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화 生] 피아니스트 백건우 "베토벤 음악이 위대한 이유는?" ① 에서 이어집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ㄴ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악기가 매번 다르다. 평생 문제를 같이 해왔지만, 이번에도 보면 지역마다 악기가 너무나 다르다.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주어진 악기, 피아노에서 주어진 시간에 우리가 발전시킬 수 있는 점이 무엇인가다. 그 악기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 그것을 피아노 테크니션과 함께 조율한다. 피아노는 소리를 내봐야 그 소리가 완성된다. 무조건 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악기도 나와 같이 소리를 내본 후에야 그 소리가 잡힌다. 매번 반복되는 문제고 해결해야 한다.

보통 요령이 있나?
ㄴ 요령은 젊었을 때 내가 구사한 해석이 있을 텐데, 그것을 굉장히 많이 주장했다.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고 하는데 하다 보니 지휘자의 개성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도 있고, 그들의 한도가 있는 것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그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빨리 캐치해야 한다. 리허설 시간도 짧은데, 최대한 음악적인 리듬의 힘으로 설득시켜야 한다. 

단기간에 몰아서 전곡연주를 하는 이유는?
ㄴ 돌이켜보면 전곡연주의 성격이 매번 다른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한 작곡가를 집중해서 연주하기 때문에, 전곡을 연주한다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라벨의 전곡을 했을 때, 그 사람의 음악에 빠져 공부를 한다. 그러다 보니 한 곡 한 곡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래서 전곡을 공부하게 됐다. 생각해보니 전곡이 하룻밤 연주가 가능해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1년 내내 전곡을 연주하면, 그런 느낌을 크게 받을 수 없을 것이다. 1주일 동안 같이 베토벤과 생활하면 그 느낌은 다를 것이다. 이게 음악적인 체험이고, 인간적 체험도 될 수 있다.

 

10년 전 한 사이클을 연주했을 때와 연주 순서는 달라졌는가?
ㄴ 또 한 번 이야기하고 싶은 게, 순서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한 곡 한 곡이 훌륭해서 순서를 바꿔도 그렇게 큰 중요성을 느낄 필요가 없다. 어떤 때는 이 곡에 좀 더 중요성을 주기 위해 전주곡이 필요하고, 강한 곡이 아니더라도 다음 곡을 포커스 주기 위해서 넣을 수도 있는데, 베토벤 소나타는 한 곡 한 곡이 완벽하다. 

올해 초, "'사드 보복'으로 중국 공연이 취소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ㄴ 그것은 음악과 아무 관계가 없는 문제다. 한국과 중국 사이가 잘 아시겠지만 그러하다. 임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중국 오케스트라 측에서 일이 풀리는 대로 다시 초청한다고 해서, 거기에 심각하게 신경쓰지 않는다. 외교적으로 우리나라 정치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베토벤의 음악보다 오래 갈 일은 아니다.

베토벤 소나타 중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나?
ㄴ 모르겠다. '어떤 작곡가의 작품을 가장 사랑하는 곡입니까?'라는 질문을 항상 들으면, '자식이 5명 있는데, 어떤 자식이 가장 사랑스럽습니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표제가 있는 작품 보면 확실히 드라마가 있고 명곡이다.

 

하면 할수록 새로운 점이 계속 발견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ㄴ 음악은 하면 할수록 섬세해지는 것 같다. 훌륭한 음악가는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디테일이 들리고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들수록 연습을 더 하게 되는데, 우리가 소화해야 할 것이 많다. 숙제가 더 많아진다는 느낌이다. 인간 베토벤도 유명한 유서를 읽어 보면, 금방 알게 된다. 그 유서를 읽으면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다.

음악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스타카토가 있다면 어떤 강도로 어떤 스피드로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그전에 오는 선과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가? 독립시키느냐? 어떠한 자세로 그 소리를 내느냐? 이것은 모호하다. 좀 더 설명하기가 힘든데, 음악이 담고 있는 진실에 가깝게 가려고 하는 것뿐이다. 진실이라는 것이 자꾸 변한다.

내가 사실 욕심이 있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노력해왔던 것이 있다. 될 수 있으면 폭넓은 음악인이 되고 싶고, 많은 음악을 이해하고 싶다.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어떨 때는 내가 배우가 된 느낌이 든다. 캐릭터를 연기하고 연주하는 데, 내가 지난번에 연주했던 것과는 다른 세계다. 세계 안에 들어가 표현하는 것이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고, 음악인으로 행복한 것 같다.

이렇게 연주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ㄴ 내가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 연주에 만족하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몇 십 년하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편하게 악기를 다룰 수 있는지 고민한다. 음악을 표현하는데 자유로워진 느낌이고, 더 사랑스럽고 날이 갈수록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20대 초반, 뉴욕에서 연주했을 때, 알리스 털리홀에서 콩쿠르 우승하고 데뷔했을 때가 생각난다. 좋은 선생님이 많았고, 피아노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지만, 그런 조건이 되어 있지 않았다. 나 혼자 해결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나를 지도하고 이끌어준 분이 별로 없었고, 뉴욕에 가서 시작했지만, 뉴욕에서도 피아니스트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 피아니스트로 마음 정한 이후로 음악인 다운 삶을 했다.

 

빌헬름 켐프에게 어떤 점을 배웠는가?
ㄴ 이탈리아 포지타노에서 베토벤 코스 여름 프로그램이 있는데, 빌헬름 켐프 집에서 세계에서 선택된 10여 명이 몇 주 동안 강도 높게 베토벤 소나타와 협주곡을 공부한다. 그 프로그램의 독특한 점은 그냥 레슨을 받는 게 아니라 켐프 선생님이 꼭 한 번씩 쳐주신다. 전곡을 그래서 들을 수 있었고, 대화를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너무나도 귀한 시간이었다. 베토벤 일생을 바친 분에게 그 곡을 공부해서 행운이었다. 베토벤도 베토벤이지만, 음악에 대한 그분의 태도가 정말 훌륭했던 것 같다. 그분에게 음악은 종교였다.

젊은 피아니스트가 음을 던지듯이 연주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ㄴ 그렇다고 해서 젊은 세대의 연주자 가치가 덜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시대만이 있을 수 있는 연주를 하므로 그 자체가 훌륭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돌이켜보면 '그 때 왜 그렇게 했을까? 지금은 다르게 했을 텐데'라고 생각도 한다. 

최근 김선욱이 기자간담회에서 백건우 피아니스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ㄴ 선욱이는 벌써 훌륭한 피아니스트다. 굉장히 수준 높은 연주를 한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은 계속 변할 것이다. 그것을 우리가 사랑의 눈으로 지켜봐야겠다. (웃음)

오늘 기자간담회엔 부인인 배우 윤정희도 참석했다.
ㄴ 결혼한 지 40년이 지났는데, 나한테 가장 엄한 평론가다. 음악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 (건강 유지 비결이 있다면?) 다른 비결이 없다. 음악 외에는 특별한 욕심이 없다. 굉장히 심플하게 생활한다. 그것이 건강을 유지한 사실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계획은?
ㄴ 2020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데 그때 뭘 할지는 생각해 봐야겠다. 현재 당장 내년 프로그램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때가 되면 나타날 것이다.

mir@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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