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산과 춤에 관한 상상력이 빚어낸 '목멱산59'
팬데믹에 처해있는 많은 이에게 탐미적 공간 제공

지난 5월 29(토), 30(일) 이틀간 오후 다섯 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들숨무용단 주최·주관, 임현택 작, 장현수 안무·출연의 「목멱산59」가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2017년부터 해마다 질적 진화를 거듭해왔다. 무대는 백색 고무 보드를 깔고, 단색화 풍의 현대성을 견지하고 있었다. 소리꾼 김주리 정보권의 열창과 그라나도스 슈만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포진했다. 

 


목멱산과 춤에 관한 상상력이 빚어낸 '목멱산59'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목멱산59」는 1막 서가, 2막 봄, 3막 여름, 4막 가을, 5막 겨울, 6막 맺음으로 구성된 한국 창작무용이다. 지모신(地母神, mother goddess)(장현수)과 조화된 현대적 몸짓과 디딤은 역동을 일구어내었다. 안무가 장현수는 엉클어진 한국사 속에 민중의 삶과 어머니의 마음을 닮은 모성(母性)을 부각한다. 그 가운데 미래지향적 ’젊은이들의 약동‘에 주목한다. 

1막 ‘서가’: 천체(天體)를 담은 현대적 영상이 보인다. 일월성신의 운행, 월령과 인간과의 관계가 농업에 관련짓는다. 계절을 일구는 젊은이들이 춤이 가동된다. 긴 장대가 목멱산의 사계와 목멱산의 역사를 잇는다. 지고 정성과 믿음으로 따스하게 세상을 감싸는 어머니의 일생이 젊은이들의 성장과 대비된다. 목멱산에 관한 사유는 ‘평화와 화합’에 대한 기원에 이른다. ‘사랑의 속삭임’이 리듬감을 타며 움직임의 시원이 사랑임을 밝혀간다.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2막 ‘봄’: 1장, ‘기도하는 여인’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가정의 화평과 풍요를 기원한다. 극성이 두드러지는 서정을 담보한다. 2장 ‘빨래’, 긴 겨울을 털어내고 봄의 기운과 함께 분주한 경작의 움직임을 보인다. 군무가 봄을 열고 일구기에 충분하다. 3장 ‘글씨’, 아홉 수에 담긴 봄은 근면으로 치닫는다. 꿈은 무르익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봄의 도래’가 서정을 일군다.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3막 ‘여름’: 끝없는 움직임이 인다. 1장 모심기, ‘모심기’ 노래로 모내기가 시작된다. 무리가  일구는 흥풀이 춤이 ‘농가월령가’와 어울린다. 2장 ‘기우제’에 북, 피리, 소리가 동원되고 영상은 쩍 갈라진 논바닥의 가뭄을 집중한다. 과거의 실재 영상이 투입된다. 대지의 작물의 풍요를 관장하는 지모신이 등장하고, 기우제 끝부분에 구음이 애처롭고 안쓰러움을 훑어낸다.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4막 ‘가을’: 갈대가 있는 서정, 1장 ‘견우와 직녀’가 만남의 여운을 남긴 채 가을이 도래한다. 2장 ‘북두칠성’은 장엄한 하늘과 현란한 춤이 조화를 이룬다. 역동의 춤은 큰 곰 자리의 일곱별처럼 빛나기를 바라는 지모신의 믿음을 충족시킨다. 3장 ‘갈대’, 영상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에 집중한다. 가변의 낭만적 풍광이 ‘가을의 노래’에 골고루 뿌려진다.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5막 겨울: 1장 ‘겨울 솔로’, ‘연’에 관한 상상이 독무로 진행된다. 남자 소리꾼은 ‘연아 연아 올라라’에서 ‘동무동무 씨동무’를 가창한다. 시계가 불투명한 예술춤은 건재하고,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면서 비상을 꿈꾼다. 2장 ‘동백꽃: 거문고’, 「화사」의 의인화에서 차용된 ‘꽃수술’과  ‘꽃잎’이 감각적 춤을 이어간다. ‘청춘가’가 들리고, 동백은 지모신의 격려로 겨울을 이겨낸다.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6막 맺음: 1장 ‘지모신’, 뼛속까지 목멱산 사랑이 스며든 목멱산 지킴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목멱산 연가’를 써내고 장현수 ‘몸 신화’의 조각이 된다. 장현수는 소녀적 낭만을 넘어 지모신에 이르는 수행을 거쳐왔다. 달관의 춤이 선사하는 행복은 ‘농가월령가’ 맺음 노래가 권농을 계훈(戒訓) 하면서 조화를 이룬다. 2장 ‘맺음을 위한 군무’는 청춘이 춤으로 번진 열정의 현재를 보여준다. 덕담에 걸맞은 춤이 포근한 결말에 이른다.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지난 5월29~30일 열린, 목멱산59 공연 장면

안무가 장현수, 팬데믹에 처해있는 많은 이에게 탐미적 공간 제공

「목멱산59」는 전통춤의 변주로 올리는 생의 찬가이며 거룩한 환희에 이르는 대단원을 연출했다. 핵심 부문의 언급 외에도 포스터에서 선곡에 이르는 임현택 음악 감독의 안목이 돋보였다.

목멱산과 춤에 관한 상상력이 빚어낸 「목멱산59」는 팬데믹에 처해있는 많은 목멱산 사람(한국인)에게 장현수 춤의 건재를 알리고, 시적 리듬감이 살아있는 탐미적 공간을 제공하였다. 

목멱산59 공연 포스터
목멱산59 공연 포스터

 

지모신의 달관한 솜씨로 산중(山中)에서 전하는 담대한 춤 선언은 밥(빵)에 관한 춤꾼들의 절규로 확장된다. ‘춤사람’의 존엄을 위한 춤은 사랑의 춤이며 동시에 저항의 춤이다. 홀로 호롱불 켜가며, 자유의 낙하를 기다리지 않을 기세이다.

허기진 장현수 춤미학은 불안을 걷어내고 알찬 성과물들로 채워 넣으며 꽃구름 같은 진전을 보인다. 「목멱산59」는 의미 있는 예작이다.      

 

글/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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