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2월 28일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이라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전년 대비 8%가량 떨어져 또다시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2022년 출산율 0.78명을 기록한 때도 해외 언론과 학자들에게 “한국은 망했다”라거나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란 혹평(酷評)과 함께 “세계 최저수준 합계출산율이야말로 한국군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라고 악평(惡評)을 받은 바 있는데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추락하며 상황이 더 악화하자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집중되고 외신 또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 2023년에도 또다시 하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안정적인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율인 2.1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자 2018년부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지출한 국가이지만 4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라고 짚고, 그 주요 원인으로 “여성들의 경력 단절과 자녀 양육에 드는 재정적 부담 등 경제적 비용을 걱정하면서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갖지 안 기로 결정한 것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한국은 또한 OECD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각하다”라며 “한국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경험을 쌓지 못한다. 왜냐하면 한국 여성들은 육아를 혼자 하는 경우가 많고, 휴직 후 다시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경험을 쌓지 못한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여성이 임신하려면 결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라면서 그러나 “혼인 건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약 3분의 2 수준이라며 한국이 OECD 국가 중 성별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심각하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 경신 지속하는 한국’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사협회와 정부 간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라며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3분의 2정도를 늘리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하는 이유로 낮은 출산율을 거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저출산율은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넘어 노동력 감소와 소비 둔화 등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 번영과 역동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가 준다는 것은 한국의 군 병력도 감소한다는 의미여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0만 군(軍)의 도발 위협을 받는 국가에 있어 국가 안보에 긴 어두운 그림자”라고까지 표현했다. 또한 저출산은 인구 고령화를 가속해 향후 일본처럼 노인들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두는, 이른바 ‘실버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라는 우려도 나왔다. “정치인들은 자연스레 인구 수가 많은 노인들에게 기댈 것이고 그들에게 지원을 집중하게 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차세대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선순환 경제를 깨뜨릴 것”이라며 “의료부터 복지까지 지출 수요는 늘어나고 청년층이 줄면서 세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신승근 교수는 짚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이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번지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워싱턴주립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 자료를 인용, 지금 같은 출산율 하락 속도라면 오는 2100년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절반인 2,680만명이 된다고 알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월 29일 ‘한국 초저출산 사회의 실상’을 주제로 8회 분량의 심층 보도 시리즈 ‘A-스토리’ 연재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대기업을 다니다가 일본으로 이주한 39세 한국인 여성의 기사를 실었는데, “남편과 둘이 연 1억5000만 원을 벌었는데도 육아 비용 부담이 컸다”라며 “젊은이들은 이런 선배들을 보고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한국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노키즈존’ 카페, 어릴 때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모습을 짚으며 “한국은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고,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회가 돼 버린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2월 29일 “한국은 15년간 280조 원의 예산을 썼지만 효과는 없고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고 올해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한국의 초등학교가 전체의 2.5%인 157개교에 달하는 점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연금제도 파탄, 노동력 부족 등은 물론이고 병원 부족으로 국민의 기본 건강과 안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NHK 또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 및 전세금 마련에 부담이 커지고 취업이 불안정해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사설을 통해 촉구했다.

특히,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만큼 극단적이진 않다”라며 그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BBC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왜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갖지 않나(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s)’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와 영상을 보도했는데, 한국에선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여성과 청년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며,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이른바 ‘독박 육아·편중 가사’로 칭하는 여성에게 육아 및 집안일이 치중돼 있는 점과 너무 비싼 집값과 아이들 사교육비 그리고 긴 노동시간과 힘든 회사 업무를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가정 내에서 남편과의 불공평한 가사 분담도 저출산 배경으로 제시됐다. 30세 TV 프로듀서 예진 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다”라고 했다. BBC는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취업을 촉진하고 야망을 확대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초고속 발전을 이룩했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라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난 만큼 여성의 육아와 가사노동이 남성과 분담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단 지적이다. 아이들은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다며 과도한 사교육 부담도 언급했다. 39세 영어 강사 스텔라 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약 120만 원)까지 쓰는 걸 봤다”라며, 대다수의 부모들이 이런 돈을 쓰지 않으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가족들이 더 많은 아이를 갖도록 설득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짜리 정부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계 최저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이 다시 최저치 신기록을 썼다는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한국의 인구학적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저 혼인 건수를 기록한 것과 함께 동아시아 국가의 저출산 현상을 주목했다. 가디언은 “치솟은 육아 비용과 부동산 가격, 양질의 일자리 부족, 극단적인 교육 체제 등으로 출산 유인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워킹맘이 집안일과 육아까지 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문화적 요인도 주요 원인“이라며 “한국에서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많지만, (결혼과 출산 뒤) 생활비에 대한 우려 등으로 결혼도 감소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사실 저출산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출산율)인 2.1명도 안 되는 국가는 120여 개국에 달한다. 부유한 나라 대부분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임금 인상이 주거비와 생활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결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확인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데 있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세계 최악의 저출산국이다. 우리나라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 0.72명은 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 평균 1.58명(20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심포지엄에 참석해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라며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고, 일본은 3000년까지 일본인이 모두 사라질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한 바도 있다.

해외의 진단이 반드시 옳은 건만은 결단코 아니지만 우리가 그동안 간과한 핵심을 짚은 대목도 없지 않은 것만도 분명하다. 그동안의 경제 성장과 달리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문화와 가치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유연한 선도적 출산 대책이나 육아 제도 등을 제때 갖추지 못했다는 건 뼈 아픈 대목이다. 여성의 경제 참여가 크게 신장하였음에도 여전히 육아와 가사가 분담되지 못한 건 괴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인플루언서인 ‘마크 맨슨(Mark Manson)’은 한국을 방문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라는 제목의 약 24분짜리 영상을 올렸는데 “한국은 경제·문화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불안감과 우울증, 자살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하고, “직장에서도 상사의 퇴근 시간에 자신의 퇴근을 맞춰야 하고, 회식에 무조건 참석해야 하는 등 자기 삶을 선택하는 자율성과 통제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라며 “사회에서 끊임없이 유교적 가치로 가혹한 평가를 받으면서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게 된다”라고 진단하는 등 유교문화와 자본주의의 단점이 극대화한 탓에 우리나라는 졸지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꼽혔다.

국가 소멸로 치닫는 극심한 저출산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당연히 당사자들인 젊은 층 특히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주거 안정을 강구하고, 직장 여성도 아이를 낳아 양육이 쉽도록 육아 친화 기업 문화와 가족 친화 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하여 출산율 제고 인프라를 확충해 가면서, 사교육비가 부족하면 자녀가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부터 없애줘야 한다. 최근 부영그룹 등 일부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최대 1억 원을 출산지원금으로 지급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지원금에 부과되는 세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 많은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국가 경영시스템을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런 사회로 만들어가는 게 최우선 전략이다. 나 혼자도 살기 힘든 지옥인 한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날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맨슨’은 그래도 “회복탄력성만은 희망적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육아 친화 기업 문화와 가족 친화 복지정책을 기반으로 출산율 제고에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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