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김가현 cherishkkh@mhns.co.kr 아나운서부터 PD까지, 방송을 사랑하는 김가현입니다. 콘텐츠를 통한 당신과의 만남이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콘텐츠를 만듭니다

[문화뉴스 MHN 김가현 아띠에터] 대학 초년생 시절, 친구의 손에 이끌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홍대 골목 구석, 지하로 내려가 마주한 작은 공연장은 기존에 보았던 대형 공연장들과는 달리 몽환적이면서 아늑하고, 멋스러우면서 어딘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었다. 노래하는 가수와 공연을 보는 관객은 손닿으면 닿을만한 아주 가까운 거리. 곡 중간중간마다 관객과 가수가 서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는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관객과 뮤지션이 '함께' 있는 공간이구나' 내 첫 라이브클럽의 기억이다.

시간이 지나 그때 그 느낌이 그리워 다시 찾았던 그곳은 이미 사라지고 일반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사라진 라이브클럽의 이름은 '살롱 바다비'. 장기하와 십센치,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지금은 유명해진 인디 가수들을 인큐베이팅한 곳이다. 이것은 단지 라이브클럽 한 곳의 에피소드가 아닌 라이브클럽 전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만나고, 매스미디어에 의해 주입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서 들을 수 있던, 무엇보다 관객과 뮤지션의 숨이 함께 쉬어지던 홍대의 많은 라이브클럽들. 이제 이곳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치솟는 임대료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행, 가만히 누워 모바일로 클릭만 하면 볼 수 있는 공연 영상 등 여러 이유로 2~3년 사이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안타까운 상황 속,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라이브클럽을 사랑하는 뮤지션들과 마포FM 라디오방송국이 라이브클럽을 살리기 위해 뭉친 것이다. 이름은 'STEEL ALIVE', 라이브클럽과 그 안에 숨 쉬는 다양한 음악들이 누군가에게 떠밀려서도, 누군가가 도와줘서도 아닌, 그 자체로 자생적이고 꿋꿋하고 강철같이 자리에 남아,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스틸얼라이브는 매달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라이브클럽들이 각 공간적 문화와 취향 그리고 특성을 해석해 공연을 내놓았다. 특히 5월의 주제인 '홀로'를 해석한 부분이 흥미있었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쉴 틈을 선물하는 'come in alone', 연애 노래가 지겨운 자체적 솔로들을 위한 공연 '비연애인구 특별보호공연'등 같은 주제로 라이브클럽에 따라 다른 해석을 통한 공연을 보여줘 매우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흥미로운 이 공연은 5월의 홀로, 6월의 서울을 지나 마지막 공연인 JULY FANSTASY. 7월의 환상을 앞두고 있다.

답답한 현실과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잊고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번 주제 'Fantasy' 또한 각 클럽에 따라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테마로 한 살롱노마드의 '환상의 증후들(더폴스, 데카당, 홀린)', 제한시간 내에 뮤지션 중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어야 탈출할 수 있는 여름마지 본격 심리호러추리 공연, 카페 언플러그드의 '수상한 초대(사람또사람, 미쓰밋밋, 허세과)' 등 환상을 재밌게 풀어낸 공연들이 준비돼있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다브다, 하이미스터메모리, 양창근, 강백수 등 뮤지션과 관객이 함께하는 사라진 공간들을 기억하는 아주 작은 좌담회이다. 이 날 좌담회에서는 뮤지션들이 함께 모여 사라진 라이브클럽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이 공간들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게 비단 라이브클럽만 있을 뿐이랴. 이번 공연을 통해 사라져 가는 것들,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숨결같이 살아숨쉬고 있는 라이브클럽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바다비' 고별 무대에 섰던 뮤지션 권나무씨는 이런 말을 했다.

"끝없이 낭만을 이야기하던 공간 하나가 사라졌다. 나는 이곳이 사라질 거라는 것을 갑자기 받아들여야만 했고 나에게 이곳이 얼마나 특별한 곳이었는지를 말하는 것이 갑자기 뒤늦은 일이 되어버렸다. 훗날에 누군가 바다비는 어떤 곳인가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바다비가 낭만적인 곳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아직 낭만은 살아있다. 살아있는 낭만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소중한 이의 손을 잡고 스틸 얼라이브의 공연장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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