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보다 추석을 한번 더 맞이하고 있는 아들이...

바쁘냐? 아니요 그럴 리가요 안 바쁩니다. 그럼 돌아오는 토요일 남궁씨 종친 청, 장년 문화기행을 하려고 하는데 올 수 있어 종친 형님이 전화다. 계속 비가 추적 추적 내리더니 당일은 해가 나를 반긴다. 집안 어르신들도 다 가시고 대종회 행사도 이젠 내 몫인가 싶어 도봉 남궁씨 대종회관으로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도봉산 국립공원
도봉산 국립공원

전국에서 스무 분 남짓 모였고 그중 좌장은 47년생으로 청, 장년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는 대부님도 계셨다. 37세에 감사 40대에 이사를 역임하셨다 하나 아직 청, 장년이시니 회장단 어르신들의 연세가 궁금하다. 우리 직계 내력은 단명이다. 특히 아버지 형제분들 중 숙부가 70대 초반으로 최장수중이시나 암으로 투병 중이시고 아버지는 환갑도 못 하시고 내 나이에 작고하셨다. 거기다 도봉 선영은 남궁씨 7개 종파가 모여있으나 꽤 거리가 떨어져 있어 두세 시간 등산과 같은 산행을 해야 한다. 도봉산 국립공원 내 함열 남궁씨 대종회 선산에 모셔져 있는 1500년대 추증 대제학공 남궁 찬 할아버지의 부인이시며 신숭겸 장군의 후손이자 신사임당 고모 항열인 평산신씨 할머니 묘와 후손의 묘입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대 함열 남궁씨 묘 석물 배치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요. 다른 집안이나 다른 고장의 장묘문화와 비교하여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선 묘 봉분 정면 앞에 비석이 있고, 그 앞에 혼유석, 바로 앞에 상돌, 그 앞에 향로 받침돌, 그 약간 우측에는 술병 받침돌이 있기도 하고, 향로돌 앞에 장명등'이 일자 배치로 있으며, 활개양 옆으로 문석인'과 망부석'이 한 쌍씩 세워져 있지요. 신 씨 할머니 묘는 여성이라서인지 총각 머리 동자석인'이 양옆에서 시중드는 모습입니다. 왕릉은 묘를 석축으로 두르고 둘레에 석호, 석마, 석양 등을 배치합니다만 일반 사대부 묘에서는 동물 배치가 극히 드문 일인데 도봉 선영에는 석양을 배치한 선조 묘도 있습니다.

대부님 종친께서 문화해설사를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주셨다.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께선 자주 다니신 길이라 그런지 무더위에도 지친 기색이 없으시다. 쉽지 않은 강행군인데 2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까지 5대가 무사히 다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마지막으로 비구승이 머물고 계신 자현암을 둘러보고 사당인 만세제 휴계 쉼터에 앉아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아버지 생전에도 외동아들인 나는 명절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다. 해외 출장 아니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생방송을 했고 헬기를 타고 휴일 스케치 방송을 해야 했다. 내일모레 추석이 코앞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명절이 다가오면 성묘객과 벌초하는 인파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그때와 지금 변한 것은 나는 이제 고속도로에 있을 일도 없고 의무적으로 헬기를 타야 할 이유도 없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됐고 할아버지가 아버지 손을 잡고 다니셨듯이 나도 아버지와는 못해본 아들과 손잡고 다니고 싶을 나이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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