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혁(오른쪽), 장석조(왼쪽) 감독이 '만담강호' 기자간담회 이후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석재현 기자] ▶ [문화 人] 오인용 "40살 되니 '만담강호'로 극장판 감독 데뷔하네요" ② 에서 이어집니다.

'만담강호' 캐릭터 설정이 재밌었다. 어떤 작품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인가?
ㄴ 정지혁 : 사실 모티브가 된 것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진 않다. 나는 상황 자체를 짜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바보들만 있는데, 보물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상에서 시작했고, 막히면 이 친구한테 상담도 받았는데 "그럼 강시를 넣으면 되겠네"라고 답이 나와서 넣기도 했다.
 
장석조 : 이런저런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어, 좋겠다"라고 말하고 쓰질 않는다.
 
정지혁 : 그대로 쓰면 미워한다. 어쨌든 바꿔서 넣는다. (웃음)

중간에 나오는 '레드불' 아이템은 PPL인가? '레드불'을 좋아해서 넣게 됐나?
ㄴ 정지혁 : PPL이다. (웃음) 옷을 입고 있는 분은 '레드불'이 후원한 첫 태권도 선수인 신민철 선수다. 사실 PPL이 하나 더 있는데, 편집됐다. 웹 애니메이션 버전엔 들어 있는데, "설사를 두 번 했다"고 하면, "그럼 '여명808'을 먹고 잤어야지"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아직도 사인회를 하면 저희는 '여명808' 돌림판을 하면서 선물을 주는 경우도 있다.
 
'레드불'은 물심양면 현물 협찬받았는데, 후원하는 선수가 나오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래서 알듯 모를 듯 나오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아예 화끈하게 하자고 생각해 '레드불'을 과감하게 써놨다. 삭제된 장면엔 옷을 벗으면 '레드불' 문신도 나온다. 웃음 요소로 까놓고 PPL을 사용하면 거부감도 없고, 작품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메로나'도 컨택할 테니 넣어보라고 해서 일단 만들어봤는데, 모자이크된 적도 있었다. (웃음)
 
장석조 : 팬분들도 저희 사정을 아셔서 좋아해 주신다.
 
   
▲ '만담강호'
충격적인 클라이맥스를 선보인 이유는 무엇인가?
ㄴ 정지혁 : 그 엔딩을 보여주고 싶어서, 앞에 잔소리를 길게 해줬다. 중간에 흔들린 적이 있었다. '좀봐라'에서 민폐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 캐릭터들이 안 나올 수 있기 때문이어서, 상담도 드렸다. 내용이 원래 이러한데, 바꾸라면 바꾸겠다고 말했다. 고민하시더니, 귀찮으셨는지 그냥 하라고 답이 나왔다. 작가를 존중한다고 하셨다. 
 
혹시나 시즌2가 나오면 똑같은 애들인데, 점 붙여서라도 나오겠다며 허락받고 만들었다. 10년 전에도 그 장면을 하고 싶어서 만들었었다. 여기에 뒤통수 때리는 걸 넣고 싶었다. 그래서 이 친구도 그걸 보고 싶어서 계속 작품을 만들어보라고 한 것이었다. 그 부분이 가장 어색하지 않고, 개연성이 안 떨어지도록 1년 내내 고민했다. 약간 급작스럽게 마무리가 된 것 같았는데, 바꿨으면 재미없었을 것이다.

시즌2는 어떤 내용일까? 
ㄴ 정지혁 : 줄거리는 미리 적어 놓은 게 있는데, 이어지는 내용이다.
 
장석조 : 거기 나오는 매력적인 캐릭터 중 죽은 캐릭터는 점을 안 찍고 나오거나, 머리 스타일만 바뀌어서 나올 순 있다.
 
정지혁 : '아내의 유혹'의 '민소희'처럼 나오는 것이다. 똑똑한 애들이 멍청해질 수도, 멍청한 애들이 똑똑하게 나올 수도 있다.
 
장석조 : '만담강호'가 잘되면, 시즌2 투자도 이뤄질 것이고, 그러면 연재가 되는 대로 작업을 들어갈 수 있고, 이 친구는 기획하고 나는 제작할 것이다.
 
정지혁 : 중국 쪽도 좋게 이야기가 나왔다. 잘 될 뻔하다가 '사드' 때문에 피해 봤다.
 
   
 
 
장석조 : 중국 사람들과 만나서 계약서가 오가다가 '사드' 때문에 하지 말자고 해서 무산이 됐다가 다시 연락됐다.

중국에 진출하면 어떤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있나?
ㄴ 정지혁 : 웹애니메이션 연재 혹은 극장판 여부, 자막 혹은 중국어 더빙 등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장석조 : 중국 쪽에만 잘 팔려도 창작을 계속 나갈 수 있을 텐데, '사드'가 어떻게 잘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 
 
'만담강호'에 나오는 '강남성괴' 캐릭터는 '여성 혐오' 측면에선 자유롭지 않은 내용이다.
ㄴ 정지혁 : 그런 측면 때문에 욕을 먹는 것보다, 만든 사람이 이건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사회현상 자체가 화가 난다. 만들고 책임을 지는 것은 괜찮다. 그런 사건이 자꾸 터지니 모두 검열을 한다. '강남성괴' 같은 캐릭터는 '만담강호' 초기에 등장했다. 그게 불편하다면, '십선비' 캐릭터나 모든 캐릭터가 다 불편해진다. 우리의 모토는 깔 꺼면 모두를 다 까는 것이다. 바보 같은 캐릭터들을 보면, 다 남자들이다.
 
장석조 : 개그 코드 중 하나일 뿐이다.
 
정지혁 : 그런데 뜻밖에 공격을 많이 하지 않는다.
 
장석조 : 우리가 무엇을 하든 쟤네들은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반응이다.
 
정지혁 : 사실 이번에 만든 작품엔 '한남충'이라는 캐릭터도 있다. 그 사람들이 만든 캐릭터도 더빙해서 넣은 것이다.
 
   
▲ 정지혁 감독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해서 제언을 한다면?
ㄴ 정지혁 : 항상 주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준비한다면, 일단 예산이 적어야 하고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에게 메리트가 조금이나마 있다. 그리고 자극적이어야 해서, 임팩트 있는 작품이 필요한데, 아이템이나 제작기반이 중요하다. 제작비는 10억도 되지 않고, 1년 안에 만들겠다고 하는데 윗사람들은 사기꾼 취급하시기도 했다. 윗사람들이 잘 모른다. 담당자는 "얘네, 개봉은 해 봤대?"라면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걸어본 감독만 찾으신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제부턴가 팬분들은 '국내 장르'라는 말을 하게 됐다. '한국형'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로 망한 것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태극기 집회'로 태극기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한 것과 같은데, 작품성이 있던가 재미라도 있던가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것이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아치와 씨팍'(2006년)도 좋았는데, 외국에서 상을 받고 뭘 해도 한국 애니메이션은 안 봐야 한다는 인식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저희 작품을 극장에 올리려고 할 때도, 그런 인식은 더 굳어지고 있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저예산 작품을 계속 두드리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 다른 루트이지만, 연상호 감독님처럼 장편을 다작하는 방법도 있었고, 우리처럼 단편을 다작하는 경우로 가게 됐다.
 
장석조 : 연상호 감독님의 같은 경우가 '정파'라면, 우리는 '사파'라는 우스개도 있다.
 
   
▲ 장석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혁 : 결국, 서로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장석조 :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활로를 어떻게 모색할 거냐면, 웹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어서 극장을 가거나 VOD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창작은 계속 이어지고, 투자자도 생겨난다. 꽤 수입도 짭짤하고, 하다 보면 후속작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따라오게 된다. 그러면 우리보다 뛰어난 신인감독도 쭉 나올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처럼 젊은 감독이 좋은 투자를 받을 기회가 생길 것이다. 갑자기 '한국형' 신카이 마코토가 나올 순 없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큰 이득을 노리는 IPTV 시장이 좋을 것이다.
 
정지혁 : TV 판이 아니면, 극장판을 하면 된다는 생각은 주먹구구식이다. 계속 규모를 작게 해서 여러 편으로 승부를 보는 계획을 한다. '만담강호'는 2명이 7개월 동안 120분 분량을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만들고, 가장 적은 돈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모아 놓고 내기를 하면 우리가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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