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김가현 cherishkkh@mhns.co.kr 아나운서부터 PD까지, 방송을 사랑하는 김가현입니다. 콘텐츠를 통한 당신과의 만남이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콘텐츠를 만듭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가현] 때는 바야흐로 2004년, 시리얼로 유명한 K사에서 첵스초코나라의 대통령 선거를 열며 사건은 발생한다.

'초콜릿 맛이 더 많이 나도록 할 거예요'라는 귀여운 외모의 체키와 '첵스에 파맛을 듬뿍 넣을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험상궂은 얼굴의 차카. 당선된 후보의 공약대로 첵스초코를 만들 것이라고 했기에 차카는 사실상 결과가 정해진 게임의 들러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난다.

너무 뻔한 마케팅에 불만을 품은 웃긴대학 커뮤니티 네티즌들이 파맛첵스(차카)에 몰표를 준 것. 결론적으로는 K사에서 다른 투표 방법을 추가해 겨우겨우 체키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파맛첵스가 탄생할 뻔했던 역대급 해프닝이다.

 

추억 속의 파맛첵스는 최근 방영을 시작한 프로듀스101 시즌 2의 장문복 신드롬과 묘하게 닮아있다. 7년 전 슈퍼스타K에 출연해 지역 예선에서 아웃사이더의 'Speed Racer' 랩을 한 장문복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웃음의 대상이 되고, 전 국민으로부터 '외계어 랩을 한다' '췍' '힙통령' 등의 조롱을 받게 된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그저 '웃긴 랩을 했던 사람'으로 기억 속에 자리 잡았던 장문복은 아이돌이 되겠다며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사표를 던졌다.

장문복의 귀환 소식에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방송은 안 봐도 장문복은 꼭 뽑겠다', '어우장(어차피 우승은 장문복', '장문복 고정픽', '문복듀스101', '엔딩요정' 등 장문복 열풍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프로듀스101 첫방에서 장문복을 2위로 등극시키는 업적을 이루어낸다.

 

 

단순히 재미로 응원하는 이도 있지만, 장문복을 응원하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 마음 한 곳에 묵직하게 자리 잡는 것들이 있다. 지난 7년간 덕분에 많이 웃었으니 이제는 그 웃음을 갚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의견과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방송에 나와 전 국민으로부터 조롱을 당하면 꿈을 포기했을 법도 한데, 그 긴 세월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은 열정에 응원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다시 대중 앞에 서게 된 용기에 응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길을 걷다가 넘어지기만 해도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 빨개진 얼굴로 달아나지 않던가. 사실 다들 내가 넘어진 일에는 관심이 없고 금세 잊힐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장문복은 단 몇 분, 브라운관에 나왔던 영상으로 지난 몇 년간을 수많은 사람의 악플과 조롱에 대면하며 견뎌내 왔고 음악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슈퍼스타K2 출연 당시 장문복을 향한 악플 ⓒ Mnet

방송에서 장문복은 이렇게 말한다. "개그 캐릭터라는 편견이 있는데 장문복도 다른 선배 아이돌 그룹처럼 멋있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주고 싶다. 편견을 바꾸고 싶다"라고. 단 몇 분간의 TV 출연으로 자신의 인생을 평가당하고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부단히도 노력했을 그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내며 다시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내가 난생처음으로 좋아한 일인데 끝까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 말은 내게 큰 울림을 줬다. '난생처음 좋아한 일인데 끝까지 해보자'. 이는 비단 나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으리라 생각한다.

 

 

엔딩요정 장문복 ⓒ Mnet

사실 파맛첵스 사건과 장문복 신드롬은 1등이 정해져 있는 게임, 주인공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에 염증을 느낀 우리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장문복은 여전히 잘하지 않는다. 노래도, 춤도, 랩도 어딘가 하나씩 어색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사랑스럽고 빛나 보인다. 잘해서 도전하는 게 아니라, 잘하지 않아도 도전하는 것. 1등만 최고로 보는 이 세상에 그의 도전과 사람들의 응원은 큰 경종을 울린다. '잘하지 않아도 돼. 꼭 최고가 아니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달까.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며 출연한 장문복은 앞으로 하나하나씩 채워나가고 얻을 것들만 남았다. 그의 도전의 서사시는 어떻게 끝맺을지 모르겠지만 해피엔딩일 것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7년 전의 장문복과 지금의 장문복에게, 나와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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