준호가 '옥자'로 이룬 것들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잃어버린 것도 있다. 디테일이 살아있기에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색깔과 그만의 영화적 재미가 조금 옅어졌고, 그래서 무언가를 상실한 느낌이다.

'옥자'도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재미와 사회성이 짙게 묻어 있다. 순둥이 옥자를 통해 자본주의의 피폐함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스티븐 연 등이 보여주는 깨알 같은 유머도 여전했다. 하지만 '설국열차' 때부터 조금씩, 아기자기한 영화적 재미가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심리를 흔들어 놓던 작은 디테일보다 거대한 볼거리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도 있다.

 

 

물론, 어떤 결과물이든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비범하고, 상당히 재미있으며, 늘 관객에게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기에 앞서 아쉬운 점들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성취에 관해서도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는 더 좋은 작품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그래도 다음 작품엔 그의 특색이 자본보다 더 두드러졌으면 좋겠다고, 한 명의 열렬한 팬으로서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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