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알게 모르게 우리말 사용에서 번역 어투의 표현으로 비문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다.

비문은 문장의 질서를 어지럽게 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어긋나게 하거나 표현을 제한시킴으로써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완전한 문장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러한 완전한 문장으로 고치는 작업을 쉽게 말해 교열이라고 한다.

비문 가운데는 번역 어투의 잘못된 표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 '~에 대한'(of), '~가지다'(have), '~(함)에도 불구하고'(though 등), '함께'(with)와 '같이'(like)의 혼용 등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잘못된 번역 어투 표현이다.

1.'~에 대한'(of)

'~에 대한'은 어떤 대상이 있을 때 사용되는 표현인데 '대상'이 없음에도 '~에 대한(~에 대해)'으로 표현함으로써 이후 문장 흐름을 방해하거나 제약한다.

2. '~가지다'(have)

'~에 가지다'는 '지니다', '하다', '있다' 등의 여러 표현이 있음에도 'have'의 대표 뜻인 '가지다'로 표현함으로써 '소유'의 의미인 '가지다'로 잘못 표현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3. '~(함)에도 불구하고'(though 등)

'~(임)에도 불구하다'는 말 그대로 '불구(不具)'의 말이다. 원래 이 말은 '굴하지 않다(불굴)'의 뜻으로 사용되는 말을 '불구'로 잘못 알고 사용한 것이다. 또한 '아무 잘못이나 허물이 될 일이 아님. 또는 아무 잘못이나 허물이 없는 사람'이란 뜻의 '불고(不辜)'의 뜻을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라는 뜻의 '불구(不拘)'로 잘못 알고 사용함으로써 원래 없던 뜻으로 '~임에도 불구하다'라는 말로 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에도'에는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라는 뜻이 있어서 굳이 '~임에도 불구하다'라고 하지 않고 그냥 '~(임)에도'로 충분한 표현이다. 즉 '~(임)에도 불구하다'에서 '불구하다'는 사족에 해당한다.

4. '함께'(with)와 '같이'(like)의 혼용

'함께'와 '같이'는 흔히 혼용하고 있지만 영어 'like'가 '같이', 'with'가 '함께'라는 뜻으로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함께'와 '같이' 역시 결코 같은 말이 아님에도 같은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 '함께'는 '더불어'의 뜻으로 사용된다. 이에 비해 '같이'는 '비슷하다', '흉내내다'의 뜻에 가깝게 사용되는 말이다. 따라서 '함께'와 '같이'는 구분해서 활용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어 교육에서는 'with'와 'like'를 엄격히 구분해 가르치면서 우리말 '함께'와 '같이'의 차이를 소홀히 가르치고 사용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한글이 자랑스럽다면 우리말 교육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리] 문화뉴스 홍진아 기자 hongjin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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