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경기 불황과 고금리가 장기화 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외면 당한 다중채무자 및 취약 차주 등 서민 취약층이 시채 시장에 내몰리면서 자초한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어나 심각성을 더한 가운데 정부가 악덕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불법 대부 광고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살인적인 초고금리로 이자를 뜯거나 휴대폰깡, 중고차 전환대출 사기 등 신종 수법을 활용해 갖은 불법행위를 일삼고 폭행·협박을 동원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악랄한 추심 등으로 ‘인간 파괴·가정 파괴·사회 파괴’의 이른바 ‘트리플(Triple) 파괴’의 주범인 악질·악덕 불법 사채업자들을 향해 칼을 빼들고 2차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검찰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적출된 불법사금융업자들의 이자 수익이나 탈루 세금을 끝까지 추적해 뿌리 뽑껬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후속조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TF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불법사금융 대책을 강조한 뒤 TF 참여 기관을 늘리고 불법사금융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해 왔지만 최근까지 피해 호소가 이어지자 정부가 범부처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불법 사금융이 서민과 취약계층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해 더욱 악질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라며, “불법 사금융 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건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해선 신고, 제보 및 단속부터 범죄 이익 환수, 피해 구제 등 전 단계에 걸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 지원 사칭 등 불법 대부 광고를 게재하거나 불법 사금융업자의 접촉 통로로 활용되는 인터넷 카페, SNS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불법 대부 광고 등에 이용된 대포폰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난해 이뤄진 불법사금융 집중 단속 결과 경찰은 총 1,404건을 적발해 2,195명을 검거했고, 이 중 67명을 구속했다. 전년도 대비 검거 건수(19%)와 인원(6%), 구속 인원(3배) 모두 증가한 수치다. 범죄수익 보전금액도 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나 늘었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연 수천%에 이르는 이자와 불법 추심 등 불법사금융 피해 호소는 여전하다. 지난해 불법사채 평균 이자율이 연 50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414%에 비해 86%포인트 높아진 수준으로, 고물가와 경제 상황 악화에 불법사채 피해 정도가 1년 새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21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채(미등록 대부업) 거래내역 6,039건을 분석한 결과 연 환산 평균 이자율이 535%로 나타났다. 2022년과 비교하면 연평균 이자율이 121%포인트 높아졌다. 총대출 건수는 6,039건으로 전년 6,712건보다 약 673건(9.1%) 줄어들었지만, 평균 대출금액은 지난해 1,126만 원으로 2022년 382만 원에서 무려 744만원(2.95배)이나 대폭 늘었다. 평균 거래 기간도 같은 기간 31일에서 67일(2.16배)로 늘었다.

문제는 다중채무자 및 취약 차주 등 서민 취약층을 상대로 한 불법 사채업자들의 불법 추심이 심각함을 넘어 인간·가정·사회를 파괴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혹한 수준이라는 데 있다. 불법 사채업자들이 연 8,000%가 넘는 고리를 물린 뒤 피해자가 갚지 못하면 배우자나 어린 자식 등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나체 사진이나 모욕적인 모습의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강요한 뒤 가족과 지인들에게 유포하기도 한다. 채무로 협박해 피해자의 성을 착취하는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그 잔임함과 잔혹함이 신체 불법 촬영물인 ‘몸캠’ 협박에 시달린 피해자도 많아 이른바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불법 추심에 쫓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거나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지능화하면서 단속과 적발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에 TF는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춰 긴밀한 국세청·검찰·결찰·금감원의 협업과 공조에 방점을 찍었다.

저성장·고금리·고물가의 지속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신용잔액은 사상 최대치인 1,886조 4,000억 원(카드대금을 뺀 가계대출 잔액은 1,768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증가했고,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도 전체 가계대출자 1,983만 명 중에서 450만 명에 달하며,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22.7%)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로 추산됐다.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 차주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평균 DSR은 63.6%였고,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 명)의 DSR이 70% 이상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급전이 필요한 다중채무자 및 취약 차주 등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가 계속 커지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대출 과정이 너무도 간단하여 쉽게 빠저들 수 있다. 이렇게 불법 사채를 일단 쓰게 되면 그 순간 부터는 악의 소굴이다. 미등록 불법 대부업자는 일주일마다 원금에 맞먹는 살인적 높은 이자를 물리고, 대출 연장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추가 채무를 지우는 탓에 수십만 원의 빚이 몇 달 만에 수천만 원으로 급속히 불어나기도 한다. 빚을 잘 갚으면 이를 악용해 다른 업체인 척 접근해 추가 대출을 유도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옭아맨다. 피해자는 청소년과 사회초년생,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를 가리지 않는다. 피해 규모는 연간 8만∼1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소송을 지원해 반(反)사회적 불법 사채를 원천 무효화하겠다지만 이미 불법 업자에게 약점을 잡힌 피해자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불법 사채업자가 피해자의 온라인 메신저 계정 등 개인정보를 사용해 협박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직장 동료,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고 욕설과 거짓 험담을 하는 등 폭언과 폭행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피해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도 “대포폰과 대포통장이 쓰여 잡기 어렵다”라는 답변만 듣기 십상이다. 이 순간에도 온라인 대부 중개 사이트엔 “수십만 원이 절박하다”라며 돈 빌릴 곳을 찾는 다중채무자 및 취약 차주 등 서민 취약층의 가슴 아픈 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 사금융업자가 놓은 덫에 걸려 수렁에 빠질 공산이 매우 커 걱정 또한 매우 크다.

현행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조(등록 등) “대부업 또는 대부중개업을 하려는 자는 영업소별로 해당 영업소를 관할하는 시ㆍ도지사에게 등록하여야 한다”는 규정과 제3조의2(등록갱신) “등록유효기간 이후에도 계속하여 대부업등을 하려는 경우에는 시ㆍ도지사등에게 유효기간 만료일 3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등록갱신을 신청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하면 제19조(벌칙)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제8조(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 “이자율은 연 100분의 27.9 이하의 범위에서” 동 시행령 제5조(이자율의 제한) “연 100분의 20을 단리로 환산한다.”라는 규정을 위반하면 제19조(벌칙)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동조 제3항의 의거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倂科)할 수 있다.

한편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미등록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에 의거 미등록대부업자가 대부 하는 경우의 이자율에 관하여는 「이자제한법」 제2조(이자의 최고한도)에서 정한 “연 25%를 초과할 수 없다.” 이 최고이자율을 초과하여 이자를 받은 자는 「이자제한법」 제8조(벌칙)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불법 사채업자들의 위압적인 폭언과 폭력 행사나 행사할 듯 겁박하는 분위기에 불안과 공포로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초과 수취한 이자는 채무자에게 다시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불법 사채업은 여전히 성업 중이고 다중채무자 및 취약 차주 등 서민 취약층의 한숨과 애환은 커져만 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출중개직거래사이트 및 인터넷 등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소득자 및 자영업자 등에게 허위ㆍ과장 광고로 고금리 사채를 받게 하는 등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법 사금융 및 악질적 추심은 개인의 인격은 물론 인간이하로 짓밟히고 가정은 파괴되고 극단적 선택으로 내몲으로써 우리 사회를 좀먹는 반(反)인륜적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빚을 갚지 못했다고 다중채무자 및 취약 차주 등 서민 취약층이 노예와 같은 처절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내몰려선 결단코 안 된다. 정부는 철저한 단속과 추상같은 엄벌을 통해 이런 악질적 범죄가 우리 사회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차제에 다중채무자 및 취약 차주 등 서민들을 위한 정책금융의 확대 시행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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