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열 작가

[문화뉴스 MHN 정성열 아띠에터] 1921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대사와 함께한 김수영 시인은 무엇보다 '김수영'으로 살아가려고 애쓴 인문주의자였습니다.

현대 문명과 현실을 비판하던 서정적 모더니스트이자 자유와 저항을 부르짖던 작가로 김수영은 '구름의 파수병'(1956년), '하...그림자가 없다'(1960년), '풀'(1968년), '시여, 침을 뱉어라'(1968년) 등 수많은 시와 산문을 남겼죠. 1968년 오늘(16일) 세상을 떠난 그의 시 중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소개하며, 우리에게 그가 남긴 시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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