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KBS교향악단의 스타일 새삼 다시 볼 수 있었던 연주회”

224()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겨울의 끝자락인 지난 224일 토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대망의 제800회 연주회를 앞두고 열린 KBS교향악단의 연주회 한겨울밤의 꿈은 우직하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KBS교향악단의 스타일을 새삼 다시 볼 수 있었던 연주회였다.

지난 1월말의 KBS교향악단의 메인 연주곡 슈트라우스의 알프스교향곡연주가 그러했듯 이런 투박한 뚝심의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329일 대망의 800회 연주회 레스피키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등 로마의 3부작에 이어 상반기에 424일에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 526일의 말러교향곡 제3, 629일의 홀스트 행성’, 718일에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으로 클래식 관객들은 KBS교향악단의 뚝심어린 저력의 연주력을 올 상반기에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KBS교향악단이 지난 126일 저녁 2024 시즌 첫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린 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도 지난 125일과 26일 얍 판 츠베덴의 제3대 신임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연주회로 열린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와 대비돼 관심을 모았다.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독특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하며 특히 대형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으로서 다양한 악기와 풍부한 색채감이 특징이다. 교향곡이지만 표제를 갖고 있고 악장 형식도 자유롭게 구성돼 있어 이 곡은 교향곡이란 제목이 붙어 있지만 형식상 교향시로 분류되며 KBS교향악단의 알프스교향곡 연주는 각 악장이 세분화된 형식이 아니라 전체가 쉬지않고 하나의 악장으로 이어진 형태를 취하고 있어 올해 새로 전개되는 이런 뚝심의 KBS교향악단 연주의 시발로 볼 수 있는 연주회였다.

우직하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KBS교향악단의 스타일을 새삼 다시 볼 수 있었던 KBS교향악단 제799회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지휘 미하엘 잔데를링(좌측)등 연주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KBS교향악단)
우직하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KBS교향악단의 스타일을 새삼 다시 볼 수 있었던 KBS교향악단 제799회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지휘 미하엘 잔데를링(좌측)등 연주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KBS교향악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연주에서도 KBS교향악단 연주의 뚝심 엿보여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은 교향곡이 대표적이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총 15개로 이루어진다.

예전 국내 교향악단들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연주곡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5번 교향곡은 쇼스타코비치의 15개 교향곡 중 으뜸으로 뽑힐 만큼 높은 작품성을 지녔다. 그는 그 무렵 프라우다에 쓰인 자신에 대한 비판, 즉 지나친 형식주의자라는 평가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하며 그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인 5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과 극복-승리라는 내용으로 자주 비교되곤 한다.

회고록을 통해 쇼스타코비치는 5번 교향곡의 주제가 인간성(인격)의 확립이라고 이야기하며 이 작품은 4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모든 악장에 일정 리듬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쇼스타코비치는 오히려 자기표현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때 탄생한 것이 그 유명한 7번 교향곡 레닌그라드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교향곡을 전쟁이 나기 전에 구상해서 그런 만큼 그 곡을 히틀러의 침입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훗날 밝혔다.

이 작품 발표 당시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은 전쟁의 시()이며, 뿌리 깊은 민족정신의 찬가이다라고 발표했지만 1악장을 제외하고는 묘사적 요소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이전,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비난을 했던 프라우다에서도 이 곡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 곡은 훗날, 레닌그라드 시()에 헌정되었으며, 당시 스탈린상도 수상하게 된다. 이 곡은 표제 음악이며, 1악장은 '전쟁', 2악장은 '회상', 3악장은 '조국의 광야', 4악장은 '승리'로 알려져 있다.

반면 쇼스타코비치의 9번 교향곡은 짧고 매우 경쾌한 소품 형식이다. 곡 자체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대작이 나올 것을 기대하였던 사람들에게 소규모의 경쾌하고 재치있는 곡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쇼스타코비치는 9번 교향곡은 만든 지 8년 후에 제 10번 교향곡을 발표한다. 이 곡은 스탈린이 사망한 직후에 쓰여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확대된 타악기군을 포함하는 오케스트라"의 표준에 가까운 4악장의 교향곡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연표에서 KBS교향악단이 교향곡 8번의 연주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반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이 강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8번을 레퍼토리로 올려 연주한 것은 느린 아다지오(Adagio)로 시작하는 1악장의 경우 쇼스타코비치가 써낸 교향곡 악장들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악장 중 하나로 꼽히는 것에 비춰 뚝심으로 연주를 이끌어나가는 KBS교향악단의 저력을 엿보게 했다. 3악장 이후로는 모든 악장이 쉼없이 연주되기 때문에 크게 3부 구성의 교향곡으로 볼 수도 있었다.

리듬, 인토네이션, 프레이징, 오케스트라와의 합이란 균형 돋보인 를뢰의 모차르트 오보에협주곡

이번 KBS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은 미하엘 잔데를링이나 오보에 협주연주자 프랑수와 를뢰의 매치는 KBS교향악단 제799회 연주회의 매력을 높히는 숨은 요소의 하나로 작용, 이번에 객원지휘자로 섭외된 잔데를링의 무대출연이 특히 개인적으로 남달리 반가웠다.

지난해 2023627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루체른심포니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재회한 지휘자 미하일 잔데를링은 20131030일 낮은 지휘대에서 드레스덴필하모닉과의 첫 내한공연으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의 지휘등을 통해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신선한 해석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무대를 연출하지 않았나 싶다.

10여년전 잔데를링은 평단의 의견대로 특히 과장없이 세심하고 정밀하게 음을 만들어가는 지휘는 돋보였으나 당시 48세인 지휘자로서의 카리스마적 요소가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 여겨졌던 연주회를 들려주고 갔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잔데를링은 많은 악단과 연주자가 함께 작업하기 좋아하는 훌륭한 지휘자로 소문나 있어 그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하며 따뜻하고 유려한 현악기의 음색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 지휘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다. 이런 유려한 현악기의 음색이 돋보이는 것을 관객들은 잔데를링이 지휘하는 루체른심포니의 베토벤 교향곡 제5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잔데를링의 지휘가 전체적인 울림의 균형이 베이스부터 멜로디까지 잘 잡혀있고 거칠고 불같은 연주를 즐기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형식과 구조가 잘 드러나는 명료한 스타일을 추구하며 특히 진중하고 느린 부문에서 듣는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다는 평인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이나 이튿날 6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이탈리아가 이런 그의 지휘관을 펼친 좋은 예시가 되지 않았나 한다.

올해 다시 연초에 KBS교향악단의 객원지휘 무대에서 프랑수와 를뢰가 협연한 모차르트 오보에협주곡에서부터 잔데를링의 그런 역동적 지휘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리듬, 인토네이션, 프레이징, 오케스트라와의 합같은 굉장한 균형이 돋보였던 프랑수와 를뢰의 오보에협주곡의 새 매력을 발견한 것 이상으로 지휘 미하엘 잔데를링과의 재회가 개인적으로 남달리 감회가 새로웠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