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짠테크' 양극화 소비 현상
'오픈런', '음식 티켓팅' 등 원하는 음식 위해 다른 소비자들과 경쟁
건강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추구, 건강식, 비건식 등 외식시장 스펙트럼 넓어져

사진=포시즌스호텔 제공
사진=포시즌스호텔 제공

[문화뉴스 임지원 기자] 한국인의 식생활이 변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경기불황이 코로나19 시기와는 또 다른 소비행태를 불러일으키며, 올해 외식시장 역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직면하고 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질 국내 외식 트렌드 키워드로는 양극화이다. 양극화는 식소비에 있어 플렉스를 하는 부류와 짠테크(짠돌이+재테크)소비를 동시에 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극화 소비 현상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스테크플레이션, 엔데믹 등 외부 환경을 주요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불황’으로 인해 초저가 상품과 가성비에 집착하면서도 외식의 횟수는 줄이되 한번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자는 가치와 함께 프리미엄 외식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요즘은 한 끼를 정승처럼 먹고, 나머지는 대충 때우는 '금쪽같은 식사'가 유행이다.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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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로 인해 대표적인 짠테크 유통 채널로 편의점이 주목받으면서 편의점 간편식이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다가도 외식을 하는 날이면 고급스러운 식당을 예약해 평소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메뉴를 맛본다. 

최근 파인다이닝, 오마카세(남에게 모두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주방장이 엄선한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 등 고급스러운 미식 문화를 즐기는 것이 2030세대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값비싼 식당들이 인기다.

여름철 '스몰 럭셔리'의 대표 상품인 호텔 빙수의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그릇에 최고 12만 6천 원짜리 애플망고빙수를 먹기 위해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짜장면 한 그릇에 5만7천원 하는 중식당은 예약조차 하기 어렵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 때문에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도 요식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사진=루이비통코리아 제공
사진=루이비통코리아 제공

'구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크리스챤 디올'은 콘셉트 스토어이자 카페인 '디올 성수'를, '루이 비통'은 팝업 레스토랑인 '이코이 앳 루이 비통'을 열었다. 이들 레스토랑의 특징은 미쉐린 셰프와 협업해 예술작품처럼 멋지게 세공된 음식을 선보이는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포함한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미래의창)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특별한 식사 경험에서 오는 자기만족과 이를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금쪽같은 내 한 끼'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고 전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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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식사도 게임처럼 성취하고 인정받는 재미 요소를 포함한다는 의미의 '다이닝 게임', ‘미션잇(Eat)파서블’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식사라는 행위를 짜릿한 성취감을 얻는 게임처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맛집이 여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섰다가 곧바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오픈런’이나 온라인 쇼핑몰에 물건이 재입고 되는 동시에 구매하는 ‘음식 티켓팅’ 등 다른 소비자들과 경쟁하며 원하는 음식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사진=BGF리테일 제공

대학생 B씨는 “오픈런을 해야만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희귀성이 있고, 또 그렇게 경쟁으로 얻어낸 만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할머니 간식이 유행하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현상이 확산하면서 특정 브랜드의 약과 구매가 어려운 일이 됐다.  이와같은 약과 대란에 소비자들은 약과를 구매하고자 '약케팅'(약과+티케팅)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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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헬시플레저(Healthy(건강한)와 Pleasure(기쁨)가 결합한 단어로, 건강 관리의 즐거움을 의미)의 트렌드 확산 등 건강 및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이는 식문화로도 이어진다. 이에, 건강식, 비건식을 포함한 외식시장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Free, Zero, 즉 무당, 무알콜, 무염 등의 식품·음식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음식의 맛은 즐기되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고자 하는 MZ들이 리드하는 제로 열풍은 탄산음료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넣어 단맛은 유지하되 설탕과 칼로리를 줄인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16년 903억 원에서 2021년 2189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2022년은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김우혁 교수는 “외식산업 트렌드를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지만, 건강함과 가성비라는 키워드가 복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점점 더 건강함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등을 추구하기 시작한 만큼 외식업 종사자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갈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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