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반드시 저보다 강대한 적과 싸우는 사람만이 신성합니다. 약자끼리의 싸움이란 언제나 강자를 위한 자멸입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김운하 배우의 마지막 작품, 연극 '인간동물원초'가 다시 공연된다. 김운하는 이번 재공연에 출연하기로 했고, 연습을 진행했었다. 이도연 '인간동물원초' 기획은 "배우들과 스태프들끼리 의논을 했다. 공연을 취소하거나, 배역을 없애는 것도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공연이 취소될 경우 다른 배우들 역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 같고, 김운하 배우도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운하 배우가 맡은 '방장' 역엔 박준영 배우가, 내레이션은 김평조 배우가 하게 됐다"고 전했다.

연극 '인간동물원초'는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미래야솟아라 섹션 연출상을 받은 작품이다. 대학로의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극단 신세계 대표 김수정 연출의 독특하고 기발한 연극이다. 1950년대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손창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과거인지 현재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때, 감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죄수들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딘다. 죄수들은 감방 안을 지배하는 부조리한 질서를 관조하거나, 편입하려고 하거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 말보로와 감방 안 수인들의 갈등이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라면, 기존질서를 유지하려는 방장과 개인의 능력으로 권력을 차지하려는 주사장의 갈등은 전통사회와 현대사회가 빚어내는 마찰일 수도 있다. 감방 안에서 죄수들은 서로를 관찰하고, 간수는 감방 안을 감시한다. 내레이터는 인간동물원을 구경하며 해설을 덧붙이고 관객은 무대 위를 바라본다. 시선의 사중 구조는 인간동물원의 울타리를 점점 확장하며 인간동물원이 무대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인간동물원초'는 생태계 속의 먹이사슬, 인간 사회의 무쇠 사슬이라는 잔인한 원리 앞에서 인간은 과연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오는 9일부터 19일까지 10일 동안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되며, 김두진, 김정화, 김평조, 김형준, 나경호, 문지홍, 박경찬, 박준영, 이창현, 이형구, 조영우, 홍승안이 출연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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