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는 유럽 축구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불렸다. 유럽 프로 축구 리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배출했고,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거듭나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모인 탓에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던 세리에A.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구단들의 재정 상태 악화와 이탈리아 내부 사정과 겹치면서 3대 리그에서 밀려나 어느덧 4대 리그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세리에A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인터 밀란과 AC 밀란의 부진 그리고 유벤투스의 독주 체제는 아쉽지만 로마와 나폴리 그리고 라치오와 피오렌티나에 '돌풍의 주역' 아탈란타까지. 볼거리는 여전하다. '명가' 인테르는 중국 자본을 무기로 다시 한번 비상을 그리고 밀란 역시 새로운 주인과 함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매월 5일. <이탈리아 칼치오 톡>을 통해 다시 한번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를 재조명하겠다.

   
▲ 부폰 그래픽 ⓒ 문화뉴스 박문수/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문화뉴스 MHN 박문수 기자] 잔루이지 부폰은 축구계 전설 그 자체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월드클래스 재능으로 꼽히고 있고, 1997년부터 최근까지도 이탈리아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달 25일 열렸던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G조 경기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매치업이었다. 결과는 이탈리아의 승리였지만, 이날 경기는 부폰의 프로 통산 1,000번째 경기였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위치한 렌조 바르베라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 역시 결과가 아닌 부폰을 연호했다.

▶ '카테나치오' 이탈리아를 빛낸 별 중의 별 부폰

빗장 수비를 일컫는 '카테나치오'는 이탈리아 축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는 팬들이 소위 말하는 '월드 클래스' 수비수들을 대거 배출한 국가다. 파울로 말디니와 프랑코 바레시는 물론 알레산드로 네스타와 파비오 칸나바로 그리고 현대의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레오나르도 보누치 등. 이탈리아 출신 수비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앞세워 세계 축구의 한 획을 그었다.

수비수들 못지않게 수문장들 역시 뛰어나다. 최근 이탈리아와 밀란의 신성으로 꼽히는 잔루이지 돈나룸마는 물론이고 디노 조프와 왈테르 젱가 등 당대 최고의 수문장으로 꼽혔던 골키퍼들의 공통 키워드는 이탈리아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은 단연 잔루이지 부폰이다. 그렇다. 부폰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과의 대회 16강전 주전으로 활약했다. 놀라운 것은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에도 부폰은 20세의 나이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만 해도 주전 골키퍼는 프란체스코 톨도였지만 부폰은 팔루카와 함께 대회에 참가해 이탈리아 대표팀 벤치를 지켰다. 2002 월드컵에서는 주전으로 활약했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야신상을 거머 쥐으며 아주리 군단의 정상을 이끌었다. 2010년과 2014년 활약은 미미했지만 유로 2012와 유로 2016에서 클래스를 입증하며 역시 부폰이라는 평을 얻었다.

▶ 떡잎부터 달랐던 슈퍼 유망주 부폰

1991년 파르마 유소년팀에 입성한 부폰 그리고 1995-96시즌 부폰은 파르마 1군 소속으로 프로 데뷔에 성공하며 새로운 슈퍼 탤런트의 등장을 알렸다. 부폰은 당시 밀란과의 리그 경기에서 주전 수문장 부치가 부상을 당하면서 프로 데뷔하게 됐다. 그리고 다음 시즌인 1996-97시즌부터는 파르마의 주전 골키퍼로서 맹활약했고, 1997년 10월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신고식을 치렀다.

탄탄대로였다. 거물급 유망주가 아닌 슈퍼 탤런트였다. 일찌감치 재능을 드러낸 덕분에 소속팀에서도 중용 받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대표팀에서도 점차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1998-99시즌에는 파르마의 UEFA컵(구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대형급 유망주가 아닌 팀의 주축 선수로서 우뚝 서는 데 성공했다. 아쉽게도 유로 2000에서는 부폰으로 톨도에게 장갑을 내줬지만 2002 한일 월드컵부터는 이탈리아 대표팀 수문장으로서 메이저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야신상을 차지하며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부상으로 한 경기만 소솨한 탓에 대표팀의 조별 예선 탈락을 지켜봤지만, 2년 뒤 유로 2012에서는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수비진을 이끌고 팀의 대회 준우승을 도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유로 2016에서도 이탈리아 수문장은 부폰이었다. 그리고 지난 25일 열린 알바니아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천 번째 경기를 소화했다.

▶ 부인할 수 없는 리빙 레전드.. 후계자는 '잔루이지' 돈나룸마

부폰은 파르마 소속으로 통산 220경기를 소화했고, 2001년 이적한 유벤투스에서는 612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1997년 10월 러시아전에서 A매치 데뷔 신고식을 치른 이후 아주리 군단의 넘버1으로서 168경기를 소화했다. 2016년 4월 1일 기준으로 부폰이 현재까지 나선 경기 수만 해도 1,000경기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 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수문장들은 부폰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밀려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 부폰 자체가 워낙 뛰어난 선수였던 탓에 그의 후계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부폰 없는 이탈리아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였다.

부폰의 새로운 후계자는 밀란의 '잔루이지' 돈나룸마다. 1999년생인 돈나룸마와 부폰의 나이 차는 21살이다. 공교롭게도 돈나룸마는 지난해 9월 프랑스전 교체 출전으로 A매치 신고식을 치렀고, 지난달 28일 열린 네덜란드전에서는 선발 출전하며 종전 부폰이 세웠던 2차 대전 이후 A매치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탈리아 수문장 중에서는 가장 이른 대표팀 선발 데뷔였다.

물론 돈나룸마가 당장 부폰의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아니다. 기량이 여전한 만큼 내년 열리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부폰은 이탈리아의 골키퍼 장갑을 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걸 다 갖춘 부폰의 마지막 미션인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위해 늘 팀의 수호신으로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pmsuzuki@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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