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난임 진단받은 사람 약 25만 명에 달해’
주요 원인, 부부의 복합적인 건강 요소 살펴야
안전한 임신·출산 위해 사전 합병증 검사 필요
난임 부부 시술...정부 ‘경제적 지원 확대 절실’

사진=난임부부 20만 시대에 돌입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경희대병원
사진=난임부부 20만 시대에 돌입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경희대병원

[문화뉴스 고나리 기자] 임 모씨(36) 부부는 최근까지 열 번 시술해서 다섯 번 아이를 가졌으나 모두 실패하고 유산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임신에 대한 바람이 간절하나 경제적인 한계 또한 감당하기 힘들어 난임 시술에 대한 부담도 더욱 커져만 간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이를 낳지 못해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이 전국적으로 연간 2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저출산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이렇게 아이를 낳고 싶어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난임부부 20만 시대에 돌입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건강한 임신·출산을 위한 사회적 접근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취재 중 만난 여성 대부분이 육체적 고됨은 물론, 심적으로도 오랜 아픔을 겪고 있었다. 이들은 노력과 고생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괴롭다고 호소했다.

본지는 난임을 겪는 이들의 어려움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알아보고자 취재했다.

경제적 부담...육체·정신 고통으로 이어져

결혼 6년 차 A씨(38)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 임신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3년이 넘도록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어가는 느낌이다”고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언제쯤이면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까. 계속된 실패와 반복으로 지쳐가고 있고 주변 사람들로 인해 받는 상처도 크다”며 “(이번에는)되겠다는 생각으로 또다시 희망고문을 한다”고 말했다.

B씨(35)는 “정부에서 경제적 부담감을 덜어준다면 난임 부부들이 쉽게 포기하는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더 두터워져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21년 기준 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난임 시술 환자는 2017년 1만 2569명에서 2021년 14만 3999명으로 최근 5년간 약 11.5배 뛰었다. 2021년 기준 연간 출생아 수(26만 500명)의 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그해 아이를 갖고자 의료기관을 찾았다. 난임 시술은 한 번에 보통 150만~400만 원이 들고, 비급여 약값 등도 있어 임신·출산을 위해 수백~수천만 원까지 나간다. 

사진=경희대병원 이영주 산부인과 교수/경희대병원
사진=경희대병원 이영주 산부인과 교수/경희대병원

난임 부부들은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 갖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37세에 4번째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들을 낳은 김모 씨는 “결혼 9년 만에 아이를 낳은 기쁨은 크지만, 시술비용만 몇천만 원 들어 부담됐던 것은 사실이다”고 답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서울에서만 8만 2000여 명이 공식적으로 난임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출생아 10명 중 1명이 난임 치료로 태어났다. 

서울시는 “난임 진단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미혼 여성을 포함한 30~40대 여성의 난자냉동(난자동결) 시술비용을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20대 여성도 난소종양 관련 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 등으로 난소기능 저하가 우려된다면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35세 이상 산모에게 1인당 100만원 내의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서울 거주 다태아(쌍둥이, 세쌍둥이 등) 가정엔 자녀안심 무료 보험 가입도 지원한다.

난임 ‘복합적 요소’ 해결해야

결혼 5년 차 34세 권 모씨 부부는 결혼 2년 동안 아이가 안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시험관 아기 제안을 받았다. 

이영주(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임 부부의 약 26%가 남성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액 검사를 시행했을 때 정자의 농도, 운동성, 모양 등에 의해 난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인애한의원 정해리 원장/경희대병원 
사진=인애한의원 정해리 원장/경희대병원 

이어 이 교수는 여성 측 요인으로 ▲배란이상(21%), 배란이 불규칙하거나 무월경 ▲난관이상(14%),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되는 난관이 막히는 경우 ▲자궁내막증(6%), 가임기 여성이 복강 내 유착으로 인해 난관 이상이 발생하거나 염증에 의해 임신율이 감소 ▲자궁경부인자(3%), 자궁경부 점액에 이상이 발생해 정자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난임으로 발생한 죄책감, 걱정, 슬픔 등의 정서적 요인 또한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난임의 복합적 원인

정해리(대구 인애한의원) 원장은 “양의학적으로 진단되지 않는 원인불명의 난임도 존재하기 때문에 시술받아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에 따르면 한의학적으로 바라본 난임의 원인은 ▲신허형(腎虛型): 생식 에너지의 기본이 되는 신장 기운이 허하고 부족할 때, 월경주기가 늦어지거나 난소기능의 저하 ▲간울형(肝鬱型): 스트레스나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자궁의 기혈 순환이 막혀서 자궁의 기능 저하 

▲혈허형(血虛型): 신체가 허약하거나 피로가 쌓여 혈액 생성이 원활히 안되는 경우 ▲어혈형(瘀血型): 혈류의 순환이 막히고 정체돼 발생한 어혈(뭉친 혈액으로 인해 형성된 찌꺼기)이 자궁의 혈액순환 방해. ▲습담형(濕痰型): 수습(水濕)이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소화기능의 장애를 일으켜 노폐물 순환이 안 되게 하거나 자궁에 머물러 임신을 방해하는 경우로 풀이된다.

그는 “규칙적인 활동과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체 리듬을 회복시키는 것이 원활한 기혈순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고열량이나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를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으며, 격렬한 운동보다 가벼운 산책 정도가 건강을 서서히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호르몬의 균형있는 분비를 위해 밤 11~12시 전후로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을 권장했다.

난임에 대한 사회적 접근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뒤따른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표된 서울시의 ‘난임 지원 확대’ 계획에 대해 단순히 임신·출산만 고려해서는 실효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영주 교수는 “난임치료와 더불어 임신시 검사비용 지원에서 지속적으로 안전한 임신·출산 그리고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장 필요하다”며 “점차 증가하는 고령 임산부에 대해 임신 전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검사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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