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보' 역의 최호성(왼쪽), '놀보' 역의 김준수(오른쪽)이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간절히 염원하면 우주가 해준다'는 말이 있는데, 같이 넣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관객이 생각하는 '흥보가'는 거부한 고선웅 연출이 외계인을 작품에 등장시킨 이유였다. 고선웅 연출이 어떤 인물이었는가? 그는 '칼로막베스', '홍도', '아리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을 통해 고전의 남다른 재해석을 선보여 찬사를 받아왔다. 장르도 연극, 뮤지컬, 오페라, 창극 등 다양한 작품에서 그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고선웅 연출이 도전한 작품은 판소리 '흥보가'를 고쳐 쓴 창극 '흥보씨'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이 창극 '흥보씨(Mr. Heungbo)'를 5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다. 고선웅 연출은 2014년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극본·연출로 창극에 처음 도전했고, 차범석 희곡상 수상과 더불어 2016년 창극 첫 프랑스 공연을 테아트르 드 르 라 빌에서 펼친 바 있다.

▲ 창극 '흥보씨'의 한 장면

고선웅 연출의 음악 파트너는 배우이자 소리꾼, 인디밴드 보컬로도 활동하는 재주꾼 이자람이 맡았다. 우리 전통에 자신만의 감각을 덧입혀 새로운 장르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해온 이자람은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 '억척가' 등으로 국내외에서 호평받아왔다. 과거 '심청'을 통해 국립무용단과 인연을 맺었지만, 이자람이 국립창극단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자람은 '흥보씨'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모두 맡았다.

또한, 창극 '흥보씨'에선 한층 무르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는 국립창극단 20·30대 남자 배우들의 약진을 볼 수 있다. 남남 듀엣으로 형제간의 우애와 긴장을 그려낼 '흥보' 역 김준수와 '놀보' 역 최호성, 극의 감초로 활약할 '마당쇠' 역 최용석, 안정된 소리 공력을 바탕으로 판소리 '흥보가'의 '흑공단타령'과 '제비노정기'를 각각 독창할 '원님' 역 이광복과 '제비' 역 유태평양까지 참여한다. 3일 열린 프레스콜 후 미니 인터뷰 시간엔 고선웅 연출, 이자람 음악감독, 김준수, 최호성, 최용석, 이광복, 유태평양이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창극 '흥보씨'의 한 장면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 것은?

ㄴ 고선웅 : 음악이 중요하다. 소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흥보가'의 소리를 다른 구조로 드라마를 녹여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려 했다.

이자람 : 극단 음악의 핵심 차별적은 수성가락이라고 하는 소리꾼 소리를 따라가는 악단 연주자분들의 즉흥연주가 주요했다. 집으로 친다면, 안방의 수성가락과 나머지 지금 시대에 들을 수 있는 음악 재료가 들어가 큰 집을 이뤄갔다고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을 이 시기에 올려보고 싶은 배경은 무엇인가?

ㄴ 고선웅 : 착한 사람이 갈수록 없어지고, 용기를 잃고 있다. 그런데도 선한 삶을 계속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여서 이 작업을 하게 됐다. 착하게 산다는 관점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남들에게 선행 베푼다고 생각해도, 그 선행은 자기를 위하는 선행이다. 마치 남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나한테 복이 되고, 이득이 되는 좋던 여기서 말하는 '흥보씨'에서 말하는 선행이 아닐까 싶다. 남을 위해서 하면 재미가 없다.

외계인을 작품에 넣은 이유는?

ㄴ 고선웅 : 종교적으로 스님이나 선한 사람이 수행하는 게 아니라, 진짜 우주에서 어떤 외계인이 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외계 스님을 넣어봤다. 외계를 평소에 좋아한다. "간절히 염원하면 우주가 해준다"는 말이 있는데, 같이 넣고 싶었다. (호랑이도 등장한다) 호랑이는 그 장면이 심심해서, 예쁘게 잘 정리된 것 같다.

최근 연출 작품을 보면 권선징악을 테마로 한 것이 많다.

ㄴ 고선웅 : 나이를 먹어갈수록, 선한 것은 변해야 하고 악한 것은 정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야기도 새롭고 참신하고, 기가 막힌 이야기보다 본래로 돌아가려고 한다.

▲ 고선웅 연출(오른쪽)과 이자람 음악감독(왼쪽)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립창극단 협연 작업은 처음으로 들었다.

ㄴ 이자람 : 이번 작업은 처음이다. 드라마와 인물을 정확히 표현하고, 표현된 언어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음악은 드라마를 돕는 역할이기 때문에, 최대한 장면 전환이나 인물이 표현하는 것을 극대화하고, 다듬어주려고 했다.

평소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땠나?

ㄴ 유태평양 : '제비'를 연습하는데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까불고 여심을 흔드는 역할을 언제 어디 가서 맡아보겠는가? 현실에선 있을 수 없어서 창극에서나마 즐겁게 한 것 같다.

'흥보'·'놀보'를 맡은 소감은?

ㄴ 김준수 : 둘이 같이 호흡들로만 연습할 수 있어서, 상의하면서 연습했다. 내용도 수정했다. '흥보' 캐릭터는 착하면서, 순수한 청년이다. 순수하면서 바보 같기도 하고, 남들한테 착해서 뭔가 다 주는 인품을 주는 캐릭터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흥보'처럼 사는 게 맞을지 잘 모르겠다. '흥보'처럼 살다 보면 늘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 덕이 다시 돌아온다는 '흥보'를 생각해봤다.

최호성 : 사실 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흥보'다. 실제 성격이 막 그렇게 남에게 못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놀보'가 힘들었다.

▲ (왼쪽부터) 유태평양, 이광복, 최호성, 김준수, 최용석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습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나?

ㄴ 이광복 : 요소요소 재미난 부분이 많이 있다. 여기 있는 5명이 각 파트에 등장해 무대에서 활동하지만, 저희 외에도 외계인, 놀부 처 등 여러 캐릭터가 관객에게 많이 전달할 것 같다. 열심히 만들고 있고, 재미난 요소를 연출 선생님이 넣어주셨다. 기존 판소리가 많이 각색되고, 등장하거나,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가 있지만, 기존 '눈대목' 같은 경우는 원형 그래도 가지고 하되 내부의 것에 변화를 줘서 다른 시각으로 보게끔 신선하게 만들었다. 너무 다르다는 생각보다 새로운 것이 추가됐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와주셔서 같이 응원하셨으면 좋겠다.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ㄴ 이광복 : 등장인물에 따라 음악이 다르다. '흥보'나 '놀보'가 등장하는 음악, '원님'이나 '제비', '마당쇠'가 등장할 때 그 리듬감이나 템포가 다르다. 음악에 캐릭터가 녹아 극 안에서 어우러지는 것 같다. 

mir@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