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사진 기자들의 셔터 소리, 무용수들의 안무 동작 중에 발생하는 소리를 빼곤 모든 것이 고요했다. 비록 연습실 공개이지만 모든 무용수는 최선의 연기를 선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오는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와 함께 '그램 머피의 지젤'을 선보인다. 그램 머피는 호주 발레단과 영국 버밍엄 로열 발레단을 거쳐 호주 시드니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을 31년간 역임한 명 안무가다.

'지젤'은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인 고티에의 대본과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완성된 로맨틱 발레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을 하다가 배신을 당한다는 기본 줄거리를 제외하고 음악, 안무, 세트, 의상 등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상 새로운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20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유니버설 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일부 장면 시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연습 현장과 '그램 머피의 지젤' 제작 과정에 대해 이번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 연습 시연 전에 무용수들이 몸을 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안무가 그램 머피는 배우들에게 "여기 있는 취재진들이 세계 최초의 관객"이라고 소개했다.
   
▲ 안무가 그램 머피(왼쪽)과 부안무가 자넷 버논(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둘은 호주 발레 학교에서 10대 시절부터 만났고 이후 서로의 뮤즈이자 동반자로 지내고 있다.
   
▲ 처음 시연되는 무대는 2막의 첫 부분 장면으로 복수의 화신 '미르테'가 '지젤'의 영혼을 깨워 처녀 귀신인 '윌리'들의 무리로 불러들이는 장면이다.
   
▲ 그램 머피는 "오래 전부터 '지젤'을 새로 안무해보고 싶었다"며 "연인의 배신, 그로 인한 지젤의 슬픔은 계속 새로운 영감을 줬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 그는 "'지젤'을 연구할수록 왜 '미르테'가 복수의 화신이 되는지, '지젤'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작품을 좀 더 깊게 바라보며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 그램 머피는 개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 작품에 프리퀄을 설정했다. '미르테'가 마을 청년인 '울탄'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베르테'를 사랑한 '울탄'의 구애를 거절하는 내용으로 출발한다.
   
▲ '미르테'는 배신감에 사로잡혀 이들의 행복을 저주하고, 강력한 크리스탈을 지닌 '베르테'만이 '미르테'와 '윌리'의 저주를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울탄'과 '베르테'의 딸인 '지젤'이 태어난다는 배경 이야기가 등장한다.

   
▲ '지젤'의 가족들은 갑자기 나타난 '미르테'와 '윌리'들에게 둘러싸이고, 제압당한다. 크리스탈의 수호자 '베르테'는 딸 '지젤'만 구할 수 있었고, '울탄'은 악의 무리로 끌려간다는 내용이 '지젤'의 프롤로그다.
   
▲ 그램 머피는 "지금은 작품 안무의 뼈대만 앙상한 상황이다. 그래서 근육과 살을 덧붙이는 작업이 남아있다. 이 영상을 보여준다고 했을 때 두려웠다"고 첫 소감을 말했다.
   
▲ 그는 "그래도 이렇게 미흡한 모습이지만 보여드리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시점에선 연습의 50% 정도가 완성됐고, 주어진 음악으로 안무 스케치를 모두 진행했다"고 현재의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 그램 머피는 "무용수들이 조금씩 나오는 인물들의 역할에 대해 내면 세계에 끼워 맞추듯이 부분부분 만들어야 끝까지 가서 무용수들이 이 작품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있다"고 무용수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끼지 않았다.
   
▲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음악 작업을 영국 작곡가인 크리스토퍼 고든에게 맡긴 것이다. 그는 영화 '투 마더스', '마오의 라스트 댄서' 등 다양한 작품을 진행한 작곡가다.
   
▲ 이에 대해 그램 머피는 "같이 작업하면서 굉장히 서로 마음이 맞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많이 갖고 있는데, 그 중 영화 음악을 가장 많이 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데 큰 공감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 무용수들은 "기존 로맨틱 발레인 '지젤'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 "하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점차 새로운 작품의 매력을 느끼며 빨려 들어가고 있다. 세계 초연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영예로운 일"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 "우리의 이야기를 넘어서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리메이크 한다는 작품이 '유니버설'한 작업이라고 본다"고 무용수들은 이야기한다.
   
▲ 무용수들은 "그램 머피(왼쪽)는 저희들을 부드럽게 이끌어 주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를 해준다. 그런 모습에서 대가의 모습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 "마치 퍼즐을 맞춰 나가는 것처럼 연습하는 매 순간 순간이 모여 구체화되는 과정이 놀랍다"며 "무대에서 선보일 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렌다"고 입을 모았다.
   
▲ 이번 작품에서 그램 머피가 세계 초연 무대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무용수는 황혜민-콘스탄틴 노보셀로프(사진), 강미선-이동탁, 김나은-강민우 등 세 커플이다.
   
▲ 그램 머피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세 커플에 대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열린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그램 머피는 "관객들은 원작 '지젤'의 음악과 안무에 너무나 익숙하다. 기존 음악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나 역시도 원작의 안무를 답습하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이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음악을 바꾸면서 또 다른 움직임의 언어를 선보여서 무용수들이 좀 더 자유로운 춤을 펼쳐보일 수 있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두 번째)은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인형' 등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놀라운 예술성에 감동받았다. 언젠가 우리 발레단이 이런 훌륭한 분과 작업하면 무용수뿐만 아니라 발레단이 또 한 번의 도약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 문 단장은 "그램 머피가 새로운 버전의 '지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작품이 될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동시에 생겼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문 단장은 "그 동안 저희 발레단이 우리의 고전 '심창'과 '춘향'을 발레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지만, 기존의 클래식 작품을 새로운 해석으로 작업한다는 것이 무용수뿐 아니라 관객까지도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 여기에 문 단장은 "우리 발레의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이러한 창작 레퍼토리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램 머피도 "셰익스피어의 명작들도 현대인을 위해 재접근하면서 젊고, 새로운 관객에게 명작을 소개할 수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듯이 '지젤'이라는 명작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 세상에 맞게끔 재해석하고 싶었다"고 기자회견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남겼다.
   
▲ 이렇듯 새로운 시도로 무장한 '그램 머피의 지젤'은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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