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부모가 20만 명에 육박했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20일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잠정)’에 따르면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 중 지난해 육아휴직에 들어간 사람은 19만 9,97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전년 17만 5,110명보다 14.2%인 2만 4,866명이 늘어나 육아휴직이 빠르게 정착돼가는 추세다. 이는 출산율 제고 정책이 필요에 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반가운 현상이다.

육아휴직자 중 부(父·아빠)는 5만 4,240명으로 전년보다 28.5%인 1만 2,043명이 증가해 전체 육아휴직자 19만 9,976명 중 27.1% 정도이고, 모(母·엄마)는 14만 5,736명으로 전년보다 9.6%인 1만 2,823명이 증가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72.9%를 차지했는데, 부모 동반 육아휴직도 1만 2,888명으로 전년보다 120.5% 급증했다. 여러 출산 장벽 중 아이 돌봄 문제는 항상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육아휴직자 증가는 고무적이지만 육아휴직의 여성 독박과 대기업 쏠림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부(父·아빠)가 차지하는 육아휴직자 비중은 지난해 27.1%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전년 24.1% 대비 3.0%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 페널티의 현실,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한국이 여성 21.4명, 남성 1.3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16.46배 더 사용해 관련 정보가 공개된 OECD 19개 국가 중 남성 사용자 수가 가장 적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43.4명으로 아이 1명에 대해 육아휴직을 여러 차례 쪼개 쓴 중복 사용자가 포함된 수치임을 감안하더라도 우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육아휴직을 하면 부모에게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이 40%대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으로 낮다. 특히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은 현재 1년(52주)인데, 내년부터는 1년 6개월(78주)로 늘어난다.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 기간이 길지만, 실제 사용이 적은 것은 낮은 소득대체율과 좁은 대상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육아휴직의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이라서 고용보험에 가입된 임금 근로자가 주요 대상이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특고) 등은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육아휴직 사용자 중에는 대기업이나 고소득 직장인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 9월 24일 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Family Databas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은 한국이 44.6%였다 OECD 38개 회원국 중 27개국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데, 한국의 소득 대체율은 이 중 17번째였다. 한국에서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가입 180일 이상 된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의 양육을 위해 최장 1년간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인데, 상한액과 하한액은 각각 150만 원과 70만 원이다.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 등 제도가 잘 갖춰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 면면을 보면 대기업 재직자(70.1%)와 여성(72.9%)으로 편중돼 있다. 300인 이하 중소기업 이용자는 30%에 그쳤다. 남성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압도적이다. 빠르게 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육아는 여성 몫으로 치부하는 사회 관념부터 개선돼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난까지 겹쳐 재직자가 육아휴직을 쓰려면 많은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육아휴직자를 대기업 일변도에서 중소기업으로 압도적 여성에서 남성으로 확산시키도록 해야 육아휴직제도가 출산의 벽을 완화하고 확실하게 출산율을 견인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엄마의 60.0%는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고, 육아휴직 아빠는 70.1%가 300인 이상 기업 직원이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9월 직장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라는 응답이 45.5%나 됐다. 제도가 부족한 건 아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2021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란 보고서는 현행법상 사업주 제재 규정의 실효성이 낮은 걸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비정규직(58.5%), 5인 미만 사업장(67.1%), 월 급여 150만 원 미만 노동자(57.8%) 사이에서 이 같은 답변이 많이 나왔다.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육아휴직이 여전히 ‘그림의 떡’으로 밖에 안 보인다.

중소기업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은 대체인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직원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한 기업에 대해 만 12개월간은 연간 870만 원, 12개월 초과 시 연간 36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지원으로는 대체인력 확보가 어렵다. 근로자가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 시 업무 공백이 없도록 하는 ‘대체인력 채용지원’ 관련 예산도 올해 14억 4,000만 원에서 내년 30억 원으로 2배이상 늘어나지만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혼인율이 낮아지고, 혼인하고도 자녀를 낳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육아휴직조차 일부 대기업, 공기업 등을 제외하고 실효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여성만 뒤집어쓴 육아 독박 개선 없이는 저출산의 벽 넘을 수 없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에 여성인력을 가정에만 묶어 두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 분담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스웨덴은 전체 육아휴직 기간 480일 중 90일을 남성만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는 남성 전용 육아휴직 의무기간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아이 키우는 젊은 부부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그만큼 저출산 해소는 난제 중의 난제다. 육아휴직처럼 출산 결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제도에 더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의 70~80%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의 육아 지원 확대는 더욱 절실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는 것도 ‘아이 낳을 결심’을 돕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출산율 급락이야말로 국가를 역동성을 잃고 쪼그라드는 ‘수축 사회’로 걸음을 재촉하는 거센 회오리바람임을 각별 유념하고, ‘국가소멸’을 막을 특단 대책을 강구해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사진 = 박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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