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수에 대한 조롱은 자제. 동일 팀 선수에 대한 응원은 '적극 추천'

▲ 경기가 끝나고 코칭스태프에 인사하는 선수단. 이렇게 그라운드는 패기와 예의가 공존하는 곳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볼이야~ 볼이야!", "나가시는 문은? (짝짝) 저 쪽!"

야구를 즐기는 이들에게 저러한 응원 구호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아마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적어도 프로야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야구 현장을 한 번이라도 찾은 이들이라면, "아! 그거!"라며,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저 응원 구호는 관중석이 아니라, 더그아웃에서 학생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 스카우트 팀이나 목동구장을 찾는 학부모/야구팬들이 더그아웃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제는 일상화됐다. 그리고 이는 아마야구 현장에서 단체 응원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기에 행하는 선수들의 자체적인 파이팅을 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패기, 그리고 파이팅 넘치는 격려에는 박수를!
그러나 이것이 상대에 대한 조롱으로 바뀐다면?

보통 상대 투수가 볼을 던지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은 "볼이야!"를 외친다. 또한, 상대 타자가 아웃이 되면 또 다시 약속한 듯 박수를 치면서 상대 더그아웃을 향하여 '나가시는 문은 저 쪽'이라며, 친절하게(?) 방향까지 알려 준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 보는 프로 스카우트 팀의 반응도 각양 각색이다. 대부분은 "또 시작이구나!" 하면서 웃어 넘기지만, 이를 같아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것을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응원하는 이들이 바라는 것은 '승리'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상대의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 경기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서로 치하하는 모습이 진짜 학생 야구선수다운 것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물론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저렇게 선수들이 경거 망동해서야 되겠는가!'라며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행동들이 선수들간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너무 지나칠 경우' 구심이나 1~3루심이 주의를 줄 수도 있고, 이를 무시할 경우 해당 선수나 지도자를 퇴장할 수 있는 경기 운영 규칙도 있다. 이러한 '운영의 묘'를 제대로 지켜준다면, 더그아웃 응원도 하나의 '학생 선수 문화'로 인정해 줄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과한 것이 모자람만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일례로 모 학교의 경우, 지방팀을 맞아 경기를 펼쳤는데, 해당 지방팀의 사투리를 섞어가면서 상대 투수/타자를 흔들기도 했다. 기자석에서 이를 듣고 있는 모든 이들이 '잘 못 들었나?'하고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또 다시 상대 학교 지방에 해당되는 사투리가 어김 없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는 그다지 썩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물론, 다수의 '어른'들은 그저 웃어 넘기고 말았겠지만, 이를 듣고 있는 상대 학교에 대한 배려는 있었는지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것도 심판 위원의 제지가 있었기에 반복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경기 내내 상대팀을 향한 '사투리 응원(이라 쓰고 조롱이라 표현)'을 계속 들어야 했다.

물론, 더그아웃에서 행하는 응원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타석에 들어선 타자나 마운드에 오른 투수 모두에게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이 응원하면서 'One Team(하나의 팀)'이라는 의식을 심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패기와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과할 경우 상대에 대한 조롱으로 '변질'된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를 바로 잡아 주는 역할은 결국 지도자를 포함한 학부모 및 멘토 등 어른들의 몫인 셈이다.

서울 목동,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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