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1인 가구가 지난달 처음으로 1,000만 세대를 돌파해 전국의 5가구 중 2가구가 혼자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행정동별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에 따르면 ‘행정동별 세대원수별 세대수’가 올해 3월 말 전국 전체 세대는 2,400만 2,008세대인데 이 중 1인 세대 수는 1,002만 1,413세대로 그 비중은 41.75%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 2월 말 전국 전체 세대는 2,396만 2,497세대였는데 이 중 1인 세대 수는 998만 1,702세대로 그 비중은 41.65%인 것에 비하면 한 달 새 무려 3만 9,711세대나 늘어나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4인 세대가 갈수록 줄어들고 혼자 사는 세대가 급증하고 있음을 명확히 확인해 주는 수치다.

연령대별 1인 세대는 60∼69세가 185만 1,705세대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대 이상 고령 1인 가구가 198만 297세대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이 30∼39세 168만 4,651세대, 50∼59세가 164만 482세대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인구가 많은 경기도와 서울시가 1인 가구 수도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 경기도가 225만 1,376세대, 서울특별시는 200만 6,402세대 순으로 많다. 1인 가구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의미다. 성별로는 남자가 515만 4,408세대, 여자가 486만 7,005세대다. 반면 4인 세대는 403만 386세대로 지난해 3월 417만 6,516세대보다 3.5% 감소했다. 이는 4인 세대가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렇듯 4인이상 다인 가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1인 가구 1,000만 시대가 본격 도래한 만큼 연령대별, 성별, 지역별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렇듯 1인 가구의 증가는 청년층과 6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 자료에 따르면 1인 세대는 지난해 3월 981만 7,789세대였는데 올해 3월 말 기준 1,002만 1,413세대로 1년 만에 20만 3,624세대나 증가한 것이다. 2020년 3월에는 860만 4,128세대였으므로 4년 만에 무려 16.4%인 141만 7,285세대나 늘어났다. 반면에 4인 세대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10년 단위 연령별로 살펴 봤을 때 가장 많은 1인 세대 수를 차지한 세대가 60대이지만, 한 연령층에서 전체 대비 1인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25.6%)가 60대(24.0%) 보다 오히려 더 크다. 따라서 1인 세대를 구성하는 주 연령층이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사별하거나 이혼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독거(獨居) 상황에 놓인 노령층보다 ‘나 혼자 산다’는 젊은 층이 더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등장한 저출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ℓ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이라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으로 전년 대비 8%가량 떨어져 또다시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0.70명에 그친 데 이어 4분기에는 0.65명으로 급락, 인구소멸 위기를 넘어 국가 존립의 문제까지 우려되며 저출산 극복이 최대의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저출산 문제는 결혼·가정과 연계되는 내집 마련의 어려움을 비롯해 자녀 교육과 관련된 경쟁 구도와 높은 교육비 등과 당연히 연계된다. 결혼과 출산·자녀교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높은 벽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저출산 대책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노력에 따라 희망적인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청년층의 경우 취업난으로 가정을 꾸리지 못하니 1인 가구가 늘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안정적인 수입 없이 고시촌 등에서 거주하는 젊은이가 수두룩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혼자 사는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고령층에서는 가정 해체와 사별 등으로 독거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이유는 연령, 성별,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하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70~10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이 198만 3,661세대에 이른다. 전체 1인 세대 중 70대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로 거의 5명 중 1명꼴이라는 해석이다. 혼자 사는 고령층이 가장 두려운 것으로 ‘고독사’의 문제다. ‘고독사’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지난 1월 2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인 가구 9,471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간한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군이 78.8%로 집계됐다. 국내 1인 가구 5명 중 4명이 ‘고독사 위험군’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50~60대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는 지난 2016년 전체 가구의 27.9%인 539만 8,000세대였으나 2022년 34.5%인 750만 2,000세대까지 늘었다.

직접적인 비교 가능한 동기간의 통계가 없어 아쉽지만, 고독사는 지난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5년간 평균 8.8% 늘었다. 남성 고독사는 연평균 10.0%씩 늘었고, 나이별로는 60대가 평균 18.5%씩 늘어났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고독사로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수는 2,658명에 달한다. 2019년 한 해에 무연고 사망자가 2,656명인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난 통계도 있다. 고독사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이 1인 세대 증가에 있고 다음으로 사회적 관계 단절·경제적 빈곤, 중·장년을 위한 돌봄 체계가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병리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무연고 사망자’도 2020년 659명에서 2021년 856명, 2022년 1,072명, 2023년 1,218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갈수록 3인 이하 가구는 늘어나고, 4인 이상 가구는 줄어드는 경향이다. 핵가족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의 3인 이하 가구는 1,997만 1,622세대로 전년도의 1,961만 8,953세대보다 1.8%인 35만 2,669세대 늘어난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같은 기간 417만 6,516세대에서 403만 386세대로 3.5%인 14만 6,130세대 줄었다.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독립 후 혼자 사는 미혼자가 늘어나고 있고, 약 1,300만 명 규모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서 혼자 사는 노인의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 할수록 1인 가구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분명하다. 1인 세대 증가는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야기한다. 주거 시장에서의 수요 변화, 소비 패턴의 변화, 사회적 연결성의 변화 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에 가장 절실한 것은 주거 안정성과 음식물 제공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1인 가구는 주거와 복지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주거 문제에 관심이 높은 청년층은 주택청약제도와 임대주택 입주 조건 등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크다. 취업 등을 이유로 혼자 사는 청년층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서 행복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보고 청약을 시도하지만 1인 가구는 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 거동이 불편하고 경제적 도움이 절실한 독거노인은 쌀이나 반찬 배달 등의 돌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노령층 맞춤 건강 돌봄, 외로움을 극복할 사회관계 형성 프로그램 보급, 범죄로부터 안심 등의 불안 해소책이 화급하다. 따라서 1인 가구에 특화한 분양·임대 주택을 늘리는 등 젊은 층을 조준한 맞춤형 주거정책 수립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노후 의료비 부담 해소. 사회적 관계망 부족과 고립에서 기인한 고독사 해결, 돌봄 체계 구축 등 고령층을 겨냥한 맞춤형 복지 정책의 주도면밀한 새 틀을 서둘러 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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