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고영범 번역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조선 세종 때 권제와 정인지, 안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지은 악장·서사시이다. 정인지와 안지, 권제 등이 짓고, 성삼문과 박팽년, 이개 등이 주석, 정인지가 서문을 쓰고 최항이 발문(跋文)하였다. 1445년(세종 27년)에 지어 1447년(세종 29년)에 간행하였다. 한글 창제 후 첫 시험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한글 문헌이며 악장이다. 모두 125장으로 조선 개국의 위대함과 시련을 노래했고, 그것이 하늘의 명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내용은 목조·익조·도조·환조·태조·태종 등 조선의 선대인 6대에 걸쳐 그 사적을 노래했다. 제1장, 제125장 등 10여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 장이 2절로 되었는데 앞절에는 중국 역사상의 사적을 적고, 뒷절에는 앞의 중국 사적과 부합되는 조선 개국의 사적을 노래했다.

이 연극은 세종 조에 만든 악장 서사시 <용비어천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미국인의 인종편견에 대한 유색인들의 반항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용비어천가>라고 엉뚱한 제목을 붙였을 뿐이다. <열하일기 만보>도 이런 유형인데,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의 제목을 도용해 버젓이 제목으로 삼고 더구나 국립극단의 이름으로 공연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영진 리 (Young Jean Lee)는 작가 겸 연출가로 영진 리 씨어터 컴퍼니 대표, 인디 록 밴드 퓨쳐 와이프 대표다. 뉴욕타임즈는 영진 리를 '자기 세대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도시적인(downtown) 극작가'로, 타임아웃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실험 극작가 중 하나'로 소개한다. 영진 리 씨어터 컴퍼니를 설립해 뉴욕에서 9개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으며, 전 세계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했다.

2012년 도리스 듀크 예술가상, 2011년 펠로우십, 오비상 특별상 <우리는 죽게 될 거야>, 2010년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 2007년 오비상 극작가상, 취리히 씨어터 스펙터클 페스티벌상을 수상했다. 2013년 영진 리의 작품 <우리는 죽게 될 거야 (We´re Gonna Die)>를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이 공연에서 영진 리는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1인 카바레 쇼' 형식의 공연을 보여준 바가 있다.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록 밴드 퓨쳐와이프의 흥겨운 음악과 영진 리의 진솔한 노래와 춤은 공연 내내 관객을 웃게 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힘을 준다.

번역을 한 고영범은 연세대학교 신학과와 NYIT 대학원 영상제작과 출신으로 현재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겸임교수다. 영화로는 2002년 <낚시가다> 35mm, 13분, 대본/연출, 오버하우젠 국제영화제 참가작, 2006년 <모두들, 괜찮아요?> 장편극영화, 편집, 마술피리, 감독 남선호의 참여했다. 번역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번역, <로드리게즈의 10분 영화학교> 번역했다.

오동식은 청주대 연극학과와 동국대 연극학과 대학원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연극 '백석우화 –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연희단거리패의 단원이다.

출연작으로는 <백석우화> <길 떠나는 가족> <벚꽃동산> <리어왕> <궁리> <못생긴 남자> <템페스트> <햄릿> <세자매>외 다수작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연출작으로는 <채권자> <변두리극장> <트랜스 십이야> <길바닥에 나앉다> <코뿔소> <스트립티즈> 등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무대를 1m 높이로 만들고 정면에 커다란 아크릴판을 세우고 문처럼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아크릴판에 여인 상반신 상과 문자영상을 투사하고, 작가 역의 여배우와 남녀출연자들이 등장해 춤과 노래 그리고 익살스런 몸짓으로 퍼포먼스를 1시간 30분간 계속한다.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의 유색인들에 대한 편견과 동향에 대한 거부반응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고 문자영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한다. 출연자들의 인물설정이 독특하고, 열정을 다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퍼포먼스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갈채를 이끌어 낸다.

 

김신록, 박지아, 강서희, 안현정, 박시영, 최주연, 이동준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투르크 손원정, 음악 이자람, 안무 김윤규, 무대 김수희, 조명 조인곤, 의상 이윤정, 분장 이지연, 영상 하승연, 편곡 김민수, 음향 정윤석, 소품 백혜린, 무대감독 박금숙, 조연출 원선혜, 기술감독 김무석, 무대제작감독 최슬기, 조명감독 김용주, 음향감독 이병석, 의상감독 박지수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재)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