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삶, 꿈 향한 간절함에 대해
송옥숙, 서영희, 황순미, 함은정 등 출연...연기 내공 입증
5월 14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

사진=연극 '분장실' 포스터
사진=연극 '분장실' 포스터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인간에게 있어 꿈이란 뭘까. 연극 '분장실'을 보고 나면, 간절한 기다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분장실'은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이다. 1977년 초연 이후 일본 누계 최다 상연작에 이름을 올린 일본의 국민연극이다. 

극은 안톤 체홉의 '갈매기'가 공연 중인 어느 극장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한다. 분장실은 누군가에겐 영원한 기다림의 공간, 누군가에겐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A, B, C, D 네 인물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대화 주제는 무대와 연기, 그리고 삶에 대한 회한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두고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네 인물의 고백을 듣노라면 지나온 나의 꿈, 나의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사진=연극 '분장실' 무대 장면 / PH E&M 제공
사진=연극 '분장실' 무대 장면 / PH E&M 제공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론을 거론하고 '갈매기'의 주요 대사와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당연히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연기론과 고전, 인생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펼쳐지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극은 상당히 유쾌하다. 특히 A와 B의 수다는 상당히 역동적이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서사 플롯이 교과서적으로 잘 짜인 작품이다. 유쾌함으로 시작해 서서히 갈등과 긴장을 쌓는다. 그리고 반전과 감동이 있는 결말로 긴장이 해소되면 진한 여운이 남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 외에 눈 돌릴 곳이 없게 만들어졌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한 작품. A역은 송옥숙, 황석정, 김선화, B는 서영희, 백현주, 방주란, C는 이일화, 임강희, 황순미, D는 함은정, 박정원, 김주연이 번갈아 연기한다. 

이 중 10여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송옥숙은 베테랑다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유쾌함과 진지함 사이 밸런스를 탁월하게 잡아준다. 서영희 역시 24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지만 어색함은 없다. 러블리한 매력으로 웃음을 담당한다. 함은정 역시 엉뚱하고 미스테리한 D의 이미지를 제대로 살린다. 

사진=연극 '분장실' 포스터
사진=연극 '분장실' 포스터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여자 연기상, 제58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배우 황순미도 에너지가 엄청나다. 불안과 우울, 히스테릭함을 격렬히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우가 가진 고뇌를 연기하는 배우, 배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하는 배우. '분장실'은 배우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니 관객 입장에서 몰입감은 배가된다. 대본을 연기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본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어떤 꿈을 꾸든 간절함을 가지고, 용기 있게 한 걸음 내디딜 것을 응원한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5월 14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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